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형 아트 플랫폼 보글맨션의 열 번째 기획전시 김연임&크리스 로 2인전 《느리게 말하기 Slow Talking》가 오는 10월 24일부터 11월 29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마프(MAF)에서 개최된다.
전시 제목 ‘느리게 말하기’는 소통의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더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과 의지, 전략을 의미한다. 쉽고 빠르게 전하는 대신 다소 수고롭더라도 천천히 전달하기를 택함으로써, 전하고자 하는 의미와 감정이 온전히 전달되기를 바라는 태도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두 작가, 크리스 로와 김연임은 서로 다른 매체와 언어를 통해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크리스 로는 웃음, 침묵, 소리, 도둑질처럼 시각적으로 포착되지 않는 개념을 색채, 움직임, 면과 선으로 조합한다. 화면의 강렬한 색감과 예기치 않은 리듬은 마치 대화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유머 같다. 겹겹이 쌓인 색과 질감은 공간을 만들어내며, 천천히 말을 거는 듯한 화면 안에는 위트와 긴장이 공존한다.
김연임은 상담과 코칭, 교육을 통해 타인의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는 경험에서 출발한다. 감정과 상태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업을 함으로써 자신을 회복하고 정리하는 과정으로 삼는다. 한지, 섬유, 실, 흙 등 자연적인 재료를 사용해 여백과 매듭, 질감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관계 속에서 경험한 감정을 작가의 언어로 다시 말한다.
김연임과 크리스 로는 ‘느리게 말하기’를 통해 작품이 관람객에게 더욱 선명하게 닿기를 바란다. 전시를 통해 마음의 전달 방식과 관계 맺기의 태도를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시는 매주 목·금·토에 운영되며, 10월 24일 오후 6시에는 오프닝 리셉션이 진행된다.
작가소개
김연임(Yunim Kim)은 한국 전통 예술과 공예에 관심을 갖고, 자연 재료와 전통 미감을 새로운 감각으로 시각화 하는 작업을 한다.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것,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시간의 작용과 수행성을 탐구한다. 경희대, 서울대, 연세대에서 공부했으며 문화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배경을 쌓고, 현재는 대학원에서 상담을 공부 중이다.
크리스 로(Chris Ro)는 디자이너이자 그래픽 아티스트로, 주로 보이는 것보다 감각하거나 느끼는 것을 탐구한다. 유머, 소리, 지리학, 도둑, 우주 등의 소재는 레이어를 쌓아 만드는 작가의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운동성, 공간성이 느껴지는 작품을 제작한다. UC 버클리에서 건축을,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ISD), 서울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