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기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021년 11월 30일 ~ 2022년 2월 27일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의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기》는 오늘날 물질과 기술을 다루는 제작경험에 관한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팬데믹 시대에 가속화된 미술의 온라인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였다. 바이러스가 미처 닿지 못하는 가상세계 안에서 미술관과 관객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큰 위안이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디지털 미디어가 미술관에서의 감각적 경험의 실재성을 기화시킨다는 한계를 마주하기도 했다. 이제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구분하거나 덜어낼 수 없는 디지털 미디어가 변화시킨 기술적 지평 안에서 갖춰야할 새로운 환경설정은 무엇일까. 이번 전시는 디지털 가상적 시스템이 인간의 감각과 미술의 물질성을 계속해서 무효화하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몸과 정서를 통한 제작의 의미를 보다 넓은 범주 안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이번 전시에서는 물질과 기술과의 호혜적인 관계를 모색하며 작품을 제작하는 네 명의 참여작가를 초대하였다. 이들은 조각, 회화, 설치, 퍼포먼스와 같은 매체를 다룸에 있어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스케치업, 3D 스캐닝 등 디지털을 배경으로 먼저 시뮬레이션을 한 후, 여러 감각을 사용해 작품을 현실에 구현해낸다. 미술관은 이들에게 전시장을 하나의 가상과 실재가 중첩된 환경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서 신체 감각과 기술을 사용해 사물과1의 접촉적 과정으로서의 제작을 다루어줄 것을 요청하였다. 재료를 탐구하고 가상현실에서의 조각을 시도하는 정지현, ‘명상’이라는 가상적 모드를 설정해 극대화된 감각을 미디엄으로 표현하는 정희민, 스마트 기기로 인해 몸과 마음에 각인된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관객에게 상상적 드로잉의 경험을 제공하는 박아람, 신체 움직임을 데이터화하고 데이터와의 관계성을 맺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정명우의 작업을 통해 오늘날 변화하는 창작환경 안에서 작품 제작을 위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작용하는 ‘기술 감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전시의 제목을 참조한 미술이론가 최종철의 연구 논문*에서는 크라우스가 ‘폭탄(디지털 미디어)의 낙하’와 그것이 인간의 감각에 미치는 파괴력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구원으로서의 중요한 기대를 담고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크라우스의 비판과 신뢰를 참조하여, 이번 전시는 디지털 환경을 특별히 긍정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새로운 환경으로서 인지하여, 그 안에서 감각을 복원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제작을 다룬다.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들을 온전히 만지고 느끼고 변형시킬 수 있는 감각과 기술에 대한 몸의 지식을 터득한다면, 우리의 미래에 두려움보다는 실재적 믿음에 기반한 모험의 순간이 도래할 것이다. 

역사 속에서 새로운 기술은 계속해서 등장해왔고, 그때마다 인간은 낯설고 신기한 그것들을 경계하거나 동경하는 방식으로 거리감을 만들어왔다. 결국 그것이 우리의 삶을 파괴할 것인지 발전시킬 것인지는 기술이 아닌 우리의 두 손에 달려있다. 자 이제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할 시간이다.

*최종철,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기”: 포스트 미디엄 이론을 통해 본 디지털 이후의 미디어 아 트」, 『미학예술학연구』 53권, (2018. 02.) ;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기’의 표현은 핵무기의 비극적 결말을 담은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혹은: 우리는 어떻게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나>(1964)에서 최초로 등장했으며, 이를 크라우스가 『Under Blue Cup』 (2011)의 소단락 제목으로 차용하였다. 최종철은 크라우스의 포스트 미디엄 이론과 디지털 이론가들 의 포스트 미디어 이론을 중재하기 위해 원래 용법을 살짝 비틀어 논문 제목에 사용하였다.

참여작가: 박아람, 정명우, 정지현, 정희민

출처: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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