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이 개인전: 3분 내외의 물체 Sy Kang: Objects ±3 minutes

킵인터치 서울

2021년 5월 22일 ~ 2021년 6월 13일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가상과 실재의 구분은 더 이상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인다. 스크린 상의 비물질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시대에 평면은 어떤 의미이며 공간은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이 시대 이후의 실존이란 어떠한 모습인가.

2015년부터 지금까지 디지털 공간과 스튜디오에서 다루는 조형들을 뒤섞거나 전복시켜 시각의 한계가 새로운 이미지의 창출로 연결되는 상황을 연출해왔다. 이런 상황연출에서 이미지의 구현을 위해 다루게 되는 캔버스들은 때로는 평면조형으로 때로는 육면체의 입체조형으로 취급되어 왔는데, 이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 ‘가상평면’이라는 이미지 환경으로 재정립하려한다.

2018년 전시 [삼거리 산책길]에서 각각의 위치 이미지들을 캔버스의 형태로 넘버링하여 전시장과 실제장소를 가상의 지도로 동기화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이는 시간응축형태를 가진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증강현실(AR)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더 이상 구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오늘날 일상 환경의 반영이기도하다. 디지털과 스튜디오에서 다루는 조형들로 연출된 새로운 환경체계는 SeMA창고라는 실제공간에 존재했고, 이제 이를 작업 자체로 동기화하여 평면적 가상성을 내제한 캔버스 상황연출로 전환한다.

일반적으로 사진, 회화 등의 평면작업은 정면 파사드만이 고정적으로 인지되어 프레임을 포함한 다른 면들은 평면작업이라는 이름하에 논점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작업의 측면을 포함한 타 시점의 시각정보들은 보는 각도, 거리 그리고 공간차원에 따라 변모되는 개별성을 지니며, 논점거리가 되는 정면이미지는 디지털차원에서만 고정된다. 보통 디지털보존을 위해 복사촬영으로 고정되는 이 정면시점은, 육안으로는 작업의 크기를 불문하고 극히 드물며 그래서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이 평면적 가상성을 작은 캔버스들의 두께차이를 통한 조합연출로 극대화한다.

특수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회화라는 매체로 실존에 대해 묻는 동시대 페인터들은 더욱 이미지의 변화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물질로 시간과 공간의 농도차를 표현하고자 새로운 캔버스 연출체계를 만들었고, 현대인의 직/간접경험을 짧은 동영상 하나를 감상하는 시간인 [3분 내외의 물체]라는 양가성으로 담았다.


강사이는 캔버스에 부분적으로 이질적인 질감의 재료를 이어붙이거나 캔버스의 프레임을 재조합해 작품의 지지체를 재구성하고 여기에 서로 다른 질감의 안료를 활용해 작업을 구축한다. 이는 특정한 규칙에 따라 지지체에 흔적을 남기는 방식이 되기도 하고, 사용하는 안료의 밀도에 따라 시차를 두고 이를 덧바르거나 얹는 방법으로도 확장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하나의 평면화된 이미지가 아닌, 특정한 상황이 연출된 물체로서의 작품을 의도한다. 이들은 캔버스를 지지체로 사용하거나 벽에 걸려 한쪽 방향에서의 감상을 전제한다는 점에서는 회화에 가깝지만, 작품으로 규정되는 범위가 2차원의 가로, 세로축을 벗어난다는 점, 즉 작품 도판이 복사촬영된 이미지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이는 개별 작품의 캡션이 구성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에서는 조각/설치 작업의 속성 또한 공유한다. 

작가는 <액정>, <뱃멀미>, <눈과 어린잎의 싸움> 등의 작품에 등장하는 PVC 지지체를 통해 투명하고 매끄러운 재질 위에 칠해진 보드마커 잉크나 PVC 자체의 색/질감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반투명의 지지체로 인해 작품이 설치된 벽면에 투영되는 그림자까지 작품의 범주로 인식한다. 덕분에 «3분 내외의 물체»에서 작품이 걸리는 벽면은 회화를 감싼 액자나 조각 작품이 놓이는 좌대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는 작품을 구성하는 캔버스, 브라켓, 나사못과 같이 물질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벽면에 비치는 그림자나 개별 지지체 사이의 공간(캔버스 간 간격/배치)까지 포괄하며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고정하는 확장된 지지체로 기능한다.

이기원 ‘사물로서의 이미지’ 중에서


참여작가: 강사이
평론: 이기원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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