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헌 : flower arrangement

갤러리밈

2020년 7월 29일 ~ 2020년 8월 16일

작가노트

나의 작업은 몇 년 전 경험에서 시작한다.

길을 걸어가다 나지막한 나무에 주황색 꽃이 예쁘게 핀 것을 보고 사진을 찍으려 다가갔는데, 가까이서 보니 꽃이 아닌 나뭇잎의 끝부분이 시들어 말라가고 있었다. 이때부터 시들고 죽은 것과 살아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시작했고, 죽은 식물을 수집하였다. 이때부터 시든 식물을 곁에 두고 보다 보니 이미 시든 이후에도 놓여있던 공간의 환경에 따라서 형태와 색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을 보게 되었고, 심지어 같은 꽃이라도 환경에 따라 다르게 변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시들어서 버리려던 식물을 오랫동안 곁에 두고 보고 있으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식물의 색과 형태가 천천히 변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분이 완전히 마르고 죽었다고 생각했던 존재가 느리지만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실제로는 죽은 것이 아닌, 스스로는 다른 모습으로 형태를 바꾸고 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공간과 시간에서 존재하던 시든 식물을 수집하여 화면안에서 재조합해서 현실세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의 식물을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어떤 것은 커지고 작아지고 분리되고 다시 연결되면서 여러 시간과 공간이 하나의 화면에서 새롭게 재조합되는 경험을 하게 되고,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어딘가 익숙한 형태의 유기체를 마주하게 된다.

임의로 배열하고 조합해서 만들어낸 것이지만, 화면 안에서 생동하는 존재를 마주하고있으면 실제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내가 만들어낸 화면안에서 뿐만 아니라 어딘가에서 실재하고 있을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내가 가보지 않은 곳 어디엔가 존재하는 미지의 식물처럼.

출처: 갤러리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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