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기억을 먹고 살고 우리는 기억을 나눈다.
정민주(송파 이야기집 기획자)

풍납동의 골목은 생각보다 바쁘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빨간 벽돌집들 사이로 간혹 커다란 펜스가 가려져 있기도 하다. 골목을 다 차지하는 이삿짐 트럭과 덩치 큰 공사장 덤프트럭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간다. 이렇게만 들으면 마치 개발 호재로 풍납동이 들썩이는 것 같지만, 땅 아래 풍납동에는 더욱 많은 이야기들과 시간을 품고 있다. 

21년도 이면 도로에 위치했던 송파 이야기집에서 올해 풍납시장 인근으로 옮긴 송파 이야기집은 어르신들, 그리고 주변 주민들과 더욱 가깝게 만날 수 있었다. 누군가가 떠나 비어져 있던 건물이 하루, 이틀에 사라져 공터가 되거나 주차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풍납 이곳의 기억은 쌓여가고 있었다. 이번 공유회에서는 <송파 이야기집>을 비롯하여 그 기억들을 담고 있는 구 샬롬화장품-성수동수제화-헤어사랑 등 주변 일대에서 펼쳐진다.

어르신들과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며 만나면서 우리는 그들이 가진 기억의 일부를 나누었다. 우리가 목격하지 않은 장면들을 그들의 말과 행동으로 재어 습득하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체화된 무언가는 예술가의 행위를 통해 그리고 다시 변해버린 골목 곳곳으로 다시 되새겨진다. 그들과 나눴던 대화엔 북적였던 풍납동, 젊었던 나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빨래를 하는 그냥 일상, 옆집 누구누구의 속 사정 그런 것들이다. 특별하지 않은 작은 자분들이 알게 모르게 갈라진 이 틈들 사이를 메워주고, 또 빛나길 바라본다.

“모르는 사람과 날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그에게 손을 내밀고 당신이 무기를 버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선의의 표현이고, 당신이 말하고 있는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인간성의 표현이지요. 이 세계는 우리를 분열시키고 증오와 불화 속으로 밀어 넣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를 하나가 되게 하는 것들을 기억해내는 건 좋은 일이에요. 우리가 낯선 이들과의 관계에서 이러한 것들을 주장하면 할수록 이 도시는 더욱 활기차 질 거에요.”
『뉴욕 이야기』 소피 칼 / 폴 오스터 고담 핸드북 <낯선 이들에게 말 건네기> 중

폴 오스터가 소피 칼에게 건넨 ‘뉴욕에서 아름답게 사는 방법’에 관한 조언을 공유하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 그가 제시한 네 가지 방법은 바로 미소 짓기, 낯선 이들에게 말 건네기, 걸인과 노숙자에게 배려하기, 한 장소를 나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가꾸기이다. 우리가 그동안 풍납동에서 나눈 미소와 대화, 음식, 그리고 꾸려진 이 장소들이 아름답게 사는 방법에 충족할까? 하는 희망과 기대를 이곳에 방문하여 지켜 봐주는 모든 이들과 나누고 싶다.

주최: 송파구

주관: 송파문화재단

협력: 선잠52, 이야기청

후원: 서울문화재단
총괄
기획: 육끼(황지원)
기획 정민주

참여예술가
: 박아름, 신다영, 윤석환, 장형석, 조경철

오래된 길잡이: 김정헌, 이원재

올해의 길잡이: 김종길, 박찬국

디자인: 파이카 pa-i-ka

온라인 디자인: 그린다 남유정

기록(영상): 유니온씨 Union_C

작품사진: 씨앤씨우스튜디오 xianxiu studio 박희수

기술(음향): 
트루오디오 true audio조현민

전시협력: 이지연

예약링크: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775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