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hye Kim: Origin of Abstraction
Andy St. Louis (art critic)

Abstraction is a slippery term. We tend to define it through a process of exclusion, by approaching it from the perspective of what it is not instead of what it actually is. Deriving from the Latin word abstractus, which literally translates as drawn away from, the concept of abstraction implies a deliberate removal of that which is essential or intrinsic to something. In the case of visual art, this means eliminating representation altogether and getting rid of any formal characteristics of an image that correspond with discernible objects in the real world. The abstract imperative in art was pioneered in the early twentieth century, when certain members of the European avant-garde sought to do away with recognizable subject matter in their art, pursuing what critic Guillaume Apollinaire labelled “pure painting.” Such was the difficulty in describing this novel mode of artmaking that artists like Kandinsky, Léger and Delaunay were initially classified as “nonrepresentational” painters; it wasn’t until the 1930s that the notion of “abstract art” took hold, a term that hewed more closely to the theoretical foundations of their artistic impulse than to the aesthetic attributes of their work.

It is instructive to note that abstraction in art emerged as a condition for the idiosyncratic expression of the unseen, and not as a style, technique or system of visualization. It is, therefore, fitting to consider abstraction as an attitude, above all else. Such a sensibility was certainly propagated by the abstract expressionist painters of the mid-twentieth century, buoyed by art critic Clement Greenberg’s fervent defense of their burgeoning art movement. Regardless of the ebb and flow of abstraction as a dominant discourse in modern and contemporary art during the past century, Greenberg’s convictions still hold true today: “Art in any medium, boiled down to what it does in the experiencing of it, creates itself through relations, proportions. The quality of art depends on inspired, felt relations or proportions as on nothing else.”

Turning to the recent abstractions of Jihye Kim, it is tempting to associate the lines, drips and forms that populate her works as elements of landscape. Layers of paint alternately seem to float past and collide into one another, creating the perceptual potential for multiple perspectives and differentiated depths of field in each composition, although their shapes and colors remain inscrutable as signifiers of discrete objects. The traces left by the painter’s individual gestures in these works may be inspired by natural forms like waves, rocks and soil, but they stop short of depicting them as such. Indeed, Kim’s paintings transcend the logic of landscape to engage a more universal language; her minimal mark-making establishes a range of relations within the picture plane, which combine to construct visual phrases, sentences and passages that bespeak a syntax of space and form.

In this sense, Jihye Kim honors the attitude that informed the early experiments of painters such as Kandinsky and others, who sought to remove identifiable imagery from the canvas in a shift toward the “primitive” in their art: “Just like us, those pure artists [primitives] wanted to capture in their works the inner essence of things, which of itself brought about a rejection of the external, the accidental.” Not only does Kim return to the origin of abstraction in these works, she asserts the primacy of subjective experience through a painterly vocabulary that manifests a relational resonance. The conviction with which she realizes this proposition endows her paintings with a timeless inevitability, rooted in abstraction’s enduring tradition of embracing the internal and aspiring to attain a purity of expression.

김지혜: 추상의 기원
앤디 세인트루이스 Andy St. Louis, 미술 평론가

추상abstraction이란 다루기 힘든 용어이다. 우리는 배제의 과정을 통해 추상을 정의하는 경향이 있다. 즉 ‘추상이란 무엇인가’ 대신에 ‘추상이란 무엇이 아닌가’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직역하면 ‘~로부터 떼어놓아진’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의 ‘압스트락투스abstractus’에서 파생된 추상의 개념은 어떤 대상의 핵심적이거나 본질적인 것의 의도적인 제거를 함축하고 있다. 시각예술의 경우에 있어서 이는 재현representation을 제거하고 현실세계에서 식별 가능한 사물과 일치하는 이미지의 어떠한 형식적 특성도 지워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미술에 있어서 추상의 시도는 20세기 초, 유럽 아방가르드의 일부 미술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에서 식별 가능한 소재들을 배제하기 위해, 기욤 아폴리네르가 ‘순수 회화pure painting’라 부른 경향을 추구했을 때를 그 시초로 볼 수 있다. 이 새로운 예술 창작의 방식을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기에 칸딘스키, 레제, 들로네 등의 화가들은 초기엔 ‘비재현적nonrepresentational’ 화가들로 분류되었다. 1930년대가 되어서야, 작품의 미적 속성보다도 작가의 예술적 충동의 이론적 토대에 더 중점을 둔 용어인 ‘추상 미술’의 개념이 자리 잡게 되었다.

미술에 있어 추상이 스타일, 테크닉, 혹은 시각화의 체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색다른 표현을 위한 조건으로서 나타났다는 것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 따라서 추상은 다른 무엇보다도 하나의 태도로서 간주하는 것이 적합하다. 그러한 감수성은 20세기 중반 추상 표현주의 화가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파급되었으며, 미술 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열렬한 옹호로 이 무섭게 성장하는 예술 운동에 힘을 실어주었다. 지난 세기 동안 근 현대 미술에 있어서 하나의 지배적인 담론으로서의 추상이 부침을 이어왔던 것과는 무관하게, 그린버그의 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어떤 매체의 미술이라도 그 미술을 통해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의 문제로 압축해보면 결국 관계와 균형을 통해 창조된다. 미술의 질은 다른 무엇보다도, 영감을 받고 느낌을 얻는 관계 혹은 균형에 따라 결정된다.”

이야기를 김지혜의 최근 추상으로 돌려보면, 풍경적 요소로서 그의 작품에 존재하는 선과 물방울과 형태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물감의 레이어들은 엇갈림 속에 부유하며 교차하다가 서로 충돌하고, 각 작품의 구성에 있어서 다양한 관점과 차별화된 피사계 심도로 지각적 잠재력을 높인다. 하지만 그 형태와 색상은 특정한 사물의 기표가 되기엔 불가해한 상태로 남아있다. 작가가 개별적 몸짓으로 이 작품들에 남긴 흔적들은 파도, 바위, 땅과 같은 자연의 형태들에서 영감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그 사물들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상태로 멈춰 선다.

사실 김지혜의 그림들은 풍경의 논리를 초월해서 더 보편적인 언어를 취하고 있다. 작가는 미니멀한 표식을 통해 화면과의 다양한 관계를 정립하며, 그것들이 모여서 공간과 형식의 어법을 보여주는 시각적 문구, 문장과 단락을 구성한다.

이런 의미에서 김지혜는, 미술의 ‘원시성primitive’을 지향하면서 캔버스로부터 식별 가능한 이미지의 제거를 추구한 칸딘스키나 다른 화가들의 초기 실험에 영향을 미친 태도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다. “우리처럼 그 순수한 화가들[프리미티브 화가들]은 그들의 작품 안에서 사물의 내적 정수를 포착하기를 원했고 이는 외부적이고 우연적인 것에 대한 거부를 불러왔다.” 김지혜는 이 작품들에서 추상의 기원으로 돌아가고자 할 뿐 아니라, 관계 맺음으로부터 생겨나는 공명을 드러내는 회화적painterly 어휘를 통해 주관적인 경험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작가는 확신을 가지고 이 명제를 구현한다. 그 확신은 내면성을 중시하고 표현의 순수성에 도달하고자 하는 그의 그림에서 추상의 오랜 전통에 뿌리내리고 있는 영원한 필연성을 부여한다. 작가는 확신을 가지고 이 명제를 구현하는데, 그 확신이 그의 그림에 내면성을 중시하고 표현의 순수성에 도달하고자 하는 추상의 오랜 전통에 뿌리내리고 있는 영원한 필연성을 부여한다.

참여작가: 김지혜
서문: 앤디 세인트 루이스
디자인 : 최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