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ra Saboury 개인전 : FILTHY MIDDLES 더러운 중간

아웃사이트

2018년 3월 8일 ~ 2018년 3월 30일

아웃사이트에서는 2018년 첫 번째 전시로 미트라 사보리 Mitra Saboury 개인전 《Filthy Middles 더러운 중간》을 3월 8일부터 3월 30일까지 개최합니다.

LA를 중심으로 활동 해온 미트라 사보리 Mitra Saboury는 자신의 신체를 이용하여 아스팔트 도로 위의 구멍, 파손된 건물 외벽, 타일 틈새와 같은 일상 속에서 흔히 마주치는 일상의 구조물과 사물들을 낯설고 불편한 관계 속으로 끌어들이는 영상 작업을 선보여 왔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신체를 흙더미 속에 파묻고, 쓰레기를 주워 자신의 옷 속으로 구겨넣으며 스스로를 제거되어야 하는 혐오적 대상의 일부로 편입시킵니다. 영상 속에서 작가는 암면(유리섬유의 일종)이나 콘크리트와 같은 거친 혹은 더러운 사물의 표면 안팎을 자신의 말랑한 살갗으로 파고들며 대상을 탐닉하고, 맛보고, 매만집니다. 도시 환경의 표면에 난 틈을 사람의 주름인 양 더듬고 핥고 밟고 손톱으로 긁으며 그 경계를 둘러싼 외부와 내부를 유희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는 신작을 포함한 13채널의 영상을 전시장에 구현합니다. 개별 영상 속에서 반복되어 벌어지는 그녀의 육체와 사물 간의 관계들은 근대적 신화 중 하나인 청결(위생)과는 지극히도 이질적인 감각으로서 전시장 구석구석을 지배하며, 감각의 파편들은 점차 공간을 이성의 기억들이 한없이 누락되어진 장소로 치환시킵니다. 전시장을 뒤덮은 작가의 영상들은 일종의 덫이 아닌 덫으로서 관객들에게 청결과 불결의, 즐거움과 불쾌함의, 인간이거나 인간이 아닌 것의 경계를 끊임없이 망각하게 만듭니다.

글_아웃사이트


더러운 중간: 위생도착적 주체들을 위한 ‘더러운’ 치유에 관하여

청결은 품격이고 위생은 질서이다. 매음굴이 모든 사회의 가장 추잡한 그늘 밑에 숨겨질 때 오성급 호텔은 위생의 훈장을 달고 밝게 빛난다. 그러나 사실 이 ‘위생’이란 자연 상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질서이다 : 음탕한 월경, 더러운 검은 피부와 볼품없는 부랑자들이 격리되고 병리화 될수록 그들의 구조적 타자들은 건강한 계급의 순결한 엘리트로 부상하게 된다. 무질서는 우리가 두려워하도록 훈련된 무정부적 위기의 상황이며 위생은 타자를 살균(제거)하고자 하는 이성적 주체들을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청소는 모든 타자들을 제거함으로써 동일자의 균질한 공간을 확보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자신의 영상 속에서 집착적으로 문지르고 비비고 뒹굴며 더러움을 닦아내는 미트라 사보리의 육체는 오히려 역겨울 정도로 그 더러움에 오염되고 만다. 그러니까 청소의 주체로서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는 그녀는 때와 오염을 제거하기보다는 그 불결함의 일부로서 흡수되고 만다. 일례로 그녀는 영상 <Stuffed> (2018) 에서 온갖 거리 위의 쓰레기들을 주워 자신의 하얀 레깅스 뒷춤에 쑤셔 넣고, 불룩 튀어나온 쓰레기-엉덩이 보형물이 자신의 신체 일부인 양 양손으로 그 모양새를 매만진다. 얼룩진 레깅스를 입고 쓰레기-엉덩이를 찬 사보리는 자신이 열심히 줍던 쓰레기들과 크게 구별되어 보이지 않는다. 

