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집 Cave, Querencia and Moon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

2021년 11월 13일 ~ 2021년 12월 23일

“아메리카 원주민은 자연 속에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서 있다. 그들은 자연을 방문한 손님이 아니라 자연에서 살아가는 주민이며, 자연을 편안하고 우아하게 입을 줄 안다. 하지만 문명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집이라는 의복을 입는다. 그 집은 감옥이다.”
_헨리 데이비드 소로

언주라운드는 2021년 11. 13-12. 23일까지 <끝없는 집/ Cave, Querencia and Moon(영문제목)>전을 개최한다. 무진형제와 민예은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연속기획 <집>의 첫번째 전시로 진행된다. 매년 개최될 <집> 프로젝트는 인간종이 ‘집’이라는 형태와 관념을 통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살펴보는 ‘인류학’적 관점을 견지할 계획이다. 인류가 ‘동굴’에서 시작된 ‘집’이라는 형태와 개념이 동굴 밖으로 나오면서 ‘안식처’로서의 집과 경제적 가치로서 회자되는 오늘날까지 각 집에 담긴 ‘사유’에 대한 장을 만들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연속기획 집의 첫번째 포문을 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연속기획 집은 ‘인간종’인 인류가 바라본 집에 대한 관념의 변화와 오늘날 ‘집의 소유권은 좋은 것이다.’(<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석기 시대부터 부동산 버블까지, 신경인류학이 말하는 우리의 집> 
존S.앨런/이계순 옮김, 반비) 중에서)라는 일종의 이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왜 우리는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인간이 집과 맺어온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관계에 대해 두루 살필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유례없는 팬데믹을 건너는 현재, 집과 시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변화 중이다. 가장 안전한 안식처이자, 에너지원으로. 하지만 집을 떠나 길 위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은 현재 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게 만든다. 아울러 공간으로서의 집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안식처로서의 확장된 개념의 집(우주)에 대해 재고해 본다,
연속기획 집 프로젝트는 ‘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라는 질문을 던졌던 신경인류학자 존S.앨런의 저서명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인간은 ‘집’을 통해 진화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흥미롭게도 인간은 자신을 위한 집도 지었지만, ‘신들의 집’도 지을 줄 아는 종이었다. 

<끝없는 집>의 영문제목인 ‘Cave, Querencia and Moon’은 형태를 지니지 않는 ‘무형의 집’에 대한관념을 담았다. 물리적 형태로서의 집의 시작인 케이브는 집이 갖는 구조적인 ‘형’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고, 정신적 안식처로서의 ‘케렌시아’는 인간이 ‘집’에 대해 갖는 에너지로서의 기대감을 안고 있다.  ‘Moon’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구생명체의 시작을 도왔던 행성이자, 인간에게는 ‘신적인’ 대상이기도 하다. 이 세가지 관념에 기대어보면 집은 오랫동안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는 관념체계를 상징하는 언어였다. 
이번 전시는 오늘날 우리는 각자의 케렌시아를 갖고 있을까? 각자의 집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밖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집(주거공간)의 심리학적 이미지는 ‘동굴’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안전과 발아, 두려움과 희망, 떠남과 되돌아옴 등의 이중적인 결합은 늘 ‘집(주거공간)’의 의미였다. 
한자의 '우주(宇宙)'는 집우, 집주로 모두 집을 의미한다. 우(宇)는 공간이라는 집을, 주(宙)는 시간이라는 집을 의미한다. 우주는 원래 한자가 아니라 옛 우리말의 발음과 개념을 빌려다 한자로 기록한 것이다. 집안에 ‘시간’의 개념이 담긴 우리의 관념은 오래된 것이다.
집 주(宙)는 집, 시간, 하늘 등의 뜻을 나타내는 한자로 갑골문의 흔적에도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래된 관념이다. 宇(집우)는 가로로 무한히 연장되는 공간을 뜻하고, 주(宙)는 세로로 무한이 연장되는 시간을 뜻했다. 이 두 개의 한자가 합쳐진 ‘우주’는 곧 집을 뜻했다. 
우리가 집을 우주로 인식했다면 스페인은 집을 에너지와 연결시켰다. '케렌시아(Querencia)'는 스페인어로 '바라다' 라는 뜻의 동사 'querer(케레르)'에서 나왔다. ‘케렌시아(Querencia)’는 투우장에서 쓰는 전문용어(스페인어)다. 피난처, 안식처, 귀소본능을 의미하는데, 투우가 진행되는 동안 소는 위협을 피할 수 있는 경기장의 특정 장소를 머릿속에 표시해두고 그곳을 케렌시아로 삼는다. 이곳에서 소는 숨을 고르며 죽을 힘을 다해 마지막 에너지를 모은다.

