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기념전 -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3부. 2019 The Square: Art and Society 1900~2019 PART 3. 2019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9년 9월 7일 ~ 2020년 3월 29일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개관 5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과천, 서울에서 함께 개최되는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 전시 중 동시대 파트에 해당하는 3부 전시이다. 19세기말 개화기부터 해방 전후까지 20세기 전반기에 해당하는 1부 전시(1900-1950)는 덕수궁, 한국 전쟁부터 현재까지의 미술과 사회를 다룬 2부 전시(1950-2019)는 과천에서 개최된다.

3부 전시는 2019년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광장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분단 문학의 대표작인 최인훈의 소설『 광장』, 민주화 투쟁의 역사, 촛불집회의 경험을 지닌 오늘날의 한국에서 광장은 역사성과 시의성을 모두 지니며 장소성을 초월하는 특별한 단어가 되었다.

넒은 의미에서 광장은 개인의 사회적 삶이 시작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광장은 모여 살기로 한 개인들이, 모여 사는 것으로 인해 겪게 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직면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열망들이 부딪치는 과정에서 우리는 개개인이 서로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를 확인하게 된다. 성별, 나이, 직업, 정치 성향 등 개인들을 분류하는 수많은 기준들에 따라 그만큼의 다양한 입장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광장은 연대감이 극대화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분열과 혼돈의 공간이기도 하다.

결국 광장은 공동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전시에서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개인이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짚어보면서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타인과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 변화하는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전시구성

‘나와 타인들’(3전시실)
3전시실은 광장을 구성하는 개인들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광장은 타인의 존재를 통해 나, 그리고 우리를 발견하게 되는 공간이다. 
오형근과 주황의 초상 사진은 개개인의 인물에 초점을 맞추면서 동시에 어떤 세대나 시대의 감성, 사회적 상황을 암시한다. 오형근의 사진은 주로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세대를, 주황의 사진은 유학이나 취업 이민 등의 이유로 한국을 떠나는 여성들을 담고 있다. 사진들은 인물이 드러내 보이고 싶거나 은연 중에 드러나는 외형적 특질들, 그리고 여기에 반영되는 개인적, 사회적 조건들 사이의 긴장관계를 바탕으로 성립한다. 사진 앞에 선, 저마다 다른 조건과 상황을 지니는 관람객의 시선 앞에서 인물들의 정체성은 매번 새롭게 구성되고 수행된다. 
요코미조 시즈카의 <Stranger>(1999-2000)는 사진가와 모델 사이의 일정 거리를 유지시키는 장치를 통해 오히려 편안함과 친밀함이 극대화되는 독특한 예를 보여준다. 사진작가와 사진 속 주인공은 서로 타인으로 남지만 촬영이라는 행위를 통해 짧은 순간이나마 연결되며 우호적으로 공존한다. 로힝야 난민촌의 방문 경험을 한국적 상황과 연결시킨 송성진의 <1평조차(1坪 潮差)>(2018)는 안산 앞바다 갯벌 위에 지은 한 평짜리 집을 조수나 기상 상황 등의 악조건 속에서 두 달간 온전히 존속시키기 위한 고투의 과정을 담고 있다.
온라인 공간은 나와 타인이 가장 격렬하게 부딪치는 곳이기도 하다. 광장이 물리적 공간에서 가상의 공간으로 넘어가는 연결 지점을 작품의 출발점으로 삼은 홍진훤의 <이제 쇼를 끝낼 때가 되었어>(2019)는 여론의 집결지로서의 온라인 공간들을 탐색하면서 광장을 민주주의의 완성처럼 여기는 데서 오는 미끄러짐들을 건드린다. 김희천은 일상적 차원에서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사용이 가져온 사회적 변화들에 주목한다. 출품작 <썰매>(2016)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대화방 등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한 개인들의 이중적 상황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공동체의 위기들’ (4전시실, 복도)
현대사회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생태학적으로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모든 사고가 사회적 재난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전시는 현대사회의 위기, 재난 상황에서 국가 혹은 인류라는 공동체의 의미와 역할, 성립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함양아의 <잠>(2015)은 언제부터인가 가슴 아픈 풍경이 되어버린 ‘체육관’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재난의 상황에서 사회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을 다룬다. 미공개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1.0>(2019)와 <주림>(2019)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우리가 겪는 사회적, 경제적, 생태학적 위기의 상황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를 짚어보면서 이것이 향하는 미래에 대해 질문한다. 
인도 작가 날리니 말라니의 <판이 뒤집히다>(2008)는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온갖 종류의 폭력과 재난에 대한 우화들을 상징적인 방식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이미지들은 성경이나 신화, 역사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19세기에 벵골 서부에서 발원한 칼리가트 화파의 양식으로 그린 것으로 이는 화가들이 사회적, 정치적 소재를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한 시기와도 일치한다. 
에릭 보들레르가 미승인 국가인 압하지야(Abkhazia)에 사는 친구 막스와의 서신교환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 <막스에게 보내는 편지>(2014)는 포용과 배제와 개념을 대비시키면서 공동체가 성립하는 조건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광장으로서의 미술관’ (로비, 복도, 8전시실)
이 전시에는 복도나 로비 등의 공간을 이용하여 대안적 형태의 광장을 상상해보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1층 로비에 설치된 정서영의 <동서남북>(2007)은 공간을 제한하는 울타리의 외형을 띠지만, “동서남북”이라는 제목은 추상적인 공간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기 위해 창안된 방위의 개념이면서 동시에 무한대로 열린 공간을 의미한다. 이 전시에서는 임시적이며 움직임이 가능한, 무한히 열린 구조로서의 광장을 상상해 보는 역할을 맡고 있다. 로비에서 주 전시 공간과는 반대 방향으로 계단을 따라 8전시실로 올라가면 신승백 김용훈의 신작 <마음>(2019)을 만나게 된다. 광장을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는 바다로 해석하여, 관람객의 표정을 수집한 데이터를 바다를 이루는 파도의 형태로 변환시키는 작품이다. 
홍승혜는 3, 4 전시실 앞 복도를 <바>라는 이름의 휴게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광장의 영어 단어인 스퀘어(square)처럼 도형이면서 동시에 공간을 의미하는 <바>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선(막대기)들로 이루어진, 연결과 휴식을 위한 장소로 구상되었다. 이 작품은 집단적 열망과 일시적 열기로 가득한 광장에 대한 대안으로 혼자서도, 여럿이 함께도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평온한 공간을 지향한다. 한편 <바>의 벤치에 앉아서 볼 수 있는 책 『광장』은 미술관과 워크룸 출판사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단편소설집으로 이 전시를 위해 특별히 집필된 일곱 개의 짧은 소설이 실려 있다. 윤이형, 박솔뫼, 김혜진, 이상우, 김사과, 이장욱, 김초엽, 일곱 명의 소설가들이 광장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펼쳐내는 문학적 상상력이 전시의 지평을 넓혀줄 계기가 될 것이다.

주최: 국립현대미술관 
후원: (재)이상일문화재단
협찬: ㈜한솔제지, 아시아나항공㈜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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