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개인전 : Ambiguous Wall

아트딜라이트갤러리

2021년 3월 31일 ~ 2021년 4월 24일

우리에게 건물은 거처, 학교, 쇼핑 시설 이기도 하면서 안식처, 투자, 지역 경제 활성화 역할의 개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현시대에는 편의와 투자를 위해 많은 건물이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 우리는 신축 건물이 급속도로 늘어날 수록 이익을 얻기도 하지만 건물 사이로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은 분명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건물이 격자 형식을 띠고 있어 속을 가로질러 정경을 볼 수 있다면, 건물로 둘러싸여 사는 현실에서도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 건물 속을 노출시키고자 한 김병주 작가는 <Ambiguous wall> 시리즈를 통해 구조물을 그리드로 표현하고 안을 넘어선 공간으로 시선을 이끈다.

김병주는 설계도를 기반으로 하여 철판 레이저 커팅 작업을 한다. 깔끔하게 절삭된 철판을 용접하거나 볼팅으로 조립하여 교차, 결합한다. 엮은 그리드를 우레탄 페인트를 사용하여 다양한 빛깔로 채색한다. 단단한 스틸과 여러 색으로 연결된 그리드는 지각을 교묘히 방해하며 내가 보는 것이 평면인지 입체인지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Ambiguous wall> 시리즈의 부조 작업은 입체적 구조물을 계획적인 압축을 통해 평면화 시키지만, 회화와는 다른 공간감을 만든다. 보는 위치에 따라 부피감이 커지기도 하고 푹 꺼지기도 한다. 또 작품을 가까이 보면 중첩된 공간 사이로 새로운 통로가 생긴다. 우리의 시각이 그 통로로 들어가는 순간, 시각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구조물 사이에서 이리저리 맴돌게 된다. 

그리드 안을 보면 건물을 채울 수 있는 사람, 가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관객은 단순히 텅 빈 공간을 거리와 각도를 옮기면서 감상하는 것에서 나아가 상상력으로 그 안을 메울 수 있다.빈 통로에 과거 가족과 방문했던 놀이공원 풍경, 현재 내 방을 채우고 있는 물건들, 미래에 꼭 거닐고 싶은 해외 여행지의 한 골목을 상상으로 배치 한다. 길게 펼쳐진 거리에 자신의 추억, 현실, 계획을 위치시켜 비밀의 장소를 만들 수 있다. 

관객은 전시장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그리드를 마주하게 된다. 작품을 한 눈에 담기 위해서 뒤로 물러서서 보고 작품과의 거리를 좁혀 속을 살핀다. 눈을 옮기는 방향에 따라 생성되는 모호한 공간 때문에 혼란스럽다. 하지만 관객은 오히려 불명확한 상황을 이용하여 자신만의 정답을 내릴 수 있다.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공간에 현재, 과거, 미래를 담아 하나 밖에 없는 개인적인 공간을 내 의지대로 형성할 수 있다. 관객은 모호함을 이용하여 공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건물을 옮겨 푸른 하늘을 활짝 열진 못하지만 이 전시에서 뻥 뚫린 건물을 가로 질러 확 트인 시야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여작가: 김병주

출처: 아트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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