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無言歌

갤러리소소

2021년 4월 10일 ~ 2021년 5월 9일

멘델스존은 평생에 걸쳐 다양한 <무언가>를 작곡했다. 그것은 봄에 대한 노래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위한 자장가였으며, 때로 뱃사공의 흥얼거림이었다. 말없이 부르는 그 노래는 일상의 모든 것을 조용히 읊조리면서 삶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이 <무언가>처럼 김정욱, 양유연, 정재호 작가는 평범함에 시선을 두고 어둠 속에서 존재의 빛을 밝혀낸다. 《무언가 無言歌》전은 빛과 어둠을 활용하여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이어온 세 작가의 작업이 만나는 지점이다.

김정욱 작가는 어둠과 빛의 대조를 통해 강력한 존재를 보여준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존재들을 좇아온 작가의 시선은 존재의 힘이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한다. 화면을 가로지르며 주저 없이 뻗어나간 선들은 존재가 뿜어내는 빛 그 자체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나며 서로를 위로하고, 수많은 사연을 품고 눈물을 흘리는 그 순간에도, 삶을 똑바로 응시한다. 어둠을 딛고 일어나 스스로 빛이 되는 존재의 힘은 작품 밖으로 퍼져 나온다.

양유연 작가는 빛의 다양한 변주에 초점을 맞춘다. 어둠과 등을 맞댄 빛에 몰두했던 작가는 이제 어둠과 빛을 아우르며 존재의 다양한 색을 드러낸다. 작품 속 형태들은 가려지거나 흐릿하게 표현되어 그 실체의 전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형태는 어둠 속에 묻히지 않고 본연의 색을 섬세하게 밝힌다. 안개처럼 서서히 드러난 색들은 여러 겹의 깊은 감정을 지닌 채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존재의 본질을 비춘다.

정재호 작가는 어둠에 빛을 비추어 그 어둠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죽어가는, 억압받는, 숨어 있는 존재들을 조명함으로써, 무심코 지나치는 시선 밖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삶의 속성을 드러낸다. 어둠에 가려져 있던 소박한 일상 속 미약한 존재에 빛을 비출 때, 그 존재는 비로소 하나의 주제로, 주인공으로 삶에 등장한다. 이를 통해 주변으로 밀려나고 시간에 지워지는 존재들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무언가 無言歌》전에서 빛과 어둠에 집중한 김정욱, 양유연, 정재호 작가의 작업은 동양화의 정수를 환기시킨다. 동양화는 뚜렷한 경계선이나 선명한 색으로 표현되기 보다는 물을 매개로 하여 종이에 퍼지는 색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빛에 스미는 어둠, 어둠에서 어스름하게 피어나는 빛과 숙명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조형적인 특징은 무와 유, 추와 미, 주와 변 등의 세상을 나누는 경계를 허물며 존재의 본질을 찾아나가는 세 작가의 작업과 결을 같이 한다. 빛은 어둠을, 어둠은 빛을 벗삼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그들의 작업은 말없이 부르는 노래처럼 평범한 존재의 일상에 시선을 보내게 할 것이다. 전희정(갤러리 소소)

참여작가: 김정욱, 양유연, 정재호

출처: 갤러리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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