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결코 가볍지 않은

경북대학교미술관

2019년 10월 1일 ~ 2019년 12월 21일

<농담, 결코 가볍지 않은>은 농담의 가볍고 웃음을 유발한다는 일반적인 속성 이면에 정신적 에너지를 창출한다는 심리학적 가치를 발견하며, 그 가치가 시각예술 속에 나타남에 따라 탈근대적, 탈구조적, 비판적 의지의 추동력 되는 모습을 소개함으로써 농담의 가치를 새롭게 규명한다.

예술 속의 농담은 그것의 만들어내는 방식을 통해 주어진 시대와 처해진 상황 속에서 ‘지금, 여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의미 있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또한 농담이 웃음 발생의 필수 조건으로 제삼자의 수용을 통해 양자 간의 쾌락을 생성하는 것과 같이, 시각예술의 작품 또한 관람자의 적극적인 작품의 수용과 상호작용을 유발하여 작품을 완결성을 부여하는 참여자가 되도록 한다. 농담의 이러한 과정들은 관람자와 함께 절대성과 결정성을 거부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초월성을 경험하게 하고, 모순적인 현실로부터 일시적으로나마 탈출구를 제공하여 현실을 객관적 시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미고 있어 그 독특한 지위를 인식하지 못하였던 농담. 이것은 이제 다원주의 예술이 도래한 현 시대에 언어의 경계를 넘어 시각예술에서 표현의 도구로써 새로운 역할을 부여 받는다. 또한 낡은 사고체계에 전복을 가하며 고정된 인식, 습관화된 기대 등을 파괴하는 묵직한 연장으로 우리의 손에 쥐어졌다. 이번 전시를 통해 결코 가볍지 않은 웃음과, 결코 가볍지 않은 농담의 시대발전을 위한 의지와 힘을 발견하고, 유용성을 펼쳐나갈 수 있길 바란다.



김시연, 노르스름한, 디지털프린트, 130x200cm, 2012

김시연의 관심사는 부과된 목적을 위해 질주하는 생활에서 하찮은 것이라 간과했던 것, 열심히 보려고 노력해야 보여지는 것들에 관한 것이다. 작가에게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주변의 사물이 미묘하게 어긋난 그 틈으로 들어가는 일, 그 틈을 가능한 넓게 벌리는 일, 그 틈으로 무한대의 상상과 한순간의 쉼을 체험하는 일이다. 눈에 보이는 사물의 정의나 상투적인 의미에만 매달리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절제와 균형의 갈망,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의 중요함에 대한 사유이다.



정새해, 해변의 여인, 싱글채널비디오, 20분, 2016

<해변의 여인>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원작을 재해석한 비디오 퍼포먼스이다. 정새해는 바다세계를 등지고 육지세계를 거쳐 저 너머의 영원한 삶에 이르렀던 인어공주에 스스로를 투영하여 영원에 이르는 모습을 상상한다. 영상에 등장하는 인어공주는 어딘지 모르게 우스꽝스럽지만 그녀의 태도는 사뭇 진지하고 결연하다. 예술가로서 꿈꾸는 영원성은 인어공주로 나타나는 반면 현실에서의 결핍은 조악한 색과 공간의 연출로 드러난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예술가로서의 이상과 현실은 하늘-땅-바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부유하고 소외된 작가 자신의 모습과 같다.



조민아, Scrappy Dialogue, 60.6x72.7cm, 장지에 혼합재료,2015

현대인의 삶 속에서 벌어지는 개인들 간의 아이러니하거나 모순적인 상황은, 사회 구조 안에서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얽혀져 있는 각자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다. 작가 역시 사회의 구조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다루며, 특징 없는 인물들의 행동으로 화면을 구성한다.



옥정호, 미망인 시리즈, 100x150cm, 피그먼트프린트, 2018

‘미망’이라는 단어에는 ‘헤매다’라는 의미와, ‘넓게 바라보다’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두 낱말은 같은 소리로 발음되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원인과 결과처럼 전혀 다른 의미로 종결된다. 작품은 ‘작가 본인(나)-우리-세계’라는 세 개의 관계에서 넓게 바라봄과 헤매었던 시간이 서로 대치되었던 그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진보하는 시대정신과 역사가 어찌 된 영문인지 한 시대 한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답보되었던 그때 그 시간을 반추해보고자 한다.


참여 작가
(김)범준, 강재원, 김민형, 김석, 김시연, 김윤호, 노세환, 옥정호, 이동주, 장성진, 정새해, 정세인, 조민아, 조습, 진효선, 한상임


출처: 경북대학교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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