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 개인전 언더프린트 : 참새와 짜장면

원앤제이갤러리

2015년 11월 27일 ~ 2015년 12월 23일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미술과 사진에 종사한지 삼십년이 넘었다. 알게 된 것은 미술은 지극히 시시한 것이 되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이미지를 둘러 싼 주도권은 산업에 넘어 간지 너무 오래이다. 이제 작품들을 사고, 미술관을 짓고, 전시를 기획하고, 팔아먹는 것이 진짜 예술이 되었다. 작가니 뭐니 하는 사람들은 중소 생산자에 지나지 않는다.

언더 프린트 underprint 는 돈이나 우표의 밑바탕에 깔리는 희미한 인쇄를 말한다. 이번 내 작업들도 그와 비슷하다. 여러 곳에서 찍은 벽 혹은 담 사진 위에 뭔가를 그린다는 점에서.

담 사진들은 서울 재개발 지역, 창신동, 한남동에서 부산, 청주, 전남 신안군에서 찍었다. 어디엔가 쓸 수 있을 것 같아 찍어 놓은 것들이다. 담 위에 왜 뭔가를 그렸냐고? 그냥 그리고 싶어서였다. 십 여 년 전 부터.

우리나라 담은 일본이나 유럽과 전혀 다르다. 한국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엉성함, 정리 덜 됨, 내버려 둠에 가까운 분위기. 그리고 그건 비싼 건물이나 부잣집 담이 아니라야 더 두드러진다.

그릴 내용들을 특별히 정하지도 않았다. 사진을 프린트해서 붙여 놓고 뭔가를 그리고 싶어질 때까지 드로잉을 하거나 생각을 하다 떠오르면 그렸다.

다 그려놓고 보니 몇 그룹으로 나뉜다. 먹을 것과 빈 그릇들, 공사장의 인상과 몽상, 조금은 정치적인 내용이 있는 것들, 이미 잘 알려진 걸작에 관한 언급이나 패러디, 자전적이거나 미술 자체에 대한 냉소로 되어 있다. 또 몇 작품들은 초등학교 일학년인 아들의 도움을 받았다. 아들한테는 같이 그린 작품이 팔리면 십 퍼센트 주기로 했다.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여기 까지 쓰고 나서 우연히 김우창의 글을 다시 읽다 그가 한국시의 실패를 말한 대목을 보았다. 서정주를 비롯한 시인들이 일원적 감정주의와 자위적 자기만족의 시를 씀으로서 경험적 집적과 모순을 넘어서는 전체로서의 보편성을 획득하고 구조화 하는데 실패했다고 쓰여 있었다. 구체적 경험과 전체적 보편성이라- 오랜만에 듣는 말이다. 뜨끔했다. 심미적 이성의 리얼리즘이라는 퐁티 영향을 받았다는 이 개념. 사십 여 년 전의 글인데 우리 미술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Que sera sera! 될 대로 되겠지. 미술 따위가 어찌 되든 내가 알게 뭔가. / 강홍구


Honggoo Kang, Banana, acrylic on photo, 100x150cm, 2015


Honggoo Kang, Babomer, acrylic on photo, 100x200cm, 2015

Honggoo Kang, Rhino, acrylic on photo, 35x100cm, 2015

Honggoo Kang, Elephant, acrylic on photo, 35x100cm, 2015

출처 - 원앤제이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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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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