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사진전 : 놓다, 보다

사진위주 류가헌

2016년 11월 1일 ~ 2016년 11월 13일


쉬이 눈길 주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정미소>, <근대화상회>, <낡은 방>, <삼천원의 식사>, <빈 방에 서다>. 우리 삶에서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해온 사진가 김지연의 작업들이다. 사진가로서 뿐만 아니라, 전북 진안의 정미소를 문화공간으로 다듬은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와 전주 ‘서학동사진관’을 운영하면서 전시기획자로서 여러 전시를 열어왔다.

이십년 넘게 이런 작업과 전시를 이어오다 보니 그의 말처럼 그는 “아주 그런 스타일만 찍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작업의 제목이 <놓다, 보다>라고 했을 때도 그가 또 무엇을 찾아 사진으로 아카이빙 했을지 궁금증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번 작업의 사진들은 이전과 달랐다. 작가는 문자 그대로 주변의 사물들을 자연 속에 ‘놓고’, ‘보고’, 그리고 ‘찍었다’. 그 사물들은 쓸모를 다한 것들도 아니었고, 소멸해가는 것들도 아니었다.

작업의 시작점이 된 ‘빨간 넥타이’를 처음 본 것은 몇 해 전 어느 아침 매일 지나던 숲길에서 였다. 나뭇가지에 걸려있던 그 빨간 넥타이는 며칠 후 사라졌다. 하지만 형체만 사라졌을 뿐 빨간 잔상은 머릿속에 남아 불면증에 잠 못 이루는 밤마다 이리저리 떠다녔다. 그래서 비슷한 넥타이를 구해다가 다시 놓고, 보고, 사진으로 찍었다. 불안함과 섬찟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몇 해 뒤 군산 신흥동 창문도 없는 빈방에서 밧줄에 목을 건 사나이를 보았다. 전혀 다른 곳이었으나 오래 전 마주쳤던 빨간 넥타이의 인상이 그곳에서 중첩됐다.

‘빨간 넥타이’와 ‘밧줄에 목을 건 몸’을 서로 연결 지어서 막연한 섬찟함을 분명한 섬찟함으로 되돌린 것처럼, 작가는 이후 자신의 불안과 우울, 잠재의식의 흔적들을 하나씩 숲으로 옮겨 사진으로 찍고 잇대었다. 제자리에 있으면 그저 제 쓰임을 다하는 사물처럼 보이던 것들이 숲에 놓고 보면 낯선 말을 내뱉었다. 그것들은 김지연이 마음속에 담아둔 말들이었다. 그렇게 꼬박 3년 동안 짙은 초록이 무성해지는 여름마다 사물을 숲으로 자꾸만 가져가 ‘놓고’, ‘보았’다. 우거진 초록 사이로 작고 밋밋한 사물들이 또렷한 목소리를 낼 때면 셔터를 눌렀다.

<놓다, 보다>는 김지연의 내면에 대한 아카이빙이다. “나름 성실한 다큐멘터리를 고수”해 온 작가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형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면에서 내면으로 옮겨왔어도, 그 방법이 바뀌었어도, 쉬이 눈길을 주지 않았던 것들을 집요하게 찾아 작업으로 엮어내는 것이 과연 김지연 답다. 시대의 말들, 타인의 말들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말들이 담긴 대상을 찍었을 뿐이다.

이번 작업 <놓다, 보다>는 동일한 제목의 책으로도 묶여 11월 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이 주간 갤러리 류가헌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김지연. 어항. 80 X 80 cm.


김지연. 노란리본. 130 X 130 cm.


김지연. 새장. 80 X 80 cm.



김지연. 창포. 80 X 80 cm.


출처 - 사진위주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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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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