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예술공간에서는 2025년 10월 3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김방주 개인전 《그냥 생긴 기억》을 진행한다. 몇 해 전, 작가는 아버지로부터 집 한 채를 가득 채운 물건들을 떠맡게 되었다. 갑자기 건네받은 집과 용도를 알 수 없는 사물들은 숫자와 종류,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었다. 그는 병환으로 쇠약해져가는 아버지의 신체와 질서를 잃은 사물들, 동시에 이들 모두를 돌보는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초과적 상황과 시간을 보냈다. ‘이해한다’는 차원의 받아들임이라기보단, 되돌릴 수 없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넘기는’ 시간이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김방주는, 마치 “거인 같았던” 아버지-사물-사건들을 조금씩이나마 더듬어 갈 수 있었다. 이제 그는 이것이 자신이 어찌할 수 없이 “그냥 생긴” 일이자 시간이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 시간 끝에 김방주는 이들을 ‘되돌려’ 놓기로 한다. 물론 이들의 발신지가 아닌 여기 이곳에. 사물들은 어떤 이해관계도 의도도 지니지 않고 주어진 채로, 다만 전시장을 넘어 다른 누군가-어딘가-무엇에게로 향할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놓여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시란 형식을 빌은 이 시공간은 어쩌면 다시 건넴의 자리이자 통로가 될지도 모른다. 작가 역시 이곳에 머물며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 자신을 이루는 것들을 떠나 보내고 또 나누려 할 것이다. 아마 당신에게도.
작가소개
김방주는 주로 퍼포먼스나 수행적 요소가 있는 행동, 개입, 협업을 포함하며, 기존의 구조와 관계를 질문함으로써 예술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하려고 시도해왔다. 또한 본인과 사회가 접촉하는 경계를 관찰하고 스스로를 재-매개하는 규칙(rules)을 부여함으로써 기계적 움직임을 수행한다. 기계적 수행성을 지닌 신체를 하나의 객체로 관계함으로 스스로를 포함한 구조를 새로이 바라본다. 최근의 주요 참여 기획전으로는 《오프-타임》(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2023), 《걷기, 헤매기》(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23), 《우리가 전시를 볼 때 말하는 것들》(SeMA 벙커, 서울, 2021) 등이 있다. 크리스티안 얀콥스키(Christian Jankowski)와 27명의 예술가와 진행한 프로젝트 〈THE PERFECT RESIDENTS〉(Kulturakademie Tarabya Istanbul, 이스탄불, 터키, 2017)와 2016년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이 시작한 공공 영역에서의 프로젝트 〈MANIFESTINA〉(취리히, 스위스, 2016)에 참여하였고, 《Neap Tide with Spring Tide》(여울마루, 여수, 2022), 《You Can't Put Out This Fire》(인천 아트 플랫폼 창고 갤러리, 인천, 2021), 《(Don't) Look at It’》(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2020)의 개인전을 진행하였다.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주체
출처: 아마도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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