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을 때 주는 ‘치즈!’라는 신호는 근래에는 찾아보기 힘든 사어(死語)에 가깝다. 보통은 사진을 찍는다고 대충 말하고 여러 번 찍거나 아예 말하지 않고 연사 버튼을 누른다. 피사체들은 주어진 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표정을 시도하고 스스로를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을 보관하는 방대한 메모리가 없던 시절에는 사진 한 장 한 장에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드물어진 사어만큼이나 빈번해진 교류 속에서 다시금 관계에 대해 질문한다. 치즈는 웃음을 지으라는 묘한 압박을 송신한다. 이는 사진에 담기는 피사체가 어떤 방향으로든 영향받게 만든다. 개인전 《Cheese!》에서 나의 회화는 참여자의 자유로운 낙서가 아니라 내가 제안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선을 주제로 한다. 행위자는 나의 의도를 추측하고 신중하게 답을 내놓는다.

참여작가: 권회찬
포스터: 김소이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2025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선정 프로젝트

출처: 에브리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