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곡을 준비하는 앙상블
조정란 Director, nook gallery
앞면과 뒷면! 어떤 사물이나 상황은 보는 시각에 따라 앞면이 되기도 하고 뒷면이 되기도 한다. 무심히 지나치는 모서리에 세워진 도미노를 누군가 건드려 쓰러졌을 때, 보여 지는 면은 앞면일까, 뒷면일까? 일반적으로 영화를 찍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뒷면이 된다. 무엇인가를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 준비과정이 앞면이 될 수도 있다. 연주회나 영화를 위해 무대의 뒤편에서 준비하는 스태프들을 그린 그림은 무대 뒷면의 이야기를 앞면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로와정과 박진아는 앞면과 뒷면의 모호한 관계를 보여준다.
로와정은 전시장 바닥에 돌아가며 도미노를 설치한다. 조심스레 오랜 시간 공들여 세워놓은 도미노는 누군가의 부주의로 또는 호기심으로 쓰러지게 된다. 도미노는 전시장을 돌며 일렬로 세워져 있어 하나가 쓰러지면 줄줄이 무너져 버리는 우리 사회의 먹이사슬을 연상하게 한다. 본래의 목적인 쓰러지는 행렬을 마치고 난 후의 도미노는 앞면이 보여질 수도 뒷면이 보여질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뒤바뀌는 앞면과 뒷면은 오늘의 복잡한 사회현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천장에 매달린 구의 바닥이 보인다. 그러나 보이는 구의 일부분은 바닥이 아니라 윗면일 수도 있다. 사물을 보는 우리의 관점은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관계’와 ‘사이’에 대한 관심을 시각화하며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온 노윤희와 정현석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견제한다. 상대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로와정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가 앞면과 뒷면을 오가며 그들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박진아는 변화가 생기는 짧은 순간에, 무언가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그린다. 지난 전시에서 보여준 회색빛 넓은 바닥의 공허한 공항풍경은 최근 영화촬영 장면이나 음악회를 준비하는 무대의 뒤편으로 옮겨졌다. 중간 톤의 회색 바닥은 노란색이나 붉은색, 푸른색 바닥으로 변화되었다. 패션 화보를 찍는 사진가<노란바닥 01>은 화면의 대부분을 바닥에 내어 주고 그 위에서 일어나는 효과들을 소재로 삼았다. 우리가 끊임없이 반복하는 단순한 동작, 특별한 의미와 상징이 부과되지 않은 평범한 동작, 무언가에 골몰하여 무심코 하는 동작에 작가는 이끌린다. 여기서 인물은 인물화라기보다는 하나의 풍경화처럼 그려진다. <인터미션>, <다음 곡을 준비하는 앙상블>은 연주회를 위한 준비과정이다. 무대 뒷면의 준비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앞면으로 보여주는 그림은 전시장에서 벌어지는 뒷면의 일들을 소재로 삼았던 작가의 지난 작품들과 연결된다.
<다음 곡을 준비하는 앙상블>은 다음 연주를 위해 무심코 움직이는 연주가들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로와정과 박진아의 무심한 움직임을 상상하며 앞면과 뒷면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작가 약력
로와정 RohwaJeong
로와정(노윤희, 정현석)은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국민대학교에서 입체미술을 전공했고, 졸업 이후 2007년부터 로와정이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시작하였다. 2007년부터 9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로와정은 설치, 영상, 사진, 조각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관계’와 ‘사이’ 그리고 ‘중심’과 ‘주변’에 대한 관심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2008), 독일 Schloss Balmoral(2009), Schloss Plüschow(2010), 프랑스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2012-13), 금천예술공장(2013),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5)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서울 시립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박진아 Jina Park
박진아는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7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2000년 영국 Chelsea College of Art & Design, London 대학원을 마쳤다. 2002년부터 8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독일 뒤셀도르프와 베를린에서 3회의 2인전,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박진아는 짧은 순간에 벌어지는 일들, 무슨 일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직전, 변화가 생기는 순간, 이 순간에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그려오고 있다. 서울 몽인아트스페이스(2011), 파리 Cité Internationale des Arts(2009), 서울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07~2008)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로와정_도미노_태고합판, 가변크기, 2016

로와정_벨벳공 스케치_pen, pencil on paper, 29.7x21cm, 2016

박진아_의논_oil on linen, 130X194cm, 2016

박진아_메이크업_ oil on paper, 39X31.5cm, 2015
오프닝 2016.11.17 목요일 오후 6시
출처 - 누크갤러리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