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대 건축물’은 갑오개혁 이후부터 대한제국 시기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축물을 지칭한다. 개항 이후 한반도 곳곳에 일본식 화옥(적산가옥), 서양식 양옥 또는 화옥과 양옥, 양옥과 한옥, 화옥과 한옥이 더해진 건축물들이 들어섰다. 한국전쟁과 산업화에 따른 도시 재개발을 거치며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일부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남아있다. 대전창작센터(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 또한 그중 하나이다. 故배한구(1917-2000) 선생이 설계한 것으로 서양의 기능주의 건축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20세기 중반 한국 근대건축으로 평가 받으며 그 자체만으로도 지대한 의미가 있다.
1998년 개관한 대전시립미술관은 중부권 최초의 미술관으로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토대이자 시민과 미술을 잇는 소통 창구로서 기능해 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보다 능동적인 예술적 가치를 생산하는 다학제적 접근과 경계의 확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05년 한남대학교와 건축학과와 ⟪산책-건축과 미술⟫을 공동 개최하며 이곳의 문화시설로서의 재생 기능성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돌입, 2008년 문화재청으로부터 관리전환을 허가 받았다. 이후 개관기념전 《It's Daejeon》을 시작으로 현재의 DMA 캠프에 이르기까지 대전창작센터라는 이름 아래 역사성을 내재한 실험과 상상의 장으로 기능하며 미술관의 역할을 확장해 왔다.
대전창작센터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2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대전창작센터는 다시 새로운 공간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문자 그대로 창작의 산실이었던 대전창작센터를 전시 대상으로 설정, 한 공간이 걸어온 자취를 예술적 언어로 재구성하여 창작센터의 새로운 가능성과 정체성을 탐구한다. 이를 위해 대전시립미술관은 대전광역시 문화예술과와 전시를 공동 기획, 1)창작센터를 중심으로 대전의 다양한 미술 궤적과 미술관 활동을 되짚어 2)지역미술의 새로운 내일을 전제하고 3)과거와 현재, 기록과 기억, 예술과 도시가 만나는 지점에서 공간의 미래를 질문한다.
전시 제목 《대종로 470 : 정면, 입면, 배면》은 대전창작센터가 지난 20여년간 그 임무를 부여 받아 살아온 장소와 시간을 함축하고 있다. ‘대종로 470’은 대전창작센터의 도로명 주소이며, ‘정면, 입면, 배면’은 근대 문화유산으로서 건물의 대표적인 특징을 보여주는 양식인 동시에 이곳이 물리적, 정서적으로 보이는 곳과 그렇지 못한 면을 조명하여 쓰임과 가치를 재조명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참여작가: 서도호, 양정욱, 무진형제, 안성석, 라현진
출처: 대전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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