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일상 : 지층의 역전

부산시립미술관

2021년 3월 31일 ~ 2021년 8월 22일

«거대한 일상: 지층의 역전»은 1980년대 유의미한 역사적 발자취를 남긴 형상미술의 의미를 재인식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1970년대 중후반 이후, 미술계는 기존의 구상회화 혹은 구상미술과는 차이를 보이는 표현주의적 성향의 작업을 ‘신구상 회화’, ‘신형상’, ‘신구상 미술’, ‘새로운 형상성’ 등의 용어를 통해 정립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이는 기존 구상회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실주의에 입각한 대상의 묘사와는 달리, 대상의 왜곡과 변형, 강렬한 색채를 통해 현실에 대한 자각과 표현을 시도한 작가들의 움직임을 새롭게 맥락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후 ‘형상미술’로 불리게 된다. 형상미술은 1980년대에 주요한 화두였던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를 토대로 발현한 것으로 이 시기에 활발히 전개된 민중미술 계열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형상미술은 1980년대 한국미술사의 지형도를 파악하기 위한 주요한 키워드로 다시금 언급될 수 있다.

한국미술사 속 형상미술이 지니고 있는 그 의의에도 불구하고, 형상미술이 내포하고 있는 개념의 광범위함 등으로 인하여 용어 정립의 어려움이 있으며, 역사적 정립 또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시기 파악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전개된 형상미술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보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형상미술이 내포하고 있는 키워드와 주제 의식을 읽어내고자 하며, 궁극적으로 한국미술사의 재정립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전시는형상미술 안에 존재하는 주요 키워드를 주제로 이루어졌다. 추상에서 형상으로의 회복을 현실의 표정을 통해 드러낸 ‹현실의 표정 — 형상의 전개›, 일상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이에 대한 표현적 시도를 다루는 ‹표현의 회복›, 형상미술의 다원성을 드러낸 강렬한 표현주의적 시도를 보여주는 ‹뒤틀린 욕망›, 마지막으로 거대한 일상 속 삶의 체취를 다각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격랑의 시대›로 구성되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형상미술이 내포하고 있던 ‘서사의 회복’에 주목하고, 역사적 의의를 다시금 재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시구성

현실의 표정 — 형상의 전개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새로운 형상성의 추구’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구체적 이미지를 포착하고, 삶이 전개되고 있는 개인의 서사에 주목하고자 했던 작가들의 의식변화를 대변한다. 추상으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시대에 대한 격렬한 고민은 더욱 구체적인 삶의 표정으로 등장한다.

표현의 회복
혼란한 시대 속 현실의 체험은 개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켰다. 인간과 현실을 주제로 한 알레고리적 양상이 발현되었고, 더 나아가 정치적•사회적 상황에 놓인 개인의 현실에 대한 체험적 진술인 ‘비판적 리얼리즘’ 또한 등장한다. 1980년대 한국미술은 ‘형상’의 시기로 파악될 수 있으며 ‘표현의 회복’은 이 시기의 미술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

뒤틀린 욕망
형상미술의 다원성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강렬한 표현적 시도가 발현된 지점이다. 그로테스크, 욕망, 섹슈얼리티, 과장되고 뒤틀린 인물 묘사 등의 등장은 혼란한 시대의 초상을 대변한다. 급격한 산업화, 인간 중심에서 자본 중심으로 변화된 가치 체계에 의해 황폐해진 개인의 삶을 묘사한 형상미술은 ‘환상적 현실’을 통해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를 서술하고자 하였다. 작품에 등장하는 일그러진 인물들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식 반영의 결과물이기도, 욕망이 지닌 ‘추’의 미학을 드러내는 개인의 대담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격랑의 시대
형상미술의 대주제는 일상과 인간으로 읽을 수 있다. 삶과 체험을 드러내는 예술로의 회복은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주요한 전환점이며, 삶의 체취를 다각적 시선으로 드러내는 형상미술은 세상에 대한 반항심, 저항감 그리고 그 삶을 살아내야만 하는 개인의 애환, 슬픔, 반성, 분노, 연민, 웃음 등 섬세한 감수성을 통해 일상의 입체적 지층을 드러낸다.

출처: 부산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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