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두인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특유의 재치로 표현하는 곽남신 작가의 <사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를 선보인다.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이후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판화를 공부한 작가는 드로잉부터 회화, 입체, 조각, 판화, 설치 등을 다양하게 다뤄왔다. 파리 유학 이후 거친 마티에르와 상징적 도형으로 이루어진 작업을 이어오다 2000년대를 넘기면서 다시 초기의 모티브였던 그림자, 실루엣 형상을 작업에 도입하게 되었고, 종국에는 이를 이용한 단순한 화면을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이 시기를 넘기면서 캔버스 작업과 동시에 금속판을 이용한 작업을 다수 진행하였고, 최근에는 대중매체나 일상에서 목격한 이미지들을 참조하여 변형한 뒤 이를 다시 그려내는 작업도 하고 있다.
전시 작품들은 그림자, 실루엣이라는 허상, 그리고 우리 삶에 무수히 부유하며 소비되는 이미지들을 모티브로 한다. 초기 작업부터 근간이 된 '그림자'는 간결하게 표현으로 대상을 나타내지만, 그 안에 내포된 아이러니한 상황을 유추하듯 흥미로운 이미지들을 만든다. 부피와 무게도 없이 그림자와 실루엣만 남은 상황은 불분명하지만, 실체의 형태로부터 자유롭기에 관람객마다 확장된 해석과 상상이 가능해진다.
드로잉에 기초한 작품들은 미세한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신호음은 매우 작은 진동을 가진다. 유화로 만들어진 묵직한 이미지보다 스프레이나 색연필로 채워진 가벼운 이미지들은 우리 삶에 유령처럼 떠돌다 덧없이 사라져가는 껍데기일 뿐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전시 제목처럼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지만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거대한 근육을 자랑하는 남자를 담은 <즐거운 인생>과 <늘리기>는 남성 보디 빌딩 잡지에서 따온 이미지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왜곡한 뒤 무수한 선묘로 옮겼다. <늘리기>는 왜곡된 이미지를 따라 캔버스도 사다리꼴 형태인데 비현실적이고 압도적인 신체는 이런 왜곡으로 더욱 현실과 멀어져 보이고 몸짱 열풍에 가세하지 못한 우리에게 헛헛한 웃음을 안긴다.
<덫에 걸린 그림자>와 <달리는 사람>도 떠도는 이미지를 취한 것들이지만 이미지가 얹어진 캔버스는 실제로 당겨져서 주름을 만들고 있으며, 팽팽하게 당겨진 주름은 그림자나 실루엣의 움직임을 강조하고 있다.
금속판 작업인 <실루엣 퍼즐>은 판화기법을 사용하여 검은 스프레이를 이용한 실루엣 작업 중 파생된 이미지를 모아 붙여 한 개의 패널에 담았다. 마치 우리 삶의 모습을 만물상처럼 듯 한 작품은 금속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반추되는 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의 모습과 뒤의 공간이 그림자처럼 다시 그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알루미늄판의 은색 표면에 자동차 안료로 감각적인 색을 입힌 <Steel Flower>는 자연에서 이미지를 취했지만, 자연의 꽃과는 전혀 다른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토루소>는 콘테와 수성 색연필로 그려진 드로잉으로 아주 오래된 유럽의 마네킹을 그렸다. 오래된 골동품이 미래의 사이보그와 닮아있어 흥미롭게 느껴진다. 또 다른 드로잉으로 <뒤샹의 여름>은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쇼윈도의 마네킹이 입고 있는 속옷 위에 언어 유희로 풀어냈다.
곽남신 Kwak Nam Sin, b.1953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 서양화과,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원 졸업 후 몇몇 대학에 강사로 출강하며 '그림자' 연작을 발표하고 'Korean Drawing Now' (뉴욕브룩클린미술관), '한국현대미술-70년대 후반의 한 양상' (동경도 미술관 ), '한국현대미술의 위상' (교토시립미술관), '에꼴 드 서울' 등 주요 전시에 참여하였다.
1984년 초에 도불, 판화에 관심을 갖고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 두 번째 과정으로 편입해 본격적으로 판화 공부를 시작하였으며 회화작업에 대해서도 다양한 실험을 전개해 나갔다. 학교를 졸업한 후 파리와 벨기에에서 두 번의 개인전을 갖는 한편 '살롱 드 메' 등에 출품하였다.
1988년 가을, 서울로 돌아온 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교수를 역임한 후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그림자 이면 (대전시립미술관), 반응하는 눈 (서울시립미술관), 신호탄 (국립현대미술관), 추상하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 이미지의 수사학 (서울시립미술관), 구-체-경(소마미술관), 한화류(타이완 국립미술관), 심플 2016(장욱진미술관) 등 많은 국제전과 국내외 단체전에 참가 하였다. 또한 박수근미술관 자문위원, 소마미술관 운영위원, OCI미술관 운영위원, 공간국제판화비엔날 운영위원장, 이중섭미술상 심사위원, 박수근미술상 운영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출처 : 갤러리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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