사보리는 다른 영상들 속에서 곰팡이 낀 타일 줄 눈에 손톱을 갈아 다듬거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치실처럼 끼워 콘크리트의 갈라진 틈 사이를 청소한다. 또 다른 영상 속의 작가는 프레임 바깥의 누군가가 계속해서 흙 바닥에 뱉는 침을 맨발로 비벼 지운다. 자신의 피부와 머리카락, 손톱을 이용한 사보리의 유사 청소 행위는 청결을 향한 관객의 기대 위에 더 큰 좌절을 남기게 되는데 감염의 공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 좌절은 어느 면에서 근대적 주체성이 맞이한 최근의 위태로움에 기인한다: 사보리의 육체는 무질서와 불확정성(예측할 수 없고, 이해되지 않는)속으로 흡수 되고 이는 모든 이성적 주체에게 혐오감을 준다. 그렇게 그녀는 위생이라는 근대적 허구를 전복시킨다. 

의도적으로 증폭되는 혼돈 속에 효과 따위와는 거리가 먼 사보리의 ‘태업’(사보타주)은 효과적으로 살균하고 박멸하는 근대적 관습을 근원적으로 무력화시킨다. 그녀의 행위는 더러움을 규정하는 위생의 이분법에 직접적으로 저항하진 않지만 더러움과 깨끗함의 경계 자체를 핥고 비비며 지워버린다. 사보리에 따르면 그녀의 작업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더러움에 대한 위생 강박적 공포를 극복하는 일종의 자기 치유 행위이다. 그녀는 그 공포를 제거하기 위해 공포를 유발하는 대상을 격리시키고 제거하는 이성적 반응을 보이는 대신, 강박의 대상 자체와 동화 됨으로써 애초에 그곳에 공포가 있었음을 증명할 수 없게 만든다. 즉 그녀와 그녀의 작업은 청결과 불결의 규정 자체를 외면하고 그녀를 둘러싼 것들에 새로운 그리고 불경한 이름을 널리 부여한다.

전시장의 구석을 향해 놓인 티브이에 이르면, 흙 속에 파묻힌 사보리의 얼굴이 발굴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Found Face>, 2018). 타원형의 살을 덮은 검은 흙 사이로 익숙한 눈-코-입이 모습을 드러낸다. 얼굴을 발굴한 손이 부드럽게 쓸고 두드릴 때 식물로 분한 미트라 사보리는 인간-동물/동물-식물/주체-타자를 가르는 경계 위에서 웃음을 터뜨린다. 그녀 자신이 어지럽힌 대상들과 함께 더러운 나라의 미트라 사보리는 주어진 이름으로부터 일탈한다. 

사보리의 개인전 《더러운 중간》에서 관객들이 경험하는 것은 더러움과 깨끗함이 그 이름을 잃어버린 공간이다. 그 공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더러운 것들은 사보리의 개입을 통해 변태적이지만 부도덕하지 않은 어떤 것으로 페티쉬화 된다. 공간을 뒤덮은 기묘한 열 세 개의 영상 속에서 더러움을 만끽하는 사보리의 신체는 언캐니하지만 불경스럽진 않다. 《더러운 중간》에서 작가가 제시하는 청결과 불결의 사이, 혹은 더러움의 중간 어딘가는 윤리적 잣대가 아직 닿지 않는 곳에 자리한다. 그녀는 행위의 목적성을 극단적으로 전도시킴으로써 위생의 믿음을 하나하나 무너트린다. 그녀가 사물을 의인화하고 도착함으로써 그것의 윤리적, 역사적, 보편적 가치를 무력화시킨다. 기능성과 목적론에 눈을 감은 미트라 사보리의 동물적(유아적) 유희는 아무것도 죄악스러울 것은 없지만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글_임진호



<Used>, still image, 2018, HD video, 00:00:30



<Broken Dishes>, still image, 2018, HD video, 00:02:00


<Stuffed>, still image, 2018, HD video, 00:03:00



<Melt>, still image, 2018, HD video, 00:03:00


오프닝 리셉션: 2018년 3월 8일 (목) 오후 6시
작가 웹사이트: http://www.mitrasaboury.com
디자인: 백현주

출처: 아웃사이트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Mitra Saboury

현재 진행중인 전시

강서경 개인전: 마치 Suki Seokyeong Kang: MARCH

2024년 3월 19일 ~ 2024년 4월 28일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Geometric Abstraction in Korean Art

2023년 11월 16일 ~ 2024년 5월 19일

조영주 개인전: 카덴짜

2024년 3월 8일 ~ 2024년 4월 14일

수잔 송 개인전: 근거리 Suzanne Song: Near Distance

2024년 3월 6일 ~ 2024년 4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