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5120 공유시선 선정작가전: 친밀한 대화

문화살롱5120

2025년 11월 7일 ~ 2025년 12월 27일

친밀한 대화의 꽃은 언제 피어날까

이 전시장엔 두 겹의 대화가 있다. 조각에 접근하는 방식도, 사용하는 주재료도 다른 윤정민과 하성욱의 대화가 그 첫 번째 겹이다. 둘은 긴 시간 서로의 희로애락을 지켜보며 조각이라는 매체를 중심으로 영향을 주고받고, 다름을 발견하고, 삶을 대하는 공통적인 태도 역시 인식해 왔다. 세월이 남긴 여러 변화 이후, 두 작가는 이번 전시로 다시금 마주하여 대화를 통해 작업의 시작점을 톺아보기로 한다. 다만, 이 둘의 대화엔 또 다른 한 겹의 대화가 전제된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함께한 만큼 각자의 재료와 오래도록 나누었던 대화이다. 두 작가는 저마다의 인연으로 만난 재료와 호흡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그 대화의 기록을 이곳에 풀어놓는다.

윤정민은 철과 대화한다. 초기에 작가는 드로잉한 인물의 외곽선을 용접한 철로 구현했다. 선적인 요소로 활용되었던 철은 작가 스스로 한계를 맞닥뜨린 이후 철판 자체에 주목하면서 그 쓰임에 변화를 겪는다. 그렇게 선에 의지하던 조각은 면으로 확장되고, 작가는 철판을 단조하기 시작하며 철의 물성과 본격적으로 대면한다. 단조를 통해 작가는 마치 수묵화의 농담처럼 평면적인 철판의 굵기를 조절하고, 기존에 조각 내부를 채우던 석고와 한지의 우둘투둘한 표면을 철판 위 흔적으로 치환하기도 한다. 특히 드로잉 기반이 아닌 이번 신작에선 자른 후 남은 철판을 단조하고 이어 붙여 조각의 우연성을 극대화한다. 이 우연성은 인물의 표정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눈·코·입을 직접 뚫어 불로 달군 후 단조하는 공정은 표정을 한층 모호하게 만들어 관람자에 따라 그 감상이 달라지는 여백을 자아낸다.

하성욱은 가죽과 대화한다. 생계를 위한 연구의 대상이었던 가죽은 작가에게 물질 이면에서 작동하는 은폐된 사회 구조와 인식 및 가치 판단 체계를 일깨우며 주요한 소재로 떠오른다. 가죽 가공 과정 중 상품성이 충분한 외피 이외에 버려지는 내피와 자투리 표면은 작품의 몸체가 되는데, 그 외형은 인공물과 자연물의 구조 너머에 있는 상상력에 의존하며 구체적인 대상의 지시를 유보한다. 결국 작가 특유의 기법으로 견고한 몸체를 획득한 폐가죽은 연약한 물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에 의한 상징과 소비의 맥락에서 벗어나 어엿하게 공간의 부피를 차지한다. 더불어 이 견고함은 폐가죽 덩어리를 깎아낸 작품에서도 드러나는데, 낮은 내구성의 폐가죽을 지층처럼 켜켜이 쌓고 그 표면을 깎아 만든 조각은 높은 밀도를 구축하며 또 다른 차원의 존재 방식을 증명한다.

이처럼 두 작가는 서로의 재료와 기나긴 대화를 나눈다. 몸을 쓰며 나눈 이 대화는 둘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현실 속 왁자지껄한 대화로, 어우러져 있는 작품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친밀한 대화의 조건은 무엇인가. 윤정민은 철이라는 단단한 재료를 다루지만 마치 드로잉하듯 조각하고, 하성욱은 폐가죽이라는 유연한 재료를 다루지만 견고한 질서를 바탕으로 조각한다. 이때, 둘은 함께 물질과 고군분투하면서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다.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존재하는 다름 역시 소중히 여길 때. 친밀한 대화의 꽃은 어쩌면 그 순간에 피어날지도 모른다.

글: 강현규 (문화살롱 5120 코디네이터)

참여작가: 윤정민x하성욱
포스터 디자인: 하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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