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개인전 : '무'보다 못한 것

갤러리가비

2018년 12월 5일 ~ 2018년 12월 29일

작가노트

Trace 3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고 자각하게 된 것은 얼마 전이었다. 우리는 실험을 했다. 우리는 반투명 거울 한 장을 사이에 뒀다. 그들은 자신을 바라봤고 자신의 욕망을 자신에게 투사하며, 최선을 다해 자신을 꾸몄다. 어쩌면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그래온 것처럼 거울 뒤에 숨어 그들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이미지들이 쌓여가면서 한 가지 생각만이 확실해졌다. 나의 검열적 시선은 결국 그들을 제한하고 재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드러냈고, 우리는 그렇게 싸웠고, 우리는 그렇게 충돌했다. 이 작업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산물이다. 부산물들이 쌓여가고, 그들을 들여다 본다.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고 자각하게 된 것은 얼마 전이었다.

Trace 2
대학원 강의시간 옆자리에 앉았던 그는 게이 같았다. 그렇지만, 그는 내가 단순히 ‘게이’라벨이 붙은 상자 안에 가두기 어려웠다. 포르투갈어 억양이 드러나는 말투나, 이국적인 외모, 알 수 없는 심볼이 들어간 액세서리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퍼포먼스를 위해 Drag 분장을 할 때면 더욱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변했다. 나는 그들을 Drag Queen의 상자에 담으려고 했지만, 그들의 모습에는 두꺼운 입술도, 과장된 광대도 없었다, 그들은 단지 여성스러움을 지향하지 않았다. 정의할 수 없었고, 기괴했다. 내 시선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었다. 그러나 이내 이마저도 내 이미지 위에 박제시킨다. 나는 성공할 수 없는 반성과 성찰(Reflection)의 시도들을 촬영하기로 했다.

Trace 1
그를 처음 마주하고 꽤나 긴 시간이 지났다. 아직 마주하지 못한지도 모른다. 내 고질병일까? 그를 보면서도 그 위에 나를 투사시켜버리는 것은, 끝내 나를 보려는 것은. 나는 부모님을 따라 이사를 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면 주변의 눈치를 봤다. 내게 본다는 것은 주변 타인의 욕망을 관찰하고, 내 주위를 둘러싼 환경에 녹아들기 위함이었다. 내 시선은 이윽고 나에게 이르렀다

출처: 갤러리가비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김진혁

현재 진행중인 전시

박인 개인전: 바깥 풍경

2024년 3월 27일 ~ 2024년 5월 4일

돌로레스 마라의 시간: 블루 Dolorès Marat: L’heure bleue

2024년 3월 8일 ~ 2024년 6월 7일

오용석 개인전 - 코로나: 세 번째 템플릿

2024년 3월 14일 ~ 2024년 4월 19일

다섯 발자국 숲 DEAR MY FOREST

2024년 3월 22일 ~ 2025년 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