가는 파장

예술공간수애뇨339

2019년 7월 17일 ~ 2019년 8월 18일

“심미적 경험이란 단순히 아름답고 고상하고 우아하고 멋들어진 것의 경험이 아닙니다. 그 이상이지요. 그것은 이런저런 감정적 파장 속에서 삶의 밝은 곳과 어두운 곳, 생활의 중앙과 변두리, 나와 그들의 미지의 관계를 자발적 성찰의 빛 아래 헤아리는 일입니다.”
예스체널, 문광훈,『희망의 인문학』인터뷰 중에서

이번 전시의 세 작가는 각기 다른 소재, 나무 돌 연필과 종이를 사용하여 율동적인 선들을 만들어내며 가는 파장을 시각화시키고 있다. 구체적인 어떤 대상을 재현하거나 지시하지 않지만, 의도에 따라 겹치고 쌓고 긋는 방식으로 만들어낸 반복적인 패턴은 리듬감이 느껴지게 하며 파장의 이미지로 재구성된다. 또한, 세 작가의 가는 선들은 모양 크기 간격 농도 등 무엇 하나 서로 같지 않으면서도 공통적으로 자연의 순환되는 구조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서로의 작품에 상호작용을 불러일으킨다.

긴 시간 서서히 움직임을 지속하는 땅을 시각화하는 강인구에게 돌멩이, 유리자갈 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갈리고 깨어진 조각들을 높고 낮음을 반복하는 조형적 형태로 설치하여 진동감이 느껴지며 관람객의 시점에 따라 착시효과가 생겨난다. 정지된 하나의 조형적 설치작업이 아니라 움직이는 유기체적 생명력을 전하며 잔잔한 물결과도 같다.

소리 가닥들을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표현하는 섬세함을 보여주는 김범중의 작품들은 한지와 연필이라는 최소한의 재료로 펼쳐진 우주와도 같다. 재료를 극도로 제한하고 선 긋기 방식만을 고수해서 끝없는 접점을 만들어내며 파장을 일으킨다. 지속적으로 펼쳐지는 선들은 마치 소우주들이 모여 대우주를 이루는 것과 같다.

차종례는 매일 10cm 내외의 나뭇조각을 깎고 다듬는 노동의 과정을 통해 자연 에너지의 연속성을 서정적인 패턴으로 형상화한다. 켜켜이 붙여진 나무 막대가 마치 부드러운 천을 펼쳐 놓은 듯, 자연스러운 등고선을 그리며 리듬감과 율동감을 가지고 퍼져나간다. 그것은 언덕 위에 펼쳐진 대지이자 끝없이 연결된 산맥을 조감하게 한다.

파장 에너지에는 대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이번 전시에는 순간적인 강렬한 감각대신 잔잔한 공기속의 파장과도 같은 울림을 담고자 한다. 세 작가가 만들어 낸 파장이 보는 이들에게 잔잔하게 젖어들어 잠시나마 바쁜 현실에서 일탈하여 쉼을 느낄 수 있는 물결이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예술공간수애뇨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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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차종례
  • 강인구
  • 김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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