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형제 개인전 : 속인의 밀담 MOOJIN BROTHERS : Worldling's Dialogue

오뉴월 이주헌

2016년 10월 26일 ~ 2016년 11월 16일




무진형제의 <속인의 밀담>이 오뉴월 이주헌에서 2016년 10월 26일부터 11월 16일 까지 열린다. 문학, 미술, 사진이란 각기 다른 매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 명의 작가로 구성된 무진형제는 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 노동자와 예술가, 청년과 노인이 들려주는 평범한 속인들의 이야기를 낯설고도 기이한 감각으로 재구성한 영상 설치 작품 4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 <속인의 밀담>은 그간 무진형제가 탄생시킨 이야기들을 성북동의 작은 한옥 구석구석에 풀어 놓았다. 무진형제가 풀어 놓은 이야기 속 화자들은 조용히 서로를 응시하며 각자의 감춰진 이야기를 교환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이야기가 감춰진 이유에 특정한 음모나 비밀은 없다. 단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영원히 사라져버린 언어들처럼 역사의 표면 아래로 깊이 침전 됐을 뿐이다. 관람자는 작품을 직접 대면하기 전 붉은 장막을 걷고 이주헌의 대청에 들어서게 된다. 장막 안은 텅 비어 공허하지만 그 공기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부유하는 소리들로 가득 차있다. 공간을 고요히 비추고 있는 조명은 고해소의 불빛처럼 우리를 담담히 다른 시공간으로 이끈다. 대청의 왼편인 안방에서는 신작 "풍경_바람의 경전"(2016) 속 두 형제가 오늘도 부지런히 하루를 보내고 있다. 두 형제는 아버지가 남기고 간 기이한 형체의 물질을 보존, 관리 중 이다. 그래서 그들의 진열장은 자신들도 이해하지 못할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형제는 이 물질의 정체를 밝혀내기 보다는 아버지의 유품과 같은 그것들에 둘러 싸여 세상과 단절 되어 지내고 있다. 정체 모를 물질에 대한 형제의 맹목적인 부지런함은 오늘날의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세대의 상황과 묘하게 닮아 있는 듯 하다. 무진형제는 이들을 탈출 시킬 방법으로 보르헤스의 ‘상상 동물 이야기’의 신화 속 동물들을 소환했다. 허구의 존재들은 종종 현실을 뛰어 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매개체가 된다. "풍경"(2016)은 무진형제가 처음으로 시도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이야기 전반을 흐르는 분절적 서사 구조와 영상 속 이미지의 독특한 질감이 스톱모션 특유의 효과와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풍경”(2016) 속 우로보로스가 원형의 무한한 시간의 고리를 만들었듯 대청의 오른쪽 건너방에 위치한 '적막의 시대'(2012)와 함께 설치된 오브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얼마나 흘러가고 있을지 모르는 1902호 여자의 시간의 관념을 상징해준다. 그녀는 허름한 작업실에서 환청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작업을 포기하지 않는 예술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 '시간의 그림자'를 지나면 "결구"(2015)의 터널 입구가 보인다. 거기엔 노동자 M이 덩그러니 앉아 있다. 습하고 허름한 방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런 M을 위로해야 할지 아니, 그런 위로가 가능할지 묘한 혼란 속에 터널을 겨우 빠져 나와 붉은 장막을 걷고 이주헌의 조그만 마당에 선다. 신선한 공기를 한 모금 마시는 사이 하늘까지 닿은 재건축의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때 마당의 한 켠에서 발견된 "더미"(2015)의 이토이토 할멈은 불길한 예언자의 뒷모습을 하고 무너진 마을 위를 가로지른다. 이번 전시에서 무진형제는 단순한 스크리닝을 넘어 곳곳에 배치된 영상 속 오브제와 드로잉의 연극적 요소를 통해 그들이 만들어낸 가상현실을 더욱 가까이 감각하도록 만들고 있다.


무진형제 작품의 등장인물은 모두 기묘한 소명의식의 지배를 받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것은 무진형제가 주인공에게 이름을 붙여 준 것처럼 그들에게 부여한 정체성이다. 만일 무진형제가 담지 못한 이들의 삶의 이면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풍경"(2016) 속 형제는 아버지와의 행복한 조우를 여전히 꿈꾸며, '적막의 시대'(2012)의 1902호 여인은 자신의 예술에 취해 황홀한 무아의 경지로 넘어 간지도 모른다. 영상 속 주인공들의 목적과 방향을 상실한 수행은 무진형제가 발견한 현실이 강요한 삶의 조건들에 대한 판타지로 해석 된다. 과거는 미래를 만든다는 명제 아래 행해진 수많은 희생들은 결국 우리를 어떤 미래로 데려다 주었나? 과거는 경험을 통해 미래로 전달된다. 개인의 부분적 기억과 세계에 대한 경험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는 과거,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도 어떻게든 예측하고자 하는 가상의 미래, 그리고 이 두 사이에 낀 채 숨쉬기 어려운 현재의 시간에서 다행히 무진형제는 또 다른 소멸 직전의 이야기를 발견하여 새로운 어휘들로 재조명 한다. 그것을 통해 또 우리는 얼마만큼의 현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은 의외로 소소한 계기의 연속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으므로.


한편, 오는 2016 년 11 월 12 일 오후 4시 오뉴월 이주헌에서는 이주헌에서는 이주헌에서는 무진형제와의 무진형제와의 무진형제와의 아티스트 토크가 토크가 열 린다 . 무진형제의 무진형제의 이전 작품을 작품을 다시 들여다보며 들여다보며 들여다보며 미술적 미술적 영상 이미지와 이미지와 작업의 협업의 협업의 과정들에 과정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해보는 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예정이다 . 문의는 문의는 스페이스 오뉴월(070 4401 6741)에서 가능하다.

글_송고은(스페이스 오뉴월 큐레이터)



무진형제, 더미, 단채널 영상, 00:08:56, 2015, 스틸컷


무진형제, 풍경(바람의 경전), 단채널 영상, 스틸컷


무진형제 , 결구 , 단채널 영상, 00:11:40, 2015, 스틸컷


무진형제, 적막의 시대, 단채널 영상, 00:16:48, 2012, 스틸컷


오프닝 리셉션 

2016년 10월 28일 금요일 오후 6시


아티스트 토크

2016년 11월 12일 토요일 오후 4시


본 전시는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016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입니다.


후원: 서울시립미술관


출처 : 스페이스 오뉴월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무진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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