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개인전 : 나무의 아이

아트스페이스루

2019년 5월 21일 ~ 2019년 6월 24일

작가노트 

나무의 아이

나에게 수많은 시간들이 쌓이고 축적되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하나의 ‘결’이 형성되고 한 겹의 자아가 형성되고 있음을 느낀다. 이와 동시에 이렇게 만들어진 자아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한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나에게 있어 정말로 적합한 길인지, 나에게 하나의 ‘독립적인 자아’가 잘 만들어지고 있는 것인지, 진정한 나 라는 존재는 나의 자아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인지.

식물을 보면 사람 및 동물보다 더 독립적인 개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능력, 일정한 공간으로 한정되어 있으면서도 오랜 시간을 살아남는 능력, 식물이 가진다고 하는 다양한 감각 등. 그러나 우리는 농사, 분재, 조경 등 식물을 심고 가꾸고 키우며 식물을 수동적인 존재로 다루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식물은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특성만을 가지고 있다는 선입견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해 ‘식물성’에 대한 의미를 제한적으로만 잘못 받아들여왔던 것은 아닐까.

한편, 사람과 동물은 움직임과 표현에 있어 비교적 자유롭고 이를 사용하여 소통이 가능하기에 ‘주체적, 활동적, 능동적’ 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렇지만 사람과 동물들은 관계를 지향하고 서로 어울리는 성향을 가지며 심지어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동물이 식물보다 ‘의존적인 존재’는 아닐까.

사실 식물과 사람 및 동물들은 이렇게 상반되는 특성으로 갈라진다기 보단 모두 뒤섞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미모사나 파리지옥의 움직임처럼 식물이 동물같이 움직이기도 하고, 개구리의 겨울잠이나 명상하는 수도승처럼 동물이 식물같이 정적일 때도 있다. 또한, 어지럽게 얽힌 나무에서 동물과 닮은 형상을 찾기도 하고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로 의태하는 동물들도 있다. 그렇기에 동물성, 식물성이라는 말로 개체를 나누는 것은 때때로 무의미해진다.

나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형성된 한 개체들의 복잡하고 뒤엉킨 자아의 특성들을 동물성, 식물성 등의 제한적인 단어로는 온전하게 담아내지 못한다고 느낀다. 그러한 경계의 모호함을 나는 여러 풍경들을 통해 표현해 보고자 한다. 허나 단순히 식물이 가지고 있는 동물성, 동물이 가지고 있는 식물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그 모든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음을 주지한 채, 그 본연의 모습에 나의 상상을 더해 그려내는 방식을 택했다.

나무의 아이는 일본어 ’키노코(きのこ)’라는 말을 직역한 것이다. 실제 의미는 ‘버섯’인데, 나는 이 말이 굉장히 모호한 의미로 다가왔다. 아이는 사람의 감성을 가지고 있으며, 나무는 식물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식물이다. 나무의 아이로 태어나고 있는 것은 버섯 하나뿐만이 아닌, 주변의 이끼 또 다른 나무 그리고 수 많은 잎사귀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거대한 숲이 될 수도 있다. 나무가 누군가를 낳고 또 낳는 과정에서 마치 계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하는 의문점을 품으며, 우리가 자아와 정체성을 찾아가고 나로 발아되는 여정에 물음을 던져보고자 한다. /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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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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