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꽃은 가깝고 낯설다 My Flowers are Near and Foreign

코리아나미술관

2021년 5월 25일 ~ 2021년 7월 10일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유승희)은 ‘꽃'을 주제로 한 기획전 《나의 꽃은 가깝고 낯설다》를 5월 25일부터 7월 10일까지 개최한다.

《나의 꽃은 가깝고 낯설다》는 코리아나미술관과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의 꽃 관련 소장 유물과 회화, 그리고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이 담긴 회화, 설치 및 영상 작품으로 구성된 특별기획전이다. 

전통적인 한국의 자연관에서 꽃을 비롯한 식물, 산, 강 등의 자연물은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단순한 물리적 대상에서 나아가 만물의 생성과 그 이치를 담고 있는 존재였다. 자연의 일부로서 꽃은 소유가 아니라 관조의 대상으로 전통회화와 공예의 소재로 자주 활용되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국화와 매화, 모란, 연꽃 등의 꽃은 고고한 기품과 충심, 부귀영화와 번영 등 전통적인 상징체계를 이루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편 현대 사회에서 꽃은 아름다움의 대표적인 표상으로 우리의 생활을 함께한다. 현대인은 각종 의례에서 꽃을 주고 받거나 일상의 장식을 위해 꽃을 구입하며, 가구나 옷 등에서도 꽃무늬 장식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조상들과 달리 현대인은 흔히 꽃에 깊이 있는 인간의 정신을 투영하여 보지는 않는다. 꽃에 둘러싸여 살면서 그 색채와 아름다움에 대해 감탄하지만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은 과거와 사뭇 대조적이라 볼 수 있다.

19세기에 활동한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1830-1886)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자 동명의 시집에서 빌려온 전시 제목은 너무 가깝고 흔해서 지나치기 쉬운 꽃에 대해 낯설면서도 감각적으로 지각하는 시인 고유의 시선과 맥을 함께한다. 에밀리 디킨슨은 응축적인 표현을 통해 실존에 대해 탐구하면서도 꽃 등의 자연물과 단순한 사물들을 찬미하기도 했다. 여름부터 이듬해 봄까지의 심상을 담은 시집 『나의 꽃은 가깝고 낯설다』는 익숙하고 곁에 가까이 있는 존재들의 낯선 느낌과 특별함에 매혹되는 순간을 담아낸다. 본 전시 또한 꽃을 다룬 미술품을 통해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꽃의 의미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하였다.

화훼화를 비롯하여 청자와 백자, 화장도구에 이르기까지 꽃은 상징적인 소재로 널리 활용되었다. 크고 탐스러운 모란은 오래전부터 화중왕(花中王), 부귀화 (富貴花) 등으로 불리며 부귀영화(富貴榮華)를 상징하였다. 고려시대에는 아름다운 여인을 상징하는 귀족적인 꽃으로 여겨 장식 문양으로 많이 사용되었고,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꽃 중의 왕이라는 상징성으로 각종 의례에 사용하는 병풍의 소재로 활용되었다. 민간에서 모란은 부귀와 행복, 자손 번영, 가정의 화목 등을 상징하는 길상적인 의미가 더 강조되어 신부의 예복인 활옷, 가구, 도자기 등에 다채롭게 표현되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특성으로 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불교의 영향으로 고려시대부터 청자, 와당, 사찰 건축 등에 자주 사용되었다.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는 모습에서 선비의 지조와 기품을 상징하여 군자에 비유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길상적인 문양으로 널리 사용되었는데, 연밥의 많은 씨앗과 서로 얽혀있는 뿌리는 자손번창과 형제애를 상징하며 여인들의 의복과 장신구에도 사용되었다.

늦가을 서리를 이기고 고고하게 피어나 깊은 향기를 풍기는 국화는 군자의 절개와 선비의 기상을 상징하여 사대부의 사랑을 받았다. 국화는 매화, 난초,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四君子)의 하나이며 문인화의 소재로 남성들이 사용하는 도자기, 문방구 등에 문양으로 자주 사용되었다. 국화는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해주는 약재의 효능도 있어 민간에서는 술이나 떡을 빚어 먹거나, 말려서 베갯속에 넣어 사용하기도 하여 무병장수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의복과 장신구 및 생활용품에 문양으로 사용하였다.