민예은은 공간과 형태를 지닌 물리적인 집이 아니라, 물리적이지 않은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군중>, <구석-J>, <구석-C>, <ㅐㅎ>를 통해 ‘보고듣고 만지는 등 여러 감각으로 느끼거나 경험하는 것이 아닌 ‘사유하는 집’’에 대해 고민한다. 
“이 집은 쓸모라는 점으로 바라보는 집과 다른 방식으로 삶에 밀착해 존재한다. 믿음과 생각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특정 형상이 없다. 뿌옇게 퍼지며 대상을 흐릿하게 만들고 일정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도 하는 안개처럼 우리의 주위를 부유한다. 있지만 보이지 않거나 보았다고 생각하지만 본 적 없는 것, 이 땅에 있었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고 믿어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형상을 작품 소재로 사용했다. 믿음으로 생기는 영원의 시간과 과학이 이야기하는 겁(劫)만큼이나 긴 우주의 시간은 우리를 순차적인 시간에서 벗어나게 한다.” (민예은 작가노트 중에서)

우리가 그동안 간과했던 집을 관통하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달과 해’에 견주어 이야기 한다면, 무진형제는 이토이토할멈이 폐가 이곳 저곳을 돌며 버려진 물건들을 열심히 주워 나르는 동안,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더미>를 통해 ‘모든 것이 허망하게 허물어진 저 폐허 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지금 우리가 타인의 삶을 기억하고 망각하는 방식은 너무 빠르고 폭력적이다. 물론 그 마을 사람들도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죽고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포클레인 한 대로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야반도주한 가족의 사진이 온갖 쓰레기들과 섞여 소각되어버리는 건 자연스러운 잊혀짐이 아니라 무의미한 삭제일 뿐이다. 그래서 이토이토 할멈과 나그네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 삶의 흔적을 잘 위로하고 보내주고 싶었다. “_작가노트 중에서 
<적막의 시대>(무진형제)는 건물 옥탑 1902호에 사는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에서 몰두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에 마주하게 만든다.  

오늘날 우리에게 집은 장소일까? 우리 인간종의 진화와 함께 한 ‘집’의 존재는 분명히 장소였다. 하지만 개발논리에 의해 무참하게 무너지는 ‘장소’로서의 의미를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을까? <더미>와 <적막의 시대>는 집과 장소에 대해 사유할 것을 조용히 권유하고 있다. 


참여작가 소개

무진형제 Moojin Brothers
무진형제는 정무진(b. 1979), 정효영(b. 1983), 정영돈(b. 1988) 세 명으로 구성된 미디어 작가그룹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부터 낯설고 기이한 감각과 이미지를 포착해 우리 삶의 기반을 탐색하는 작업을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으로부터 발견한 사유의 조각들을 다양한 미술적 방식으로 재구성해 그로부터 예술적 의미를 포착한다. 
무진형제는 동시대의 타임라인 속에 갇힌 복잡한 시대상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며 사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공간과 사건들을 고전 텍스트의 언어나 신화적 이미지 등과 중첩시켜 풀어낸 뒤 이를 다양한 시대의 기술 매체 속에서 제시한다.

민예은 Ye-Eun Min
민예은은 프랑스 클레르몽메트로폴 미술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쳤다. <말로 전달되지 않는, 인천아트플랫폼 창고갤러리, 인천, 2021>, <예측할 수 없는 투명함, 대안공간루프, 서울, 2019>, <Sens Dessus Dessous, 주프랑스한국문화원, 파리, 2015> 등 6회의 개인전과 <레퓨지아, 대안공간 루프, TBS교통방송, 서울, 2021>, <횡단하며 흐르는 시간,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0>, <타임리얼리티: 단절, 흔적, 망각, 코리아나미술관, 서울, 2019>, <De la nature des liens, Cabane Georgina, 마르세유, 2017>등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트라이앵글예술협회레지던시, 뉴욕, 2019>, <국립현대미술관고양레지던시, 2018>, <시테국제레지던시, 파리, 2015> 등의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민예은은 안과밖, 물질과 사고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모호한 공간과 비선형적 시간을 시각화한다. 서로 다른 시공간이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 연결되고 뒤엉키는 과정에서 수직적 타임라인을 없는 것처럼 만들고, 수평적 경계 또한 흐릿하게 만든다.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결합하고 혼용해 사회적 차원의 의사소통과 교류, 적절한 문화적 공유구역을 탐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상과 추상의 유기적 관계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경계, 본적 있다고 생각하지만 본적 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상상과 현실 그 사이를 주목한다. 

참여작가: 무진형제, 민예은
기획: 천수림
협력: 멜팅포트
포스터 디자인: 그레이스 윤
공간디자인: ㈜데이즈아트
주최: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

출처: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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