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 에르메스는 2025년 11월 28일부터 2026년 3월 8일까지 바르셀로나 출신의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Daniel Steegmann Mangrane)의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산과 친구되기 (Befriending the Mountains)”를 개최한다. 드로잉, 사진, 비디오,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지극히 섬세하고 시적인 감성으로 가다듬어온 작가는 생물학과 새로운 인류학적 담론에 근거하여 자연과 문화 사이의 복합적인 관계를 탐구해 왔다.
동식물학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2004년이후 리우데자네이루와 바르셀로나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는 작가는 특히 브라질의 대서양 우림인 마타 아틀란티카 (Mata Atlântica)와 아마존의 우림에 깊이 매료되어 오랜 기간 동안 숲을 탐구해 왔다. 숲을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환경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세계의 복잡성을 구현하는 살아있는 존재로 이해하는 그는 토착 사상을 수용하여 인간 중심의 근대주의적 자연관을 넘어서고자 했다. 그것은 문화와 자연, 인간과 환경, 주체와 객체 사이의 이원론 대신 긴밀한 상호연관성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다.
예측할 수 없이 복잡한 자연과 인간이 만든 기호인 기하 추상은 서로 대립한다는 일반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가는 실제로 자연이란 기하학의 결정체라 믿는다. 그러므로 실제와 인공이 교차하는 시적인 공간 설치는 그의 작업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조합이 된다. 이번 전시의 경우, 건축적 공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선의 파티션들은 중성적인 전시공간을 숲의 미로로 변화시켜 관객의 공간 몰입감을 배가한다. 인공적인 실내 공간에서 관객들은 열대우림과 거친 바위들로 부터 작은 나뭇가지나 곤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연의 존재들과 예기치 않게 조우하게 된다.
반면 건물 중정에는 한국 소나무 정원이 등장하여 시공간의 이동을 경험하게 한다. 물리적인 공간을 점유한 실제의 작은 정원은 산에서 오래 자란 붉은 소나무와 그 위로 내리치는 번개로 인해 시간적, 공간적 범주를 초월하게 된다. 거기에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경주 월지에 드리운 보름달의 정경까지 더해져 전시는 지수화풍의 조화로운 우주를 구성하는 것이다. 전시공간 내외부의 연결, 인공과 자연의 소통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자연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이해를 이끌어 내는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의 작품세계는 현대의 삶 속에서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제시한다. 자연의 시적이고 미학적인 측면을 재발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의 배제와 파괴의 역사에 대한 반성적인 사유를 제시하며 자연과 문화의 공존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다.
참여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만그라네
출처: 아뜰리에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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