난초, 국화, 대나무와 더불어 사군자의 하나인 매화는 다른 꽃이 아직 피기 전 이른 봄에 피어 봄을 알리고, 맑은 향기와 고유의 운치로 절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혹독한 추위 가운데 피기 때문에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과 고고한 품격에 비유되기도 한다. 따라서 예부터 선비들의 시와 그림의 소재로서 문인화에 자주 활용되었다. 매화는 장수의 상징물로도 여겨지는데, 겨울이 되어 잎이 진 다음 해에도 다시 꽃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매달 꽃을 피워 월계화(月季花) 혹은 사계절 끊이지 않고 피어 장춘화(長春花)라 불리는 장미는 청춘 또는 1년 사계절을 의미하였다. 전통회화에서 나타나는 장미는 화병과 함께 그려지면 내내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상징이 되고, 소나무와 함께 그려지면 젊음과 생기를 의미한다. 서양에서는 장미가 사랑과 연관될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상징물로도 여겨졌다.

주목할 만한 전시 작품으로는 활짝 핀 맑은 연꽃을 보는 듯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고려시대의 청자음각연화문매병부터 청화로 수(壽)를 그리고 둘레에는 모란꽃과 꽃잎을 풍성하게 그려 넣어 장식한 조선시대의 백자청화모란문합의 유물과, 맑고 우아한 세필 채색화로 꽃, 새 등의 화제를 주로 다룬 이당 김은호의 <암향(暗香)>, 동양 고유의 정신과 격조를 계승하며 현대적 조형기법을 조화시킨 월전 장우성의 <매화도(梅花圖)>, 예리한 필선과 독특한 조형미를 통해 매화라는 소재에 대한 기존의 한국화와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보여주는 우향 박래현의 <설중매(雪中梅)>, 풍경을 점묘 방식을 통해 화려한 색채로 표현한 이대원의 <농원>이 있다..

스페이스 씨 코리아나미술관과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의 설립자인 ㈜코리아나화장품 송파(松坡) 유상옥 회장은 한국의 전통회화와 유물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50여 년간 꾸준히 작품을 수집해 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꽃이 피고 녹음이 우거지는 봄과 여름을 맞이하여 꽃 관련 소장 유물과 미술품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다양한 꽃 관련 미술품을 통해 온 국민이 코로나 19로 어려운 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길 바라는 수집가로서의 소망도 함께 담겨있다.

이번 전시는 ‘꽃’이라는 도상의 전통적 해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동시대 작가들에게 있어 꽃은 전통적인 상징체계에서 벗어나 부유하는 이미지 혹은 양가성을 지닌 존재로 보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지닌다. 미술관과 박물관이 공존하고 있는 기관의 특성을 살려, 전통의 유물, 회화와 함께 현대적 관점이 담긴 작품들을 함께 만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함연주의 <폴링 인 리버스(Falling in reverse)> 시리즈는 전통회화에서 보이는 꽃의 모습과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며, 꽃을 지각하는 방식의 변화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면서 각자에게 꽃이 가진 의미를 질문한다. 한편, 조이솝의 <악의 꽃>, <밤이 없는 낮과 낮이 없는 밤>, <검은 꽃들은 노래하지 않는다> 작업은 꽃과 식물의 존재 방식에 주목하여 꽃이 지닌 양가성을 탐구한다. 주세균의 <하나를 위한 3가지 이유 #3 (HOGARTH)>와 <트레이싱 드로잉> 시리즈는 꽃이 가진 전통적 의미가 탈각된 지금 우리가 어떻게 꽃을 비롯한 도상을 인식하고 수용하는지를 반성적으로 고찰하게 한다. 도감에서 차용한 꽃과 식물 이미지들로 구성된 정소연의 <네버랜드>와 <포스트-네버랜드> 시리즈는 주입된 이미지를 통해 꽃을 비롯한 사물을 인식하는 지금의 현상을 드러낸다.

참여작가
허련, 김용진, 허백련, 김은호, 이상범, 변관식, 이방자, 이응노, 임경수, 김인승, 장우성, 이쾌대, 배정례, 박봉수, 박래현, 이대원, 김형근, 장이규, 성상은, 안성민, 곽수연, 정소연, 조이솝, 주세균, 함연주


주최·주관: 코리아나미술관
후원: ㈜코리아나화장품
협력: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Special thanks to 파시클 출판사

출처: 코리아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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