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람 개인전 : Dovemom

플레이스막 인천

2019년 5월 11일 ~ 2019년 5월 31일

며칠 전 네이버  '직업과 인물' 카테고리에 '돼지아빠'라는 수식을 보고 클릭을 해보았다.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돼지를 안은 남자의 대문사진을 보고 동물권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기대했거나, 혹은 불길함이 예상되었던 일종의 모순된 상황을 목도하고자 함이겠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은 힘든 상황에서도 돼지를 열심히 키워내 연매출 250억을 번 사업가의 자수성가 이야기가 핵심이었다. 돼지의 아빠라고 스스로를 명명하고 자녀를 도축해 돈을 버는 웃픈 언어의 오용을 통해 자본의 성취를 앞세운 이야기와 맞물려 의도하지 않은 기괴함과 아이러니가 강조된다. 이런 사사롭고 흔해 빠진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는 이유는 지금부터 '도브맘'이라고 부르게 될 김아람 작가에 대한 이야기와 일종의 의대칭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아람 작가는 '후라이드 치킨'의 부산물인 닭 뼈에 금박을 입히거나 계란의 속과 껍질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조립하고 돼지의 살과 삶에 대해 글, 드로잉, 각종 프린트 형태의 작업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동물에 대해 시선을 두고 있다. 하지만, 도시 안에서 동물에 대한 이야기와 이미지의 표현들은 좁혀지지 않은 간극과 메아리로 돌아오게 되고, 그것을 넘어서고자 작가는 더욱 적극적으로 질문해 보고자 한다.

2019년 4월 3일 12시 홍제천 모래내 고가차도 밑에 당도한 김아람 작가는 '후추'라고 불리게 될 도시형 비둘기 한 마리를 포획하는데 성공한다. 미지의 생명체(알고 있다고 간주되는)에게 간단한 의료적인 상담을 통해 혹시나 모를 조류인플루엔자(AI) 유무를 확인한 작가는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로 5일 동안 동고동락 하면서 '후추'와 지낼 준비를 한다. 

집비둘기로 추정되는  '후추'는 비제비둘기(Columba livia)에서 개량되어 만들어진 품종으로 서울 및 전 세계 도시 어디에서나 쉬이 발견된다. 아스팔트에서 태어난 듯한 잿빛의 비둘기 생명체는 2009년부터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어 포획할 수 있다고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간들은 비둘기를 만났을 때 그 유해성이라는 이유로 에둘러 지나간다. 1988년도 서울올림픽 당시 평화의 상징 기능을 수행한 이후 자본의 용도에 무사히 빗겨나가 공격적 포획, 살생, 섭취, 멸종의 여집합에 존재하는 행운의 상징이 아닐까 한다. 물론 김아람 작가를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1957년 위스콘신 대학의 해리 할로(Harry Harlow)는 붉은 원숭이의 새끼들을 어미와 분리시켜 텅 빈 우리에 넣고 철사로 만든 가짜 어미와 다양한 실험을 실시한다. '원숭이 애착실험'으로 불리는 이 실험은 포유류의 접촉과 사랑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감행되었다. 이 실험으로 현대의 육아법에 사랑표현이 포함되었지만 실험과정의 잔혹성으로 논란이 되었다. 

흥미롭게도  김아람 작가와 비둘기'후추'가 지내게 되는 유리벽 문으로 막힌 작업실 공간은 이러한 실험의 공간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무작위로 선정된 (포획된) '후추'와의 관계맺기에서 실험자이자 피실험자로서 '도브맘' 역할을 작가자신은 분하여 스스로를 가두고 바라본다. 그렇다면 이 작업(실험)에서 각각에게 부여된 역할을 좀 더 들여다보자.

후추는 예상했던 것과는 반대로 차분하고 빠른 적응을 보였다. 후추 내부에서 일어난 의식과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유추할 수는 없었지만 '도브맘'위를 성큼 걸어 다니거나 건강한 섭취, 배변활동을 통해 유연한 동물의 뛰어난 적응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브맘'의 의식변화는 자세하게 열거된 문서 및 영상을 통해 드러나는데, 다양한 층위의 감정이 충돌하는 기록들이 주를 이루었다. 낯선 공간 낯선 생명체와의 동거가 주는 불편하고 서걱거리는 감정에서 시작하여 무료함과 동시에 '후추'라는 존재가 만드는 소음, 오물투척, 귀여움, 자신의 죄책감, 분노 등이 한데 뒤엉긴다. 

반려동물을 제외하고는 추상적으로 지각되는 동물과의 물리적인 거리를 좁히기 위해 도시의 비둘기 중 한 마리를 '후추'라고 명명하고 펼쳐지는 실험의 수행성을 통해 이야기되는 지점은 무엇일까? 이 실험의 예술성, 혹은 작품으로서 실험이 시간을 더 할수록 작가가 제공하는 양가적인 태도의 잔상이 진해진다. 동물은 자신의 환경과 컨디션에 대해 항거할 인간적인 언어나 물리적인 제스처를 갖추지 못하였다. 인간은 동물에 대한 이해를 위해 머리뚜껑을 열어 뇌의 단면을 보기도 하고, 40년 이상 유인원의 곁에서 행동의 면면을 관찰하는 영국인 여성(제인 구달)도 있고, 동물은 영혼이 없는 기계라고 말했던 철학자(데카르트)도 있다.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로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은 '의식'의 유무일 테다. 동물의 '의식'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서 오히려 인간의 '의식'이 주는 흥미로운 지점에 대해서 바라보게 된다. 작가가 의도한 것보다 더 큰 의미로 확장된 쟁점이 바로 인간에게 부여된 '의식'이라는 활동은 우리가 예상한 것처럼 이롭게 작동되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설정에 대해 개인적인 가치와 추구들이 있을 터이고, 그렇다면 이 퍼포먼스를 시작하기로 한 김아람 작가의 의지는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작업적 당위를 위해 대상과 직접 부딪혀 나오길 기대하고 바라는 순수한 의지일 테다. 결국 '후추맘'으로 행위 한 5일을 통해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도시의 생명체를 초대하여 밀도 있는 동거를 통해 가족으로 변신할거라는 작가의 마음은 순진하면서 위험해 보인다. 작가가 최초로 설계한 계획은 지속적으로 수정된다. 기존 작업들을 통해  동물에 대해 이야기하던 일종의 공고한 가치관에 유의미한 의심과 균열이 일어나고 그런 자신이 낯설다. 작가가 자신과 작업의 관계에 대해 비밀을 풀어내려는 하나의 질문이 작가의 몸을 관통하여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모든 실험이 끝나고 방생된 후추는 자유의 몸이 되어 홀연히 하늘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는 아마 인간에 대한 불신과 경계를 드높일 테다. 그리고 땅 위에 남아있는 인간은 ‘후추’와 김아람 작가의 가족되기 프로젝트를  통해 형성된 재채기 나는 질문에 개별적으로 답해 볼 때이다. / 김민이

출처: 플레이스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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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김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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