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래, 표영은, 정철규 : 그런, 점-선-면, 에서

신한갤러리

2019년 5월 17일 ~ 2019년 6월 21일

우리는 각자의 지‘점’에서 보이지 않는 ‘선’을 지키며, 드러내고 감추며 자신의 ‘면’면을 보여주면서 살아가고 있다. 세 명의 그림을 그리는 20대, 30대, 40대 작가가 모이게 되었다. 

세 명은 스스로 혹은 사회가 억누른 ‘예술’이라는 광범위한 땅 위에서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해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되었다. 모두다 대인관계에는 서툰, 마이크를 잡으면 자신의 목소리 보다 심장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소심한 세 명이다. 이 세 명은 문화와 예술 그러니까 문화예술을 교육하는 강사로서 활동을 함께 해 보며, 개인의 작품 활동은 개인이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부담아래 각자의 작품에 대한 논의는 뒤로하고 일과 교육, 그리고 그것이 예술 안에서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찾으며 달려갔던 것 같다. 그렇게 달리다가 서로가 서로를 그리고 자기 자신은 미처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세 명은 ‘일’을 하는 장소이기에 그리고 ‘일’과 관계된 것들 속에서 자기를 감추며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예술가로 살기 위해 서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고대부터 미술의 기본 원리는 재현이었다. 이 재현은 실제 존재하는 대상의 닮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이것이 미술의 역할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이론가의 주장처럼 대상을 보면서 동시에 그림을 그릴 수 없으며, 역으로 그림을 그리는 순간 대상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재현은 시각이라기보다 기억에 의존하면서 그리게 되는 것이며 존재하고 있음에서 그것이 남아있지 않는 부재의 잔상, 파편을 재조합하여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김미래>의 화면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점과 선, 면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것들이 하나의 작고 큰 화면 위에서 딱딱한 형태와 색으로 변환하여 자리 잡게 된다. 딱딱한 형태와 감각적인 색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김미래의 눈을 통해 수집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모이게 된다. 이렇게 모인 이미지는 다시 작가의 감각을 통해 형태와 구조, 색으로 분류되어 캔버스와 판넬이라는 납작한 표면위에 차가운 물성으로 남는다. <<그런 ‘점’에서>> 화면 속의 각각의 형상들에서 출처의 원인이나 의도, 이유를 찾기보다 완료된 화면이 주는 시각적인 뉘앙스 자체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표영은>은 일등만을 위해 달려가는 함성이 사라진, 함성이 들리지 않는 경계의 ‘선’에 서있다. 선의 안과 밖, 밖과 안에서 우리는 달리는 것을 바라보고, 더 없이 빨리 달리기를 응원하고, 더욱 빨리 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그 경계의 ‘선’에 머물러 표영은이 바라본 것은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닌, 본연의 역할과 자리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그 속에서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생각하고자 선을 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기장이라는 장소는 ‘오락을 모티프로 경쟁을 이용하여 설계된 공간’이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이 공간은 현실을 벗어나 잠깐의 환상을 즐기기 위한 공간이지만, 그 속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경주를 관람하는 찰나의 순간은 나도 모르게 경쟁을 체험하는 주체가 되고 만다. 관람자라는 역할의 선을 넘어 경주를 직접적으로 보게 되면, 빠르고 쉽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게임과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태도’와 연결된다. 일등만을 향해 달리는 경주는 곧 일등이 아니면 쓸모없어 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선에서>> 표영은은 너무나 익숙해서 미처 생각할 수 없었던 것들을 질문하고, 시각적 표현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갤러리 공간을 경기장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는데 의의를 두고자 한다. 

<정철규>는 잘 보이지만 관심 밖 사람들은 볼 수 없었던 곳에서 벌어지는 불안정하고 분열된 주체들을 사물이나 그것들이 놓인 환경, 풍경에 빗대어 그림을 그려왔다. 화면 속 사물이나 풍경들은 정확히 어떤 것이라는 단정을 짓기 보다는 모호한 ‘면’들을 찾아 보여주려고 한다. 이렇듯 정철규는 회화를 중심으로 자신의 하고자 하는 말들을 은밀하게 때로는 폐쇄적으로 그러나 잘 들리지 않는 나지막한 소리로 들려주었다. 그러다 회화를 고집하기보다 매체를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하고자 하는 말들도 더 많아 진 것 같다. 퀴어페스티벌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인정받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을 격렬히 반대하는 집단들이 들고 나온 피켓의 글귀들을 차용하기도 하고, 그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며 우리 여기 함께 있는 동등한 존재라고 말하는 원형 탁자 위에 놓인 글자와 질량이 같지만 모양이 다른 덩어리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대립의 ‘면’을 찾아 보여주는데 과거부터 여성의 일이라고 단정 지었던 ‘자수(바느질)’를 양복천에 놓는다거나, 정답만을 요구하는 답안지 종이 위에 대립의 관계에 놓인 이미지를 재구성하여 보여준다. 이렇게 <<그런, 면에서>> 정철규는 사회 속에서 ‘사랑’이라는 것, 서로 밀고 당기는 팽팽한 긴장 속에서 살아가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소외되고 버려지는 감정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완성된 하나의 시각 표현은 조형의 기본 요소인 각기 다른 ‘점’들이 모여 하나의 ‘선’을 이루고 그 선들이 모여 ‘면’을 만들 때, 시각적인 형상을 볼 수 있게 된다. 김미래가 바라보는 ‘점’을 통해, 표영은이 느꼈던 ‘선’의 경계에서, 정철규가 만들어 놓은 ‘면’의 안과 밖에서 지금의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들을 계속해서 보여주고자 한다. / 김미래, 표영은, 정철규

출처: 신한갤러리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김미래
  • 정철규
  • 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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