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 개인전 : TWINKLE TWINKLE

초이스아트컴퍼니

2019년 4월 17일 ~ 2019년 6월 17일

욕망의 도상학: 김지희
글. 서지은_코리아나미술관 큐레이터

“욕망은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다. 얻으려는 욕망은 그것을 손에 넣은 순간 저만큼 물러난다. 처음에는 대상이 실재처럼 보였지만, 대상을 얻는 순간 허상이 되기 때문에 욕망은 남고 인간은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 자크 라캉 (Jaques Lacan)

<Sealed Smile> 연작으로 알려진 김지희의 작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뽑자면, 그것은 바로 '욕망'일 것이다. 욕망(慾望)의 사전적 의미는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이다. 욕망은 다시 말해, 본질적으로 인간의 한계성을 나타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자 하는 욕망은 태초부터 존재해 왔다. 성경의 창세기에는 신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 아담과 하와가 인류 최초로 욕망을 드러낸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그 당시는 부족과 결핍이 없는 세상이었고, 모든 것이 허락되었지만, 허락되지 않은 단 하나, 선악과를 따먹음으로 신과 같이 되고자 하는 욕망으로 인해 범죄하게 되고 결국 온전한 땅인 에덴 동산으로부터 쫓겨나게 된다. 모든 것이 허락되었지만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향한 집착과 욕망으로 인해 결국 인간은 죄와 함께, 자신의 부족함을 바라보며 살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돈, 명예, 권력, 사랑, 행복 등을 좇으며 나 자신에게 결핍된 그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 발버둥치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결코 그 욕망의 그릇은 채워지지 않는다. 라캉이 지적한 것과 같이 우리의 손에 그 욕망의 대상이 들어오는 순간 허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렇게 우리의 인생은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번 개인전 《Twinkle Twinkle》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대작 <Sealed Smile>는 그간의 작업을 집대성함과 동시에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작가의 결의가 담겨있는 듯한 작품이다. 500호 크기에 달하는 이 작품에 한가득 채워진 이미지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평면 회화를 넘어, 삼차원의 공간 내에 그려진 거대한 벽화가 연상된다. 특히 르네상스 회화의 선구자,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의 스크로베니(Scrovegni) 예배당 공간이 떠오르는데, 신비스러운 청색을 바탕으로 벽면과 천장에 세밀하게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공간을 압도하는 것과 같이 김지희의 대형 화폭은 코발트 블루를 내뿜으며 화면 속 욕망의 판타지를 만들어 간다. 작품의 크기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거리를 내포하고 있다. 

작가가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연작의 제목 ‘Sealed Smile’에서 드러나듯, 김지희의 시그니처와 같은 ‘미소 띤 얼굴’은 이번 신작에서 압도할 만한 크기로 화면의 중앙에 자리잡고 관람자와 대면하고 있다. 화려한 왕관과 수많은 장식으로 둘러싸여진 안경, 그 뒤로 그녀의 시선은 완전히 감춰져있다. 마치 욕망을 쫒는 자기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자 하는 현대인들처럼 말이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인물의 매혹적인 입술 사이로 교정장치가 씌워진 치아가 조금 드러날 뿐이다. 분명 웃고는 있지만 감정이 부재하는 것과 같은, 쉽게 말해 가식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봉인된 미소와 그 미소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치아 교정기는 오랫동안 김지희가 그려온 얼굴들의 특징이자 작가가 던져주고자 하는 메세지를 담은 도상학적 주요 장치들이다. 김지희의 대학 시절 작업부터 지켜봐 온 필자는 작업에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이 장치들이 양머리, 오드 아이, 막혀진 안경, 왕관 등 다양한 요소들과 결합하며 변주하는 과정을 통해 ‘욕망'을 사회적 맥락 안에서 해석하며 탐구하고자 하는 작가의 지속적인 제스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김지희의 작품 속 인물은 다름 아닌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군중의 초상임을 더욱 명확히 보게 된다.

다시 신작의 화면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는 코발트 블루 빛은 환상적이고 희망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그 이면에 불안과 우울감 등을 내포하고 있는 것 마냥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반적으로 블루는 가장 조용하며 후퇴되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색으로도 알려져 있다. 카톨릭이나 이슬람에서 고귀함과 고상함, 성스러움의 표상이 되기도 하며, 어떤 시대에는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하였다. 작가는 이 색이 ‘밤과 낮의 경계', ‘생-욕망-죽음'의 경계 지점을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작가의 말처럼 어떤 하나로 수렴되기 힘든, 그 경계를 건드리고 있는 색을 통해 작가는 희망과 소망, 욕망의 경계를 넘나든다. 

인물의 안경과 왕관을 비롯하여 배경을 수놓고 있는 수많은 장식들은 무엇인가? 화려한 보석과 오너먼트는 최근 몇년간의 작업에서 꾸준히 그려졌던 것인데, 이번 신작에서는 신화적 요소들을 차용하여 더하였다. 작은 오너먼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세하게 그려진 신화 속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조각상과 사랑에 빠져 조각상이 사람이 되길 간절히 염원한 끝에 소원성취하게 된 피그말리온, 어리석은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이카루스 등 신화 속 스토리로부터 가져온 이미지들이다. 또한, 배경으로 흩어진 보석들 사이 사이에는 각 문화권에서 복을 상징하는 호랑이, 코끼리, 용, 거북이, 독수리와 같은 동물을 비롯해, 다양한 욕망의 코드가 담긴 이미지들이 떠다닌다. 작가가 사용한 이러한 코드는 어떤 우상과도 같이 오랜 전통을 가지고 이불, 옷 등 일상의 물건에 새겨지거나 장식되어 복을 기원하는데 사용되어 온 것들이다. 욕망하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존재는 이러한 비개연적 행위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그리고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다. 결국 그것은 욕망을 이루어주지도 못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김지희 작품의 매력은 동시대적 주제에 대한 탐구가 장지 위에 붓으로 많게는 수십 겹 안료의 레이어를 쌓아 완성되는 표현양식과 교묘하게 교차되는 지점에 있다. 표면적으로 팝(pop)적인 요소들을 많이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작품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 또한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그 레이어 사이 사이에 담겨있는 시간과 노력의 깊이를 결코 만만히 봐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의 붓터치를 통해 완성되는 하나 하나의 도상들은 어쩌면 욕망하는 행위 그 자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끈질기게 한 주제와 기법을 고수하며 탐구해 나가는 작가의 집념과 태도가 이후 어떻게 변주하며 나아가게 될지, 김지희가 그리는 미래의 욕망의 도상학은 질문은 또 어떤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콜라쥬플러스_장승효 김용민_X김지희. Sealed smile. Dupont Clear coating on Ultra Chrome 



Kim Jihee. Seaeled smile. 2018. Color on Korean paper. 193x130cm



Kim Jihee. Seaeled smile. 2019. Color on Korean paper. 193x390cm



Kim Jihee. Seaeled smile. 2019. Color on Korean paper. 193x390cm



Kim Jihee. Sealed smile. 2018. FRP, PLA, Urethane paint, Steel. h53cm



Kim Jihee. Sealed smile. 2018. 장지에 채색. 50x50cm



Kim jihee.Sealed smile. 2019. 장지에 채색. 100x1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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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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