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철 개인전 : GLARE Yunchul Kim : GLARE

바라캇 컨템포러리

2019년 9월 19일 ~ 2019년 11월 17일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2019년 9월 19일부터 11월 17일까지 김윤철 개인전 《GLARE》를 개최한다. 김윤철 작가는 한국에서 전자음악을, 독일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했다. 작가는 독일 유학 당시부터 물질의 본질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것이 지닌 잠재적 성향(disposition)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다. 이를 위해 작가는 오랫동안 다양한 물질을 연구해오면서 인간의 경험 영역을 넘어서는 또 다른 실재에 대한 상상과 창조의 가능성을 보여줘 왔다. 

전시 《GLARE》는 작가가 상상하는 물질의 세계를 구현한 것으로 이는 인간이 문화를 형성하기 이전 혹은 언어로 정의되기 이전의 차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작가는 ‘비인간 행위자(non-human agency)’로서 기계, 인간, 사물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 세계의 여러 층위를 가시화하는 작업을 한다. 《GLARE》는 공상 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볼 법한 초현실적이고 기이한 풍경을 구현하면서 강한 시공간적 충돌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김윤철이 다루는 물질이나 기계 구조물의 외형적 측면에서 비롯한 생경함 뿐 아니라 공간 안에서 물질과 그에 상응하는 기계 구조물 스스로가 움직이거나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때문이기도 하다.

예술과 과학기술의 공존 관계는 오래전부터 많은 예술가, 과학자, 이론가들이 탐구해오던 주제였다. 특히 기계문명을 새로운 사회의 시대상으로 찬양하던 러시아 구축주의, 기계의 역동성을 현대적인 미로 접목한 이탈리아 미래주의, 예술과 기술, 산업의 통합을 구현한 바우하우스의 총체예술 등 20세기 현대미술 안에서 테크놀로지 문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미술사적 움직임이 이루어져 왔다. 이후 현재까지 자연과 과학기술,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대한 예술가들의 다양한 시도가 행해지고 있다. 특히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서구의 근대 철학과 과학이 주도했던 인간 중심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반성적인 담론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김윤철의 작품 역시 능동적 행위자로서 인간, 비인간, 기계, 자연, 물질(material), 질료(matter) 등을 동등하게 간주하고 이들이 서로 얽히고 관계하며 스스로의 잠재성을 드러내는 세계에 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전시 《GLARE》는 모세혈관처럼 가는 관 사이로 빠르게 흘러가는 액체, 보이지 않는 힘으로 출렁이는 물질, 하나의 중심축을 향해 강하게 수렴하는 회오리 현상과 급하게 추락하고 솟아오르기를 반복하거나 스스로 색채와 패턴을 드러내는 물질들이 만들어가는 세계이다. 이러한 물질들은 키네틱 구조물과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능동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창조 과정에 참여한다. 예컨대, 작품 <아르고스>(2018)는 41개의 채널로 구성된 뮤온 입자 검출기이다. 이 작품은 우주에서 방출되는 뮤온 입자가 공기 중에서 검출될 때마다 플래시를 터트리며 반응을 하는데 이러한 메커니즘은 또 다른 작품 <임펄스>(2018)와도 이어져 있다. 샹들리에 형태의 작품 <임펄스>는 나뭇가지가 늘어진 것처럼 많은 수의 실린더 관들이 뻗어 있으며 이 관 사이로 투명한 액체가 흐르는 작품이다. <아르고스>는 입자를 검출할 때마다 이 신호를 <임펄스>로 보내는데 그 영향으로 우리는 <임펄스> 내부를 흐르는 액체의 공기 방울과 파동을 눈으로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신작 <크로마>는 총 276 개의 셀을 채우는 곡면과 키네틱 장치로 구성된 대형 설치작품으로 각각의 곡면은 하이드로젤이라는 투명한 물질로 채워져 있다. 작품은 물질을 둘러싼 키네틱 장치가 움직일 때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미세한 형태 변화와 함께 물질 고유의 다채로운 색이 자연적으로 발현된다. 김윤철의 작품은 단순한 기계 장치나 형태가 고정된 물질이 아니라 작품과 작품, 인간 그리고 세계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시시각각 반응하는 비인간 행위자로서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고정된 형태나 알고리즘에 따라 규칙적으로 변하는 기계가 아니라 물질과 구조물이 공간의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흐름을 포착할 수 있다.

《GLARE》는 출렁이는 빛과 유동하는 물질들의 역동적인 세계를 경험하는 여정인 동시에 멈춰진 채 드러나지 않는 질료의 물성이 그것의 깊이감을 통해 새롭게 발현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를 ‘물질들의 세계’라 표현한다. 이 세계는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에 신체적인 징후로 감각되며 인간과 사물, 물질, 질료가 서로 적극적으로 얽히며 관계하는 우주이다. 김윤철은 현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의 패러다임을 제안하면서 물질들의 세계(world of materials)를 온전히 감각하고 사유하도록 한다. 만약 우리가 작품이 드러내는 끊임없는 상승과 하강, 충돌과 같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경험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방향 감각과 시각성, 인식의 틀을 갖게 될 것이다. 전시 《GLARE》는 인간의 관점이 아닌 물질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새롭게 발현되는 세계이다.

Yunchul Kim
Yunchul Kim is an artist, an electroacoustic music composer, and the founder of Studio Locus Solus in Seoul. His latest works are focusing on the artistic potential of materials, metamaterials (photonic crystals) and especially on the context of magnetohydrodynamics. His works have been shown internationally including: CCCB, Spain, FACT, UK; ZKM, Germany; Ars Electronica, Austria; International Triennial of New media art, China; VIDA15.0, Spain; Frankfurter Kunstverein, Germany; Transmediale, Germany; and New York Digital Salon, amongst others.
Kim was the winner of the Collide International Award 2016, CERN, and was awarded the third prize at VIDA 15.0, Vida Foundation in 2013. He has received grants from renowned institutions and organizations such as Ernst Schering Foundation, Edith-Russ-Haus for Media Art. Having taught in several academic institutions, Kim was chief researcher of the research group Mattereality at the Transdisciplinary Research Program at the Korea Institute for Advanced Study. He is a member of the art and science project group Fluid Skies as well as Liquid Things, an artistic research project at the Art and Science Department of the University of Applied Arts Vienna, Austria.

출처: 바라캇 컨템포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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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김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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