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사회 Caring Society

경남도립미술관

2021년 10월 29일 ~ 2022년 2월 6일

《돌봄사회》는 재난이 일상이 되어버린 오늘날 삶의 지속을 추구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서 ‘돌봄’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다.

돌봄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유아 돌봄 교실’, ‘장애인 돌봄 센터’,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돌봄은 어쩐지 ‘특정한’ 대상을 위한 것인 듯하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누군가에게 돌봄을 주고받는 경험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있을까? 사실 누구나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돌봄을 경험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간은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개체라기보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불완전한 존재이며 상호의존은 본질적인 우리 삶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 중심의 근대 사회에서 수익으로 환원될 수 없었던 돌봄은 가치절하 되어 가족 내 보이지 않는 사적 활동으로 여겨졌다. 이후 시장에 던져진 돌봄은 외주화, 상품화를 거쳐 저임금 노동으로 재생산되었고 취약계층, 이주자, 제3세계 빈곤층 등에 할당되었다. 돌봄은 무관심의 역사 속에서 배제되어온 존재들의 아픈 현실을 공유한다.

최근 전 세계적 전염병 창궐은 돌봄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여전히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방역현장의 의료진, 학교가 문을 닫는 날이 늘어나 방치된 취약계층 아이들, 집단감염에 쉽게 노출되는 각종 보호시설과 교정시설 등 가장 먼저 재난의 위험이 향하는 곳은 돌봄이 무너진 자리였고, 결국 이러한 위기는 모두의 일상적 삶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돌봄사회》는 이와 같은 비극적 상황에서도 예술이 우리를 중요하다고 여겨져야 할 것들에 대한 사유와 실천의 지평으로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믿고, 현대 사회의 돌봄 구조를 들여다보고 우리 삶의 중심에 돌봄을 두기 위한 조건들을 탐구한다. 돌봄 다학제 연구 집단인 ‘더 케어 컬렉티브’에 따르면 돌봄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인데, 이 능력은 이 지구상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과 생물체들이 번성하고, 지구도 함께 번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사회적, 물질적, 정서적 조건을 마련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더 케어 컬렉티브의 돌봄을 끌어와 여섯 명의 국내외 예술가들과 함께 돌봄 요구와 응답이 발현되고 있는 구체적 상황들을 주목함과 동시에 우리의 몸, 가족, 공동체 그리고 지구를 돌보는 실천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할 수 있는지 공감각적으로 인식해 보고자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고유한 문화적 조건과 역사적 배경에서 질병과 장애, 신체적 제한, 노동 불안정성, 이주 공동체, 차별, 혐오, 지구온난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들을 교차하는 돌봄의 다층적 구조에 접근하고 있다.

전시는 현대 사회에서 질병, 장애와 같은 아픔을 규정하는 이분법적 조건과 제도가 돌봄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에 어떠한 미쳐왔는지 그 현재적 징후들을 살피며 시작한다. 그리고 아픈 몸을 돌보며 인간의 근본적인 취약함과 불완전함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발현되는 돌봄이 가진 저항과 회복의 힘을 감각하기를 시도한다. 나아가 스스로를 온전히 돌보는 일상의 실천들이 어떻게 만연한 각종 혐오와 차별을 넘어 타자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타자와 돌봄을 주고받을 때 생성되는 정동(情動)을 추적하며 정서적, 신체적 공명을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조금 더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마주하고, 대화하고, 돌보며 함께 하는 삶이 어떤 의미인지 질문하며 마무리한다.

《돌봄사회》는 동시대 미술을 통해 앎과 실천을 연결하려는 시도다. 이번 전시가 만연한 무관심을 극복하고, 자신과 타자를 돌보는 보다 나은 삶에 대하여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더 케어 컬렉티브, 정소영 옮김, 『돌봄선언』, 니케북스, 2021, p. 18.


참여작가
문지영, 요한나 헤드바, 임윤경, 최태윤, 조영주, 미하일 카리키스


출처: 경남도립미술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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