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올해의 마지막 전시로 김민수 작가의 개인전 《아이의 언어》를 개최한다. 봄에서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신작 드로잉 십여 점을 선보인다. 아이의 언어를 닮아 천연하고 망설임 없는 선과 색 그리고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로잉들은 작업을 대하는 방법과 태도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성찰을 드러낸다.
아이의 언어는 질서를 따르기 보다는 불규칙하고, 때로는 서사 없이 세계의 파편을 하나의 놀이처럼 이어 붙인다. 이 언어는 말보다 가깝고, 개념보다 느리며, 눈빛과 몸짓처럼 미세한 감각과 함께 전달된다. 《아이의 언어》에 선보이는 드로잉의 선과 색이 의식의 흐름이 아니라 몸의 감각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테다. 종이 위에서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선, 우연함과 망설임 마저도 지워내지 않은 태도. 작가가 말하듯, “구겨진 종이를 꽃처럼, 찢어진 종이는 물결처럼” 바라보는 관점은 작품을 구성하는 물질성과 몸짓을 일종의 대화로 받아들이는 감각의 전환을 보여준다.
김민수의 드로잉은 즉 언어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그 언어는 문법이나 의미론의 차원이 아닌 듯하다. 아이처럼, 세계를 말하기 전에 먼저 감각하는 법을 배우는 일. 그리고 그 감각을 말이 되기 전의 상태로 머물게 하는 일. 이번 전시의 작업들은 바로 그 자리, 언어의 시작과 소멸이 동시에 존재하는 가장 여리고 열린 지점을 드로잉이라는 매체적 몸짓으로 기록한다. 작가는 화면 앞에서 망설이지 않으며 오히려 그 망설임을 드로잉이라는 작지만 촘촘한 시간의 층위로 받아들인다. 이 선들은 목적을 향해 나아가기보다 가볍고 불완전하게 머무른다.
《아이의 언어》는 어른과 아이, 말과 이미지, 선과 서사 사이의 경계를 흐리며, 결국 우리가 세계를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다시 시작될 수 있는지 탐색한다. 여기서 드로잉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속도와 방향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 언제든 변할 준비가 되어 있는 감각의 장에 가까울 것이다. 김민수의 드로잉은 그 변화의 가능성을 조용하고도 명료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아이는 가끔 나도 아이가 되기를 바라고 나에게 숙제도 주지만 결국 우리가 만나는 곳은 이렇게, 아이의 언어가 그러하듯, 설명 없이도 도달하며 말보다 앞서 우리의 마음에 닿는다.
김민수(1990년 생)는 일상에서의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회화로 가져와 표현하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 탐구한다. 현실의 세부를 관찰하고 사소한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며, 삶, 시간, 감각과 그림의 근원적 관계, 궁극적으로 회화의 존재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 및 예술전문사 졸업 후 오에이오에이(2023, 2024), 눈 컨템포러리(2024), 경기도미술관 (2025) 등에서 개인전을 선보였다. 《21세기 회화》(하이트 컬렉션, 2021), 《퍼스널 제스쳐》 (피비갤러리, 2024), 《넘기고 펼치는: 픽션들》(교보아트스페이스, 2024) 등의 주요한 기획전에 참여해왔으며 수원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푸른지대창작샘터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참여작가: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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