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애 개인전 : Not Just Tiny But Abstract

OCI미술관

2019년 5월 16일 ~ 2019년 6월 8일

‘정보화 사회’라는 용어는 익숙하다. 그런데 정작 정보에 대해선 별다른 인지가 없다. 정보란 무엇일까? 정보는 대상을 명징하게 규정할 수 있을까? 미술 작업으로 정보의 속성을 은근히 깨달을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바로 5월 16일부터 6월 8일까지 종로구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에서 열리는 김신애 작가의 개인전 《Not Just Tiny But Abstract》. OCI미술관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 2019 OCI YOUNG CREATIVES의 여섯 선정 작가 가운데 하나인 김신애의 이번 개인전은 ‘공간’이라는 미술 본연의 탐구 대상을, 그와 관련한 수많은 정보들을 극도로 간결한 조형으로 응축하는 과정을 내보임으로서 공간의 의미와 정보의 속성에 대해 되짚어보는 기회이다.

김신애는 수치나 좌표, 각도 등의 정보를 설치물로 변환하고 형상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OCI미술관 1층 공간의 정보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OCI미술관 1층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여러가지일텐데, 대체 어떤 정보를 다룬다는 것일까? 전시장의 면적, 높이, 변의 수, 모서리 길이, 꼭짓점의 수와 위치, 벽체 색상, 바닥 마감, 천장 재질, 공간의 부피…아무리 많은 정보를 아무리 자세히 다룬들 그것이 ‘정보의 전부’가 될 수 없고, 따라서 ‘모든 정보’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이미 정보의 선별이 필연적으로 일어남을 알아챌 수 있다. 정보는 선택적이다.

작가는 전시장 1층 공간을 몇 개의 층으로 분리한다. 공간은 길쭉하거나 통통한 몇 개의 사각형의 조합으로 파악한 것이다. 이들 사각형의 둘레는 꼿꼿이 펴서 스틸 막대로, 사각형의 각 변, 그리고 다른 사각형과의 교차점은 막대 표면의 마디로 변환한다. 둘레 길이 수치를 색상값 삼아 막대에 색을 입힌다. 미술관 천장과 벽면 둘레를 차곡차곡 쌓고 더하여, 공간을 이루는 수많은 직선을 ‘길이 총합’이라는 단 하나의 수치로 수렴한다. 이는 다시 동일한 길이를 지닌 작고 강렬한 색상의 실타래로 물질화, 형상화하여 전시장 벽면과 바닥이 만나는 어느 모서리 홈에 살포시 자리한다.

책이라기보단 신문지에 가까운 크기의 아트북은 공간을 사방으로 더듬는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벽과 천장, 보와 보의 교차로 나타나는 모서리의 길이, 수많은 꼭짓점의 위치와 개수는 알 수 없는 수치와 표시의 난무로 책장을 채운다. 이는 정보를 표기하는 기호이면서, 정작 기의의 무게는 흐리고 지우길 반복하여, 마침내 숫자나 문자를 닮은 어떤 ‘형태’처럼 책을 점령한다. 관객은 넘기기도 힘들 정도로 큰 책장을 펄럭거리고 구기며 정보가 물질화하고 체화했음을 시각과 촉감과 소리로 체험한다.

벽면과 바닥이 만나는 모서리를 따라 이어진 홈의 폭은 20mm. 이 20mm는 온전히 홈이 독점하는 정보는 아니다. 전시장 홀 가운데에 놓인 책상은 20mm짜리 검정 각파이프로 다리를 짰다. 전시 제목의 ‘Abstract’는 정보의 이러한 공공재를 닮은 속성을 암시한다. 정보는 절대적이지 않다. 가변적이다. 비어 있는 잔과 같다. 물 담으면 물잔, 술 담으면 술잔이다.

정보를 흔히들 마치 대상 자체인 양 착각하곤 한다. 김신애가 전시장을 드나들며 발췌한 정보는 모두 그가 직접 실측한 것들이지만, 반대로 그 수치들이 OCI미술관의 실제 공간을 온전히 규정하지는 못한다. 미술관 공간 고유의 성질이라기보단 이 순간의 ‘스냅샷, 그림자, 흔적, 소문’이라고 보는게 더 적절할 것이다. 정보는 대상의 부스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멀찍이 떨어져 그걸 가리키는 화살표일 따름이다.

비뚜름히 접힌 종이는 원래 가장자리였을 붉은 선분이 종이 안쪽으로 들어와 새로운 사각형을 낳는다. 전시장 벽과 바닥이 만나는 모서리의 홈은 미술관 외장에 쓰인 붉은 벽돌 색상으로 물들어 있다. 안팎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관계가 또다른 정보를 무궁무진 발산하는 것이다. 정보는 대상의 특질보단 대상과 또 다른 대상, 대상을 이루는 요소 사이, 혹은 대상과 그것을 파악하는 주체 사이의 관계에 가깝다. 그 결과물은 주체, 시간, 맥락, 대상, 그 밖의 수많은 것들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정보는 내용이라기보다는 ‘파악 시도’와 같은 ‘사건’인 셈이다.

멀리 보아 김신애에게 조형이라는 건 결국 정보 표기의 한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형태로 끝없이 순환, 치환될 가능성을 늘 품고 있는, 혹은 이미 그 과정에 있는 수많은 사건들인 것이다. 그런 맥락을 새끼줄 삼아 정보, 사건, 조형은 모두 한 굴비 두름에 자연스레 엮인다. 이번 개인전은 그런 굴비 두름을 짜지 않고 담담히 늘어 놓는, 조곤조곤 자린고비 전시라 하겠다.

김신애(1984~)는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독일 뮌헨미술대학교에서 Diplom 및 Meisterschüler(Klasse.Prof. Olaf Nicolai)를 취득했다. 공간, 차원, 조형 요소에 대한 근원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각각의 속성, 그들이 이루는 관계, 이들에서 수렴 가능한 정보의 특성 등을 간결하면서 다채로운 조형으로 전이하는 작업을 한다. 2019년 OCI미술관 개인전 《Not Just Tiny But Abstract》에서는 OCI미술관 실제 전시 공간의 정보를 조형화하여, 정보의 속성을 엿볼 기회를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출처: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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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김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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