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바탕 2018 - 미리보기

한국예술종합학교 복도갤러리

2018년 11월 6일 ~ 2018년 11월 17일

화가는 빈 캔버스를 마주할 때 항상 새로운 문제와 맞닥뜨린다. 어떤 이미지를 그려낼 것인가 하는 관념 상의 문제부터 붓과 물감의 선택, 그림을 그리는 방식 등 실제 행위에 관한 문제까지 숱한 물음과 만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캔버스가 단순한 물건(Object)이 아니라, 화가의 특정한 태도를 고스란히 담은 더 복잡한 작업(Work)이라는 이야기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지 빈 캔버스를 마주한 이후에 전개된 상황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아무 것도 없는 캔버스 앞에 서기 전 거의 모든 화가들이 겪는 과정이 있다. 바로 페인트 레이어(Paint layer)를 올릴 바탕이라는 구조 즉, 캔버스를 선택하는 일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캔버스를 구성하는 세부적인 재료를 살펴보는 일까지 확장된다.

리지드는 어떠한 이미지의 출발점이나 역사적 맥락과 관련된 상투적인 논의가 아닌, 재료의 측면에서 캔버스에 접근한다. ‘단단하다’는 형용사는 캔버스의 물리적인 단단함을 뜻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림이 그려지는 바탕으로써 캔버스가 그것을 사용하는 화가에게 적합한 상태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화가들이 각자의 취향에 알맞으면서 합리적인 캔버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동안 리지드는 수 많은 리서치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의 물건으로써 캔버스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구축했다. A회사의 틀, B회사의 천, C회사의 못을 사용하여 D라는 방법으로 캔버스를 짜고, 각자의 목적에 맞는 E라는 그라운드 바르는 것까지 일정한 재료와 방식을 고안해냈다. 

«단단한 바탕2018 - 미리보기»는 그들이 탐구하고 실험한 결과를 실물로 제작하여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장에 펼쳐진 캔버스들은 리지드의 샘플이다. 자신들의 재료를 이용하여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로 조합해 전시장에 비치해 두었다. 이 곳에 온 화가들은 천의 질감, 냄새, 천에 발리는 물감의 색 등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며 훗날 사용할 자신에게 알맞은 캔버스를 미리 경험하게 된다.

한편, 이처럼 리지드가 캔버스를 중요시 하는 태도는 지극히 일반적인 논의이다. 그러나 수년 째 때로는 강연으로, 때로는 전시로 형식을 바꾸어 가며 그 일반론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굳이 이 당연한 이야기를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들은 직접 샘플까지 제작하여 늘어 놓았을까? 아마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 곳에 펼쳐진 수 많은 캔버스들을 비교해 보며 서 있는 동시대 화가들이 스스로 내리게 될 것이다.

참여: RIGID(리지드)
기획: 김진주
디자인: 권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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