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 나는 사냥꾼이 아니다

신한갤러리 광화문

2018년 10월 11일 ~ 2018년 11월 12일

작업노트 

나는 우리 주위를 항상 둘러싸고 있는 크고 작은 긴장감을 주로 동물의 신체를 빌어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는 이 느낌은 내 삶이 다른 대상의 삶과 직접적인 대립 관계에 놓여 있을 때, 보다 확실히 드러난다. 이 순간을 동물의 삶에서 포착하여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한다. 신선한 형태의 동물조각에서 보이지 않는 긴장과 그 삶에 잠재된 힘을 경험하게끔 하는 것이 이 작업의 지향점이다. 

모든 생명체는 내?외부로부터 끊임없이 위협받으며 생존을 갈구한다. 이 위협을 극복하고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가는 과정이 삶이다. 살아가면서 수 없이 많은 위협과 대치 할 때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은 생존에 대한 본능에서부터 시작되고, 이 삶을 위한 힘이 만들어 내는 긴장감은 우리 주변을 가득 채워 보이지 않는 형태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작품 ‘늪영양’은 위협을 감지한 어린 늪영양이 회피 행동을 하기 직전의 순간이다. 스테인리스 강선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뼈대 위에 얇은 스펀지로 표현된 부드러운 살과 긴장된 근육은 생사의 기로에 놓인 위태로움과 이를 극복하려는 힘이 있다. 

‘암사자’ 는 초식동물의 긴장감을 대표하는 ‘늪영양’과 대척점에 있다. 일반적으로 백수의 왕으로 부각되는 강인한 포식자의 이미지가 아닌, 먹이를 사냥 하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사냥꾼의 모습으로, 스펀지로 재현된 앙상한 뼈가 그 절박함을 느낄 수 있게끔 한다. 뜻밖의 무기력한 모습이지만 그 발 끝은 아직 날카로움이 남아있다.

‘신중하게 한 걸음’ 연작은 한 걸음의 작은 몸짓으로 결정될 지도 모르는 생사, 혹은 성패로 인하여 극도로 조심스레 움직이려는 모습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스펀지로 조각된 그 한 걸음은, 작은 몸짓의 존재감조차 억제하려는 신중함의 반영이다. 

작품 ‘눈덧신토끼’ 와 ‘뇌조’는 모두 자신의 신체 중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인 ‘눈덧신’ 을 배제 당한 상태이다. 자신의 최대 생존 무기를 잃은 상태에서 눈덧신토끼는 털과 두 귀를 더욱 예민하게 세웠고, 뇌조는 깃털을 더욱 부풀리는 것으로 이 상황을 극복하려 한다. 

우리는 각자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경쟁 해 왔으며,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이 곧 삶의 실패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항상 안고 있다. 그리고 이것과 같은 종류의 두려움이 완전히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TV속 야생동물의 눈에서 목격 된다. 피 튀기는 야생의 생존 세계는 우리의 그것과 닮아 있으며, 생사의 기로에 놓인 순간에 발휘되는 힘과 그 힘들이 맞부딪혀 이뤄내는 긴장감에는 특유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현재의 작업들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긴장감과 힘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출처: 신한갤러리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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