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김지현 작가의 개인전 <진취적 관객론_관객 행동론 연구>가 스페이스 오뉴월의 프로젝트 공간인 오뉴월 이주헌利宙軒에서 6월 10일부터 7월 1일까지 열립니다. 김지현 작가는 전시 및 감상과 관련한 미술행위를 근본적으로 질문하는 관객 참여형 작업을 주로 해왔습니다. 이번 성북동 이주헌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작가는 관객 참여적 전시에 내재한 여러 속성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작업으로 일반적인 전시와 미술 감상이 지닌 구조적 맥락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은 ‘자발적 참여’라는 명분 아래 몇 되지 않는 선택지 내에서 소통과 참여를 강요당하는 폭력적 구조에 대한 은유로 작동하게 됩니다. - 스페이스 오뉴월
전시 서문
해외 레지던시를 마치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다. 사람들이 일제히 한쪽 팔을 머리 쪽으로 굽히고 있는 기이한 풍경에 눈을 의심했다. 스마트 폰으로 통화하는 모습임을 곧 깨달았지만 이 우스꽝스러운 착각은 우리 현대적 삶이 지닌 일률적 측면을 엿본 듯한 기억으로 남았다. SNS 상의 ‘소통’과 ‘대화’만 해도 그렇다. 여전히 나는 세상에 속해 있다고 믿으며 나를 전시하고 타인들의 생활을 엿본다. 친구들이 공유하는 뉴 스피드가 세계의 현실이 되고 접속을 끊는 순간 낙오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SNS를 ‘타인의 지옥’으로 만든다.
이 가상현실은 모든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며 모든 정보가 공유 가능하다고 믿게 만든다. 우리는 어쩌면 소통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물음이 시작되면 또 다른 질문들이 가능하다. 과연 우리는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고 있는가? 어떤 강요가 있다면 그것을 사주하는 이는 누구인가?
김지현의 ‘진취적 관객론’은 바로 이 질문을 예술의 창작과 경험이라는 방식으로 우회한다. 결국 ‘참여’와 ‘소통’의 적절한 방법과 그 기저에 깔린 구조적 의미에 대한 질문이다. 작가는 관객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작업을 주로 전시한다. 전시장 여기저기 작업을 숨겨 놓고 관객이 작품을 발견하게 만들거나 혹은 관객이 적극적으로 작업 과정에 동참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작업이다. 특히 이번 성북동 이주헌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는 관객이 전시장에 들어서면서 발생하는 소리를 기록하고 중첩해 관객의 행동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재현한 작업 등을 선보인다. 관객은 전시를 감상/체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작업을 온전히 감상/체험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작가에 의하면 이러한 작업은 관객에게 참여를 강요하는 어느 정도의 ‘의도적인’ 폭력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자기 폭로는 일반적인 전시와 미술 감상이 지닌 구조적 맥락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리하여 작가의 작업은 ‘자발적 참여’라는 명분 아래 몇 되지 않는 선택지 내에서 소통과 참여를 강요당하는 폭력적 구조에 대한 은유로 작동한다.
가볍지 않은 주제이지만 작가는 위트 있고 유쾌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이미지로 작업을 구성한다. 전시장 곳곳에 무지갯빛을 아른거리게 만드는 은색 종이 패널은 관객의 이미지를 왜곡하여 스스로 작업의 일부가 되도록 한다. 청마루 벽을 향하는 세 가지 색 조명은 관객 그림자를 초록, 파랑, 빨강으로 만들며 관객이 바라보는 자신의 그림자가 작품이 되게 만든다. 조그마한 손전등을 들고 어두운 방에 들어서 겹겹히 쌓아둔 오래된 문짝 들 사이로 빛을 비추면 유리 위에 남아있던 장식들의 그림자와 함께 작가가 숨겨둔 빛이 드러난다. 그 옆 방에 주렁주렁 매달린 플라스틱 수정구에 손전등을 비추면 아주 단순하지만 방안이 굴절된 빛으로 가득차며 환상적인 느낌을 만든다. 그리고 관객은 더 멋진 광경을 만들기 위해 손전등을 이리저리 다르게 비추게 된다. 큰방 다락에 있는 영상 작업을 보기 위해 장난감 같은 크리스털 렌즈 망원경을 들여다보면 마치 퍼포머로 전시에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작품을 곳곳에 숨겨두며 관객을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이러한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기꺼이 작품에 ‘참여’하게 만드는 유쾌한 요소이면서 전시 제목대로 관객 스스로 ‘진취적’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문타다스(Antonio Muntadas)는 ‘지각은 참여를 요구한다’고 했다. 매스미디어의 수동적 지각을 넘어서는 개별자들의 능동적 참여로 구성되는 새로운 집단적 지각을 떠올리게 한다. 김지현의 ‘진취적 관객론’ 역시 자율성과 자발성에 바탕한 참여와 소통의 새로운 지각과 문법을 상상하게 만든다. 2017년 6월 관객들은 오랜만에 예술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담긴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글_서준호(오뉴월 이주헌 디렉터)
출처 : 스페이스오뉴월
작가 소개
김지현 Jihyun Kim(http://www.saebonkim.com/)
"나는 내 작업을 통해, 예술이 예술임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건들과 그 조건들 사이의 권력 관계에 대해 질문한다. 작업의 메세지는 관객들, 혹은 참여자의 행위나 그들에게 주어지는 정보량에 의해서 여러 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예술 상황 내의 요소들 간에 발생하는 힘의 역학 관계를 관찰하고 실험한다. 이러한 관찰과 실험을 바탕으로 예술 행위의 작동 방식이 어떻게 예술이라는 분야의 존재 욕구를 반영하는지, 또한 예술 상황 내의 권력과 힘이 어디로부터 비롯되고 무엇에 의해 어떠한 방식으로 통제되는지를 탐구한다."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과와 미학과 졸업 했다. 이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예술대학원에서 예술 연구,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더 아츠 대학원에서 스튜디오 아트를 마쳤고, 현재 콜롬비아 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대학미술교육학에 재학 중이다. 최근 세움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렸던 단체전 〈대답하는 실험실>(2017)에 참여하였다.
오프닝
2017년 6월 10일(토요일) 오후 5시 30분
기획
스페이스 오뉴월(디렉터 서준호, 강상훈 / 큐레이터 이연지)
그래픽 디자인
일상의 실천
후원
서울문화재단, 서울특별시, 문화체육관광부
출처 : 스페이스 오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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