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Liberation of coastline landscape》, 《River of shadows》 등 개인전과 기획전으로 진행해오며 확장시켜온 《연안해방》프로젝트(2019-)의 일환이다. 자연 해안선의 변화, 연안 기능의 상실, 갯벌의 매립 등 해항 풍경의 변화를, 서해(Yellow Sea)를 공유하고 있는 중국 해항에서의 시선의 교차를 통해 사라진 혹은 잔존해 있는 이미지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인천항은 육지-연안-바다로 이어지며 바다의 서사가 강한 반면 중국 해항은 육지와 연안, 바다 그 사이 좁고 깊은 강의 서사가 강하게 흐르고 있었다.
근현대 사진을 통한 역사적 사건들의 이미지, 개인의 구술기록이나 문헌, 설화 등의 텍스트 자료를 통해 장소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비교연구하는 작업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이때 수집된 이미지들이 장소, 이데올로기, 시대에 따라 어떻게 번안되고 사라지고 있는지 발견하고 추적하며, 이를 회화적으로 장면화하거나 공간에 설치한다. 선택한 이미지들은 화면 안에서 다큐멘터리적 서사구조를 취하며 병치되고, 그 이미지들간의 갈등과 충돌이 생산해낸 서사적 맥락을 통해 주제의식을 표현한다.
매립이 진행중이던 북성포구를 연구조사 할 당시 이 곳에서 선상 파시(波市)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고, 실제 마주했을 때 그 특징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목도했다. 파시는 해류를 따라 북상하던 어류와 같이 어선들이 이동했던 해상 시장의 한 장면으로, 연평도 파시를 기록한 근현대 사진을 보며 그 잔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임시성과 이동성의 특징으로 인해 마치 해상 도시가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과 같은 일시적 풍경이 펼쳐졌던 것이다. 작품 <파시波市_Lost village on the sea>는 이러한 일시적 풍경을 디오라마 형식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배가 땅이 되고 수평선이 없던 바다, 일본인이 설립한 동양포경주식회사의 대청도 고래잡이 등 사라진 풍경과 현재 배는 없고 닻만이 놓인 연안, 매립과 개발에 의한 생태계의 혼란으로 사라지고 있는 새와 물고기의 초상을 회화적으로 장면화한다.
파시로는
사라진 풍경을 표현했다면, 작품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새와 물고기>에서는 풍경의 요소인 물고기와 새를 호명하고 어류도감의 형식으로 기록, 이미지화하고자 했다. 전시장 가운데 놓인 은박 비늘 오브제 <물고기탈>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 실체를 표상하려는 듯, 마치 데스마스크(death mask)와 같은 물고기의 표피를 상징화하는 작업이다. 회화의 뒷면, 풍경의 바깥에는 영상 <바다의 신, 바다를 건너간 신>이 위치한다. 서해의 지역성, 역사성에 기반해 맥아더 장군을 바다의 신으로 모시는 이정자(1955-)만신을 알게 되었고, 맥아더 장군 무신도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아버지의 부재, 인천에 미군기지가 있던 시대적 상황, 모뉴먼트의 설립(1957) 등 그로 인해 스스로 만들어낸 대항 기억 이미지라 판단되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시대적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과거와 동시대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느껴졌다. 이에 반해 바다를 건너간 신, 백의신녀상은 단군신화의 웅녀로 현재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 만천성 국립공원에 높이 18m의 거대한 석상으로 세워져 있다. 이렇게 현재 맥아더장군은 최영, 임경업 장군에 이어 새롭게 바다의 신으로 웅녀는 바다를 건너간 신이 되었다.
참여작가:
나오미글:
나오미, 남은혜영상편집:
박선주촬영_중국:
황호빈, 김룡호음악:
신예준그래픽
디자인: 김박현정후원: 서울문화재단
출처: 통의동 보안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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