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선 개인전 : The South

일우스페이스

2018년 6월 21일 ~ 2018년 8월 8일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은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 1층 로비에 위치한 일우스페이스(一宇SPACE)에서 제8회 일우사진상 수상자인 김옥선(52) 작가의 수상기념 전시를 개최한다. 김옥선 작가는 제8회 일우사진상에서 출판 부문에 선정되었다. 6월 21일(목)부터 8월 8일(수)까지 일우스페이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거주하는 제주도 특유의 종려나무 및 다른 종류의 나무들을 촬영한 사진 30여 점을 소개한다.

김옥선은 지난 작품들 속에서 국제결혼 한 부부, 게이커플, 그리고 영어교사, 비즈니스맨, 여행사 직원, 요가선생 등의 직업을 가진 방문객, 임시거주자 혹은 영구이주자 같은 다양한 이방인들을 등장시켰다. <해피 투게더>(2002)는 이 일련의 작업들 중 맨 처음 것인데, 백인 남성과 아시아계 여성 부부를 찍은 연작이다. 작품집 <함일의 배>(2008)의 사진들은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일상적인 여가활동을 하는 한 순간을 기록한 것이다. 예를 들어 셀리는 산책을 하다 잠시 제주의 골목 담에 기댄 모습으로 등장하고, 리치는 수영하고 나온 작은 해변에서 홀로 바다 저편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브라이언은 검도 연습 중간에 낮은 언덕으로 펼쳐진 경사면을 배경으로 촬영에 임한다. 제주 특유의 이국적인 풍광과 생활공간을 배경으로, 그들은 이방인이자 또한 경계를 가로지른 자유인으로서 스스럼없이 자신의 일상을 내보인다. (2010)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집안의 의자나 침대 등지에 앉거나 서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연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작가가 인물들을 마치 도감圖鑑사진처럼 최대한 표준화된 프레임과 촬영방식으로 압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옥선의 이번 나무사진은 어떤 새로운 발견 혹은 만남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만남 혹은 발견은 두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하나는 그 발견이 삶의 주변 영역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그것이 빛남의 발견이라는 성격을 갖는다는 점이다. 이 나무들은 외딴 들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숲 속 같은 곳이나 흔한 일상 공간 어딘가 예를 들면 길가, 집 옆 같은 그냥 지나쳐 버리게 되는 그런 장소들에 위치해있다. 그러나 나무들은 나름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빛나거나 몸 전체로 빛나며 혹은 어떤 분위기를 발산하면서 빛난다. 

숲속에 위치한 나무사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나 기형의 생명체가 아닌 그러한 존재들 너머의 존재, 일종의 영적 존재의 흔적과 기운이다. 어떤 경우 그것은 서로 얽힌 나뭇가지들을 타고 오른 넝쿨뭉치들의 기이한 모습과 분위기로 감지되며, 어떤 경우는 몸통이 넝쿨 식물로 뒤덮인 나무가 환상의 괴물처럼 느껴지는 식으로 감지된다. 또 달리는 가녀린 나뭇가지들이 얽혀 만들어낸 형태의 떨림이 알 수 없는 타자의 존재를 암시하는 듯 포착되기도 한다. 하지만 영기서린 이 숲속 공간 또한 실상은 아무도 찾지 않거나 모두가 그냥 지나쳐 버리는 황폐한 장소다. 그러나 이곳에서 덤불, 넝쿨, 가느다란 가지, 풀숲 변형 나무들 같이 미약하고, 미미하고, 미천하며, 왜소한 사물들의 얽힘은 또 다른 빛의 반짝임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은 주변적인 존재들에 깃들어 있는 경이로움이다. 

김옥선은 열린 시선으로 나무들 하나하나의 차이를 인지하고 그들의 특이성과 생명력을 포착하고 그것들 너머의 존재를 감지한다. 이방인이라는 문화적 타자와의 오랜 씨름 끝에 그녀가 만나고 발견한 것은 배제의 대상으로서 이방인이 아니라 차이를 가진 개별 존재들의 특이성이며, 중심-주변의 폐쇄적인 체계 속에서 주변화 되었던 것들 모두가 빛나는 열린 세계다.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에서 주최, 주관하는 일우사진상은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작가에게 세계무대로 향하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 위해 출판 부문 수상자에게 세계적 아트북 전문 출판사인 독일 핫체 칸츠(Hatje Cantz) 단독 작품집 출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핫체 칸츠가 발간하는 사진집의 출판 기념전이기도 하다.

출처: 일우스페이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김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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