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소성전: Plastic Ruins

을지로오브

2020년 1월 29일 ~ 2020년 2월 29일

《가소성전: Plastic Ruins》는 ‘서울 어딘가’의 작동원리를 탐구한다. ‘서울 어딘가’는 서울시에 있는 시장이다. 시장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조건에 맞춰 지속적으로 근거지를 옮겼고, 이동에 따라 자신의 외연을 조금씩 바꾸어야만 했다. 시간에 따라 주변을 흡수하고 복제하며 생존 방법 역시 바뀌었다. 많은 이가 시장을 떠나오고 찾아왔다. 결국 시장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모호한 것으로 채워지며,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였다. 시간과 분리된 듯한 시장의 낙후된 외관과 주변을 감싸고 있는 새로운 건물 탓에 누군가는 그 곳이 점차 사라질까 걱정하지만, 걱정이 무색할 만큼 시장의 생명력과 존재감은 여전하다. 그러나 ‘서울 어딘가’의 시장엔 미래를 약속하는 건실한 계획도 뾰족한 무기도 없다. 그곳은 어떻게 존재하는 걸까? 

 본 전시는 ‘서울 어딘가’의 작동원리를 가소성전(可塑聖殿)이라는 단어로 함축한다. 가소성전(可塑聖殿)는 '가소성(可塑性)'과 '성전(聖殿)'을 합친 합성어다. ‘가소성(可塑性)’의 ‘고체가 외부에서 탄성 한계 이상의 힘을 받아 형태가 바뀐 뒤 그 힘이 없어져도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을 의미하며, 성전(聖殿)은 성스러운 전당을 뜻한다. ‘서울 어딘가’의 시장은 자신이 통과한 시대가 요구하는 조건에 따라 자신을 바꿀 수밖에 없었고, 그 형상은 이전과 같지 않다는 점에서 가소성(可塑性)을 보인다. 그 시장이 다루는 물건 중 상당수가 부처, 예수, 마리아, 무신도, 불교, 탱화, 나한 등의 신상(神像)이라 ‘성전(聖殿’ 이라고 이름 지었다. 역사와 함께 취급하는 물건은 곡식, 중고품, 생필품, 골동품 등 수없이 바뀌었지만 ‘시장’이라는 기능은 여전한 것으로 보아 작동원리가 마치 성전처럼 공고한 듯하다. 그러나 겉모습은 언뜻 성전의  폐허(ruins)처럼, 과거와 지금의 물건과 풍경이 섞여 자신이 거친 시간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간의 흔적은 지금 시점에선 낯설기만 하다. 역설적으로 그 낯선 외모는 많은 시간을 지내온 것에 대한 훈장처럼 기능하며, 오히려 자신의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서울 어딘가’의 작동원리이자 존재방식을 탐구하려는 목적은 본 전시장소인 을지로 OF를 향한 질문과 약간의 상상력에서 시작되었다. OF는 을지로를 감도는 도시 재개발 서사에 잠식될 듯 잠식되지 않은 채로 2년을 지나왔다. OF는 어떻게 존재 하는 걸까? 혹시 비밀스러운 규칙으로 연명하는 것은 아닐까? 작가 박지원, 오제성, 진철규는 왠지 을지로를 닮은 ‘서울 어딘가’를 연구 모델로 삼아 OF의 작동원리를 찾는다.

작가소개

박지원은 서울의 특정 장소를 통해 유불선과 무속을 비롯한 한국의 전통적 가치들과 현대적 가치 사이의 긴장 관계를 포착하고 이를 회화로 기록한다. 더불어 20세기 식민주의와 급속한 근대화를 거치면서 제도에서 소외되고 폄하된 집단과 장소에서 발견되는 자생성, 자율성에 흥미를 갖고 있다. 최근엔 우리사회가 상실해버린 성스러운 요소와 샤먼과 세속 문화가 섞이는 공간에 대해 탐색 중이다. 최근 《당신의 몸이 신자연이다》(담빛예술창고, 2019), 《12-24展》(공간 일리, 2018), 《2018 쇼 케이스》(SPACE B1 갤러리, 2018)등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아트 프라이즈 강남 2019》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박지원은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회화 전공을 졸업하였다.

오제성은 자신 주변의 상황, 기억, 공간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를 서사가 있는 영상, 사진, 조각 등의 매체로 나타낸다. 작품으로 구성하는 데 있어 설화, 문학, 영화, 미술 등의 요소를 응용한다. 이 과정에서 다소 조악한 오브제와 연출을 보여주거나, 엉뚱하거나 과장된 음악을 삽입하여 작가만의 색채를 더한다. 2019년 송은 아트큐브 개인전 《The Motion Lines》에서 일상ᆞ경험ᆞ기억으로 만들어지는 서사를 다루는 작품을 선보인바 있다. 서울,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Summer Love》(송은아트센터, 2019), 《Penny Loafer》(Comfort Mental, 2018), 《투명함을 닫는 일과 어두움을 여는 일》(강남아파트, 2018),《Snap to Grid》(LACDA, 2017) 등의 단체전을 가졌다. 2017년 프랑스 3대 레지던시 중 하나인 아틀리에 드 쟈크 레지던시(Ateliers des Arques)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오제성은 국민대학교 미술학부에서 입체미술 전공 학석사 과정을 졸업했으며,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OTIS College of Art & Design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진철규는 주로 서울에서 발견하는 익숙하지만 동시에 낯선 풍경, 서로 다르지만 한 장소에 모여있는 얼토당토않은 요소가 모여있는 풍경,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만들어 내는 시각적 조형을 채집한다. 작가는 불, 연, 설화, 우화와 같이 오래되었거나 곧 사라질 것 같은 것들의 의미와 원리를 차용하여, 영상, 사진, 설치 등의 매체로 구현한다. 2018년 공간 황금향에서 《돌과 어려운 곳 사이》 라는 주제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대표적인 단체전으로는 《내가 틀렸을 때 Double Think》(더레퍼런스, 2019), 《퍼폼2019: 린킨아웃》(일민미술관, 2019), 《확장된 기억-Expanded Memory》 (산수문화, 2017) 등이 있다. 진철규는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을 졸업했으며, 동대학원 미술학과를 수료했다.

참여작가: 박지원, 오제성, 진철규 
기획: 송현주
디자인: 윤채령
주최: 을지로 OF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텀블벅 링크: https://tumblbug.com/plasticru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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