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노트
Song of Arirang_호남선
호남선은 경부선과 갈라지는 대전에서 시작하여 호남지방의 서부 평야지대를 관통하는 철도이다. 길이는 252.5㎞이며 일제가 곡물 수탈을 목적으로 1914년 완공했다. 기차가 다니지 않은 전남 어촌에서 자란 나는 철도, 적산가옥(敵産家屋)에 관한 의의를 잘 몰랐다. 유학시절 도쿄에서 만난 오래된 일본가옥들은 놀랍게도 고향 장흥에서 보던 집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2002년 첫 개인전 <집.동경 이야기>는 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작업은 예술이 삶 일부이듯 2011년부터 사진 강사로 전국을 떠돌며 익산~김제~군산~정읍~영산포~목포까지 호남선 주변의 모습을 담은 결과물이다. 누렇게 익은 벼가 황금 들판을 이루고 있는 호남평야 김제의 지평선 광활면에 가 보았다. 빈센트 반 고흐가 자살하기 직전 그려진 그림 <까마귀가 나는 밀밭> “성난 하늘과 거대한 밀밭, 불길한 까마귀 떼,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생과 사의 갈림길 전경에서 절망적이고 비극적인 상황을 느낀다.”는 고흐의 그림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고흐는 밀밭에 반사된 강렬한 노란색과 가로로 긴 캔버스를 사용해 밀밭의 광활함을 강조했는데 내 작업에서도 그 프레임과 그 시대 몇 개 오브제를 차용하였다. 호남선 철길을 따라 소박한 풍경과 고요해 보이던 마을 곳곳에는 한 세기가 지난 세월에도 일제강점기의 아픈 기억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의 삶과 닮아 있는 시간의 무게와 무상함, 그곳의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막막하고 절망했을 역사적 의미의 장소를 찾아 단순한 풍경이 아닌 쌀쌀한 풍경을 통한 지난 시대의 성찰이다.
작가소개
고정남(高正男)은 전남 장흥 출생으로 전남대학교 디자인전공, 도쿄종합사진전문학교와 도쿄공예대학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였다. 건축, 인쇄매체(printed media), 한국적 현상에 관심 갖고 작업하고 있으며 2002년 첫 개인전 <집. 동경이야기>를 시작으로 10여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부천대학, 청강문화산업대학, 상지영서대학 등 여러 대학의 강사를 거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진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 갤러리브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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