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한 개인전: Spawning Scenery

휘슬

2022년 5월 27일 ~ 2022년 7월 9일

NFT라는 새로운 기술, 매체의 등장은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다시 크게 흔들고 있다. 예술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우려 섞인 시선이 많지만, 디지털 환경을 작업의 바탕으로 사용하는 예술가들에게는 미술품의 존재 형식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과 디지털 작품에 원본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기대하게 한다.

람한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가 2017년부터 국내 미술신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작가는 본인의 SNS에 작업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그의 작품이 미술관에 걸리기 이전부터(2018, 유령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사람들은 모바일 기기의 디스플레이에 담긴 람한의 작품을 손쉽게 감상하고 몰래 소유하기도 했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디지털 작업에 물성과 원본에 준하는 자격을 제공한다. 간혹 람한의 작품을 실물로 출력해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지만, 그가 작업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감각의 경험적 측면을 대중과 공유하려는 모습을 이번 개인전 ‹Spawning Scenery›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전시의 제목 ‹Spawning Scenery›는 가상의 공간에서 무작위로 출현하고 병렬되는 이미지와 풍경을 의미한다. 이 제목에서 작가가 바라보는 풍경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는데, 스포닝은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개체가 쏟아지듯이 출현하는 모습에 가깝다. “어디서 본 듯한 풍경이라는 게 실물이 아니라 실은 영화와 게임을 통해 노출된, 만들어진 이미지를 떠올리는 건 아닐까”라는 작가의 말이 ‘산란하는 풍경’을 이해하게 한다.

그는 일명 JRPG게임, 아니메의 세계관 아래 성장했으며 콘솔 게임, AR, 오픈월드 게임, AI 제너레이티드 아트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람한의 작업을 세대론으로 귀결시키기엔 비평의 여지를 좁힐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작품의 소재를 선정하고 서사를 구성하는 방식을 보면 동 세대의 관심사가 강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그동안 ‹Object›, ‹Souvenir›시리즈를 선보였으며 평소에 직접 수집한 사물과 남아있는 기억의 이미지를 그려왔다. 그에게 기억이란 과장되고 미화되는 것으로, 작업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은 현실과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 특히 기념품 시리즈는 “경험을 직접 지니고 싶은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에 관해 설명할 때 “허상”이라고 말하는데, 디지털 회화 자체가 비물질이며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작업의 대상들도 경험을 통해 파생된 상상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는 귀엽고 아름다운 동식물, 인물이 등장한다. 화려한 색상으로 표현된 대상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끈적이고 반짝이는 물질로 한 데 뒤엉키고 꿈틀댄다. 회화나 조각처럼 냄새와 부피는 없지만, 왠지 경험을 바탕으로 떠올려 볼 수 있는 질감이다. 그는 매끄러운 디지털 화면의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해 색감과 표면 등의 감각을 묘사하는 것에 집중했다.

작가의 빛나는 풍경은 때로 잔혹하고 촉각적이다. 만질 수 없는 형상, 형태에 관한 작가의 관심은 2020년부터(2020, 부산비엔날레) 장기드로잉으로 이어졌다. 전시작 ‹I am relieved›(2022)는 팬데믹 이후 매일 같이 자신의 점막을 훑어가며 몸 상태에 관하여 질문하는 상황과 여러 매체에서 떠드는 신체의 반응들이 보고 만질 수 없는 몸 내부의 조직을 상상하게 만들었다는 기이한 경험에서 제작되었다.

람한이 만든 크리처는 연약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 작고 털이 보송한 토끼, 고양이처럼 보이는 생물들이다. 그의 작품 한편에 등장하는 이 동물들은 주인공이자 작업의 서사를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Save our souls›(2022)시리즈는 작가가 그동안 출현시켰던 동물들을 독대하기 위한 작품으로 외양은 비록 약하지만, 전투력은 높아 보이는 작은 괴물들을 전시장 곳곳에 배치했다.

작가가 집중하는 가상 세계, 판타지에 관한 관심은 이번 전시에서 VR과 3D 조각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VR 작품 ‹Uninvited-Tamagotchi›(2022)는 관객을 디지털 세계로 전이시킨다. 작가가 생성한 방에 앉아 그가 창조한 크리처를 더듬어보는 행위는 마치 디지털 회화의 실체란 이런 것일까 생각해보게 한다. 3D 작업 ‹morph 01-04›(2022) 시리즈는 동물과 식물, 물체를 모핑하고 서로 다른 물성이 대립하는 감각을 상징하는 피어싱을 결합했다. 람한은 이번 개인전에서 관객에게 퀘스트를 제안한다. 우리는 그가 가공한 ‘산란하는 풍경’속에서 디지털 회화의 현전성과 원본의 가치에 관하여 고민해보게 될 것이다.

글 김수현 (휘슬, 큐레이터)

람한(b.1989)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페인터로 올드팝/서브컬처와 미디어에 주입된 판타지에 관심이 있다. 그는 기억의 본질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모호함이라 믿고 있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장소와 경험의 독특한 기억은 작품을 통해 관람자에게 공유된다. 람한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2017년 유어마나 가게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0 부산비엔날레, 디뮤지엄, 시청각, 문화역서울 284, 휘슬 등에서 단체전에 참여했다. 전시 활동 외에도 Apple, 빅히트, SM 등 엔터테인먼트 컴퍼니,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작가: 람한 Ram Han

출처: whistle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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