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국은 큰 나라에요. 인구가 16억이고요. 엄청 크고 사람도 많다는 뜻이에요. 1997년 IMF 때문에 동랍과 서랍으로 나누어졌어요."(김동현 작가)
'랍국(Rapkuk)'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지난 10여 년간 자폐스펙트럼 장애 예술가 김동현이 수천 장의 그림으로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 어딘가에 있는 별에 위치한 큰 나라인 '랍국'은 1997년 IMF로 동서로 분단이 되었고 DMZ가존재한다. 영화나 소설에 나올 법한 이 랍국이라는 평행우주 세계에서는 한국과 유사한 지명과 사건이 나오지만 그 결과는 사뭇 다르다. 고양이를 어깨에 올리고 다니며 수능을 봐야 하고 세월호와 삼풍과 같은 비극들이 존재했지만 한국과는 다르게 책임자가 처벌받고 피해자는 보상받는 안전의 욕구가 충족된 유토피아와도 같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 세계관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폐스펙트럼 예술가들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없다”라는 편견과는 매우 다른 지점들을 보여준다. 사회 정치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정신 장애 예술은 우리 사회가 장애예술가에 대해 잘 모르는 영역이 아직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랍국과 한국은 지명이나 사회적 사건들이 일어나는 구조나 시기가 매우 유사하면서도 그 결과가 매우 다르다. ‘랍국을 찾아서’는 지난 2년간 다양한 매체로 발전하고 확장하면서 랍국 이면의 세계가 가진 세상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관객은 랍국 세계관을 게임의 형태로 체험하면서 평행우주 판타지를 경험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만나는 현실과 가상세계에 중간지점을 경험하게 된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배경과 자동차, 기차는 김동현 작가가 직접 만들고 그린 모형을 3D 스캐닝 해서 작가의 세계를 관찰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 그림과 작품을 모험하는 세계의 경험으로 전환시킨다.
전시장 전면에 걸린 그림과 드로잉은 랍국 세계를 묘사하고 있는데 한국 어딘가를 묘사한 듯한 풍경과 낯익은 역 이름들은 어딘가는 이상한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창밖을 향해 배치된 4대의 컴퓨터는 귀엽고 아름다운 그림체의 판타지와는 다르게 사회적 문제를 다룬 시리어스 게임의 풍경이 진행된다. 전시장 가운데 미니어처는 김동현 작가의 세계관을 디오라마로 꾸몄는데 텅 빈 타공 오르골의 소음과 모터의 마찰음이 기차 소리를 대체하면서 보이는 아름다움과는 다른 허무한 소음들을 보여준다. 이렇듯 전혀 다른 것들로 대비된 두 개의 요소가 공존하는 김동현 작가의 세계는 이 두 개의 차이를 통해 당연히 다른 것들을 차별하거나 구분 짓기 위해 하는 불필요한 그리고 약간은 불순한 의도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본다. 김동현 창작가의 상상에 의한 복잡한 지하철의 노선도를 뉴런 신경망과 같이 탐험하면서 작은 그림에서 보다 입체적이고 확장된 세계를 보게 될 것이다. (글 신제현)
주최: 소현문
주관: 김동현, 백림기획, 마음랩
협력 기획: 신제현
사진 기록: 정희수
도움: 홍성용, 서동희
후원: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주)3D MOA
*경기문화재단 「민간기업 협력 장애예술 프로젝트 지원 공모」 선정(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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