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정 개인전 - CAPTURE-PLAY : 캡처-플레이

쇼앤텔

2019년 11월 10일 ~ 2019년 11월 20일

show
놀다 잡은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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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낚아채는 방법에 대하여


CAPTURE-PLAY : 캡처-플레이

언뜻 캡처(Capture)라는 행위는 단순하게 들린다. 무언가를 포착한다는 것은 창조와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기존에 것에서 특정 부분을 잡아낸다'라는 지점에서 예술보다 보도에 좀 더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기 쉽다. 이 캡처를 놀이(Play)라는 행위와 결합했을 때 전혀 다른 층위의 생태계를 조성한다. 이 생태계는 [놀이의 개념과 영역이 확대되는 현대 사회]에서 빠르게 그 자리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여러 매체에서 등장하는 영화 <타짜>의 '곽철용'은 '아이언 드래곤'으로 다시 등장했다. SNS에서 시작된 이 현상은 레거시 미디어인 TV에도 진출했다. 원인에 대해선 다양한 추측이 있지만 결국 이 행위의 본질은 캡처다. 

캡처 & 플레이(Capture & Play)는 리메이크(Remake)와 듀플리케이트(Duplicate)의 사이에 존재한다. 리메이크는 다른 이에 의해 재해석된 결과며, 듀플리케이트는 단순한 복제이다. 캡처 & 플레이는 이 둘의 경계에서 발견된다. 단순한 캡처라도 새로운 맥락 속에서 기존의 것은 전혀 다른 무언가로 각색된다. 듀플리케이트지만 결국 리메이크적 효과를 가져온다. 지금까지 레거시 미디어 또는 생산자들이 접근하지 못했던 방식이다. 다른 연상이자 창조의 방법이다. '왜 하필 [곽철용]이냐' 라는 질문에 추측은 있으나 정답은 없다. 흔히 '역주행'이라는 워딩으로 설명하지만 분명 새로운 콘텐츠 생산 수단이 되었다. 이런 캡처를 매우 얕은 고민의 층위에서 출발하는 행위로 바라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콘텐츠가 인류 역사상 최대로 범람하는 이 시대에, 하나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발견하고 구축하여 모든 매체에 영향력을 과시한 결과물을 단순하게만 바라보는 것 또한 깊은 고민의 층위에 있다고 보진 않는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캡처라는 행위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선택으로 이뤄진 하나의 현상이란 것이다.

김소정의 이번 전시는 이러한 현대적 감수성의 경계를 구성해 보여주고 있다. 캡처라는 행위의 근원에 주목하여 현대인의 새로운 욕망을 들여다본다. 전시 공간의 그물망은 캡처라는 행위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오브제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에 맞게 작품은 거치됐다. 이는 거미줄의 거미가 먹이를 포획하듯이 캡처는 일종의 본능에 가까운 행위임을 암시한다. 그물 또는 거미줄의 본질은 대상의 포획이다. 하지만 그 내면엔 틈새를 이용한 선택적 포착이 이뤄진다. 그물의 선택적 포착은 일정 수준 이상의 덩어리에 반응한다. 즉, 모든 것이 포획되고 포착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덩어리가 된 이야기를 포착하는 행위는 작가의 캔버스 안 포착 행위와 같다. 김소정은 캔버스에 남아있는 물감 자국과 그어진 선에서 출발해 연상 놀이를 통해 화면을 전개시켜 나간다. 그 속엔 무언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사라졌던 흔적들이 있다. 모두가 당장이라도 사라질세라 본인들의 생김새와 성격을 묘사하며 쉴 새 없이 떠들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의 합으로 하나의 시끌벅적한 화면을 구성한다. 전시장에 배치된 9개의 그림은 각각 다른 담화를 다루는 듯하다. 어떤 화면의 소리는 지나치게 시끄러워 불안감을 조성하지만 또 다른 이미지의 화면은 너무나 고요하여 시선이 머무는 시간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물감과 선의 바탕감은 차이가 없어 보이는 화면일지라도 캡처에 따라 전혀 다른 소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한 캔버스 내에 여러 결의 대화가 있지만 결국 하나의 캔버스에선 하나의 목적성을 나타낸다. 이는 포착의 욕망은 직관적이고 동시다발적이지만 특별한 질서를 추구하고자 함을 시사한다. 놀이와 같은 연상 과정 속에서 결국 하나의 맥락으로 나아간다. 연상 놀이의 개체 수가 증가할수록 하나의 맥락으로 귀결되는 양상은 다수의 참여자가 존재하는 소셜 네트워크의 플랫폼의 형태와 일치한다.

지금의 직관은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그리고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은 갈수록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캡처에 대한 김소정의 고민도 빠르고 어렵게 전개된다. 지금 수면 위로 떠오르는 콘텐츠들의 밑에서 벌어졌던 심해 속 논쟁을 보는 듯한 연상 놀이. 이야말로 현대인 중에서도 디지털베이스로 자란 세대의 욕망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닐까. / 장용민


작가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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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쇼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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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김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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