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어트리뷰트 Media Attribute

스페이스K 과천

2019년 3월 18일 ~ 2019년 5월 3일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는 기획전 ‘미디어 어트리뷰트(Media Attribute)’전을 마련한다. 유래 없는 이미지 홍수의 시대에 직면한 동시대 미술에서 매체의 의미를 탐색하는 이번 전시는 김찬송과 이태수, 장유정 작가가 참여하여 회화와 조각, 사진, 설치 등의 여러 매체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오늘날 모든 것이 이미지로 소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인스턴트 이미지들과 구별되는 동시대 미술의 전략으로서 ‘매체’에 대해 주목한다.   

새로운 기술 기반의 초연결망이 혁신적인 공유방식을 통해 압도적인 표현력과 생산력을 발휘하며 인류가 지금껏 구가한 적 없는 강력한 시각 문화를 창출했지만, 오늘날의 시각 중심 시대는 시각 예술의 최전방에 있다는 ‘미술’이 일군 성취는 아니었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마샬 맥클루언(Marshall McLuhan)의 50년 전 단언이 한층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종래의 미술 매체는 한갓 ‘역사적’인 미디어로 치부될 것인가. 이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 전시는 매체를 중심으로 형식주의적 관점에서 참여 작가들을 조망한다. 

기이하게 느껴지는 심리적 현상인 언캐니(uncanny)를 화폭에 표현하는 김찬송은 물감의 물성을 부각시킨 과감한 작법을 통해 단일 매체로서 회화의 자율성을 드러내는 한편,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고전적 물성에 기대고 있는 조각 매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태수는 중량의 사물을 매우 가벼운 소재로 모사하여 예의 시·지각 방식을 전복한다. 장유정은 사진에 설치 작업을 교차하는 수법으로 실재와 이미지가 역전되는 역설적인 관계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물론 이들 작가들이 과거 시각 예술의 매체적 의미와 유산을 부정하고 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례적인 기술적 진보 앞에 동시대 미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는 작가들의 자문과 자답은 단편적인 자기 성찰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에 미술 작품의 의미라는 존재론에 수렴된다. 요컨대 이번 전시는 이들 예술가들이 ‘매체’를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는지 살펴봄으로써 동시대 미술에서 ‘매체’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작가소개

김찬송
김찬송의 작품에서 평범한 일상 공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누드는 다름 아닌 작가 자신이다. 카메라 앞에 스스로를 응시 대상으로 세운 그는 촬영을 거듭하면서 자신의 몸이 더 이상 스스로와 동일시되지 않음을 느꼈고, 낯선 대상으로 느껴지는 순간의 컷을 화폭으로 옮긴다. 화면 밖으로 밀려난 얼굴은 우리의 눈길을 더더욱 신체 자체에 머무르게 하는데, 물감을 두텁게 발라 직관적인 빠른 붓질로 동세와 명암 정도만 묘사한 신체는 불특정한 누군가의 몸과 다를 바 없는 타자로 등장한다. 그의 이 같은 과감한 작법은 익숙한 대상에서 느껴지는 두려운 감정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하기도 한다. 한편 함께 전시되는 연작 <의심의 정원>은 각국에서 온 이방의 식물들이 한데 엉겨 자라고 있는 프랑스의 어느 정원을 소재로 하는데, 이 역시 물감의 물질성을 즉각적으로 노출함으로써 배경이 되는 장소의 특정성이나 수종의 특이성을 무력화한다. 실재의 대상과 이를 촬영한 사진, 그리고 회화적 공간에 옮겨 놓은 작가의 캔버스, 이 삼자는 더 이상 재현적으로 일대일 대응하지 않으며 복잡다단한 함수로 관계를 맺는다.

김찬송, Weight of the fog, oil on canvas, 116.8x80.3cm, 2019


김찬송, 자리잡지 못한 풍경, oil on canvas, 112x162cm, 2019


이태수
이태수는 건축 골조로 사용되는 육중한 H빔이나 거대한 바위를 깨지기 쉬운 유리잔 위에 얹은 위태로운 형상으로 구조물을 만든다. 무게나 내구성이 전혀 다른 물체가 서로 균형을 이루며 지탱하고 있는 모습은 일견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만, 사실 이 무거운 사물들은 경량 소재를 사용하여 대상의 외양만 그럴듯하게 모방한 일종의 조각적 눈속임이다. 작가는 시각예술의 흐름 속에서 조각이 무수한 실험을 통해 그 외연을 넓혀 왔음에도 불구하고 삼차원의 조형 어법이 고전적인 방식의 즉물적 물성에 여전히 의지하고 있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육중해 보이되 가볍기 이를 데 없는 그의 작품은 조각을 조각답게 하는 양감이나 공간, 구조 등 매체의 물리적 요건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지만, 우리의 지각은 그저 사물의 표면에 국한되기 일쑤다. 이렇게 물성을 치환하여 작가가 창출한 아이러니한 구조물은 우리의 틀에 박힌 시지각 방식을 뒤엎는 경험을 유도한다. 


이태수, Stone, mixed media, 167x120x150cm, 2018


이태수, H-beam composition, mixed media, 90x90x255cm, 2018


장유정
장유정은 사진 매체를 기반으로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연작 <네추럴 네이처(Natural Nature)>는 자연물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점토 덩어리나 줄무늬 리본 따위를 걸쳐 둔 옷걸이처럼 사진 이미지에서 유사하게 연상되는 사물을 가공하여 나란히 설치한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실제 사물들이 각종 SNS나 모바일 플랫폼에서 소비되는 가상의 이미지에서 파생되는 현상에 주목한 작가는 과거에는 실재의 그림자로 여겨졌던 이미지가 오늘날에는 실재를 지배하는 역전된 구조를 표현하고자 한다. 그의 사진은 독립된 매체가 아닌 서로 분리되어 있던 다른 매체와 상호작용시킴으로써 스크롤 위로 너무 쉽게 소비되는 이미지와 차이를 가지는 미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장유정, Natural Nature #1, archival print, Korean dictionary, Korean-English dictionary, 150x100, 18x16x9cm, 2018


장유정, Natural Nature #6, archival print, chalk, artificial plant, blackboard paint, 94x100, 50x45x60cm, 2018


출처: 스페이스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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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장유정
  • 김찬송
  • 이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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