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도 머리도 없는 서로를 벌리고 서로를 건네는 사랑을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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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8일 ~ 2022년 10월 9일

세계에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들은 단단한 토대 위에서 재단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텅-비어 있어 언제 허물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무수한 땅굴의 지붕과 같은 세계의 토대는 유동할 가능성을 품고 있기에, 결국, 우리가 파악하는 사건과 재단된 인식은 틀린 관점일 수 있다. 우리는 유동적인 것을 단단하게 만드느라 잘려 나간 잔여물이 무엇인지 감각해야 한다.

내가 당신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이기에, 의미의 완결에 다가가지 못하고 부유하며 얽히나, 하나로 합쳐지지 않고 흔적을 남기며 또 다시 서로가 될 수 있는- 사랑을 해야 한다.

<전시 서문 - 시나리오를 위한 부연설명 中>

박세나
박세나는 단단한 경계로 구성된 사회구조를 문제적으로 바라보며, 이상적인 세계를 찾아 유랑하는 여정을 기록한다. 작가는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져 온 언어는 결국 실패한 세계의 구조를 답습하기에 이상적 세계를 표현할 수 없다고 바라본다. 그럼에도 언어를 상실한채로 유랑하는 주체가 이상적인 세계를 향한 방향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표가 필요하기에, 과거를 여과하여 기록할 수 있는 지표를 탐색한다. <지도>에서 기록된 도상과 시선은 유랑하는 주체의 감정과 얽히며 지표의 집합체로 등장한다.

이승진
이승진은 <lump>에서 이성과 논리에 의해 학습된 사회적 몸으로서 인체가 아닌, 세계 속 부피를 차지하는 존재로서 인체의 물성이 이뤄지는 구조에 대해 탐구한다. 인간이 사용하기 위해 기능하는 형태를 삭제하고 장기나 내피와 같은 신체 내부의 형상을 표현하며 인간을 지탱하는 살덩이로써 인체를 보여줌으로써, 인체의 물질성의 촉감을 확대한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접촉 이후 분리된 두 대상에게는 접촉 당시의 섞인 상태를 유지했던 흔적이 잔류한다. 이 대상들은 더이상 그 이전과 같은 것이 될 수 없으며, 이는 몸을 통해 타자와 접촉하는 우리의 관계의 촉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준희
이준희는 회화의 시공간 안에 존재-형상을 위한 연극적 세계를 짓는다. 이 세계는 거주자를 위해 형상되며 세계의 장면을 구축한다. 틀, 건축, 액자는 여상히 통제의 기제로 사용되는 도상이지만, 장면 속 ‘틀’은 그 안에 있는 존재들에게 자연스레 섞여들 것만 같다. 웃음을 건네면 쉽사리 그 팔을 벌려줄 것 같은 기둥과-<꽃들도 우리를 축복하네> 사과를 따먹고 아치 속 도상으로 들어가 자리잡을 것 같은 뱀은-<혼자서도 잘하는 뱀> 존재와 그 세계를 구분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하나의 형상으로 등장하며, 존재-형상을 단단한 땅 위로 포섭하고자 하는 위협의 시도를 와해한다.

황은주
황은주는 <우이(偶爾)>에서 우연한 순간에 아스라이 만나게 되는 존재의 흔적을 도탑게 관찰하고, 존재가 겪어 온 과거의 시간을 반추하며 현재에서 재해석한다. 작가는 과거의 시간을 품고 있는 전통 문을 탐색하여 그 문양을 탁본을 통해 수집, 조합해 하나의 문을 만들어 탁본위에 향을 사르며 빛이 나갈 통로를 만든다. 이 통로를 지나 그림자의 형태로 나타나는 문의 형상은 스며들어 있는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여 현재의 공간에 실체화한다.

글/원소영

참여작가: 박세나, 이승진, 이준희, 황은주
기획: 원소영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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