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 성민지: Everlastings

레이프로젝트 서울

2025년 12월 1일 ~ 2025년 12월 13일

예술은 사라져가는 것을 붙잡고, 붙잡을 수 없는 것을 바라보며 머무는 행위이다. 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무언가를 오래도록 간직하려는 근원적인 욕망에서 비롯된다. 전시 제목 'Everlastings'는 바로 이러한 영속의 욕망을 은유한다. 건조한 환경에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국화과 식물을 뜻하는 이 단어는 '영원한, 변치 않은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두 작가, 김연호와 성민지는 각자의 고유한 방식을 통해 ‘영속성’이라는 화두를 응시하며 작업을 전개한다.  

김연호는 일상 공간의 어둡고 폐쇄된 틈에서 멈춰 있는 시간을 발견한다. 주차장, 고가 아래, 버려진 터미널처럼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지만 아무도 머물지 않는 장소들에서 그는 역설적으로 내면의 안식처를 발견한다. 일상과 단절된 공간이 오히려 지친 현실의 숨구멍이 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한지에 스며든 수채는 공간이 지닌 습기와 냉기, 그리고 고요함을 내포하며, 검은 파스텔과 연필로 겹겹이 쌓아 올린 밀도 높은 선들은 어둠 속에서 역설적으로 빛을 만들어내 영속적인 시간을 화면에 새긴다. 차가움과 따뜻함의 감각을 함축한 이 공간은 현실적인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머무름의 상태로 영속된다. 

성민지는 고정된 작업실 대신 삶의 유동적인 현장을 선택하여 영속성의 경로를 탐색한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드로잉 북을 들고 집 안팎을 오가며 작업하는 그에게 깃털, 돌, 장미, 의자, 구름과 같은 일상적 이미지들은 고정된 의미 없이 관계의 감정과 시간을 담아내는 매개체가 된다. 펜과 수채, 아크릴과 목탄, 한지와 가죽이 한 화면 위에 겹쳐 올려지면서 여러 시간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직관적으로 그려진 화면들과 풀로 종이를 이어 붙이고 자르는 콜라주의 과정 자체에 작가의 감상과 기억이 이어 붙여지게 된다. 작가에게 회화는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확장되는 화면과 같으며, 이는 기억과 감상의 흐름을 영속 시키는 매개가 된다.

두 작가는 일상의 상이한 영역, 즉 익명의 공간과 사적인 순간들을 바라보지만, 그 일상을 회화로 기록하는 방식에서는 결국 같은 길 위에 있다. 김연호가 멈춰 있는 공간의 고요함을 붙잡는다면, 성민지는 움직이는 감각의 흐름을 응시한다. 두 작가 모두 감각의 조각들을 화면에 옮기며, 그 대상들을 회화 속에서 영생 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깊은 욕망 이야말로 그들의 작업을 지속시키는 근본적인 원동력이 된다.

멈춰 있는 공간과 흐르는 순간, 고요한 내부와 움직이는 외부, 사적인 감정과 익명의 공간이 한 자리에 놓인다. 관객은 두 작가가 영생 시키고자 한 감각을 마주하며,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사라지지 않기를, 혹은 조금 더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지 조용히 되묻게 될 것이다. 

참여 작가: 김연호 성민지

출처: 레이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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