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홍 : Drift_표류하는 사물들

우민아트센터

2020년 7월 15일 ~ 2020년 9월 5일

민성홍은 버려진 사물이라는 객관적 상관물1)에 주변적 환경변화의 영향력 아래 있는 개인 혹은 집단적 삶의 태도를 유비한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변화의 환경에 놓인 개인 혹은 집단의 대응 방식을 임시적 주거공간, 애드벌룬, 병풍, 방어벽등의 외양을 갖춘 작업을 통해 가변적/유동적 구조물로 형상화한다. 이로써 하루가 다르게 급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새로운 정체성을 끊임없이 구축해나가야만 하는 현대인의 생존 방식과 인식적 변화를 반영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에게 사물은 단순한 사물이 아닐 뿐만 아니라 분신적 의미를 가진 대상인 동시에 외부로부터 부여된 고정성을 탈피하고 다른 존재들로의 변화 가능성에 무한히 열려있는 존재이다. 노마디즘2)적 사고가 반영된 작가의 사물은 주변 환경에 따라 자아 정체성의 변화를 꾀하거나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려는 욕망이 투영된 대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작가의 작업에는 상징적 의미가 중첩되어 있는데 작가의 ‘작업 과정’이라는 ‘보조 관념’이 작가가 ‘현실을 인식하고 수용하는 방식’이라는 ‘원관념’ 사이의 느슨한 은유 관계로 연결되어있다. 작가의 오랜 주요 작업적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이주’, ‘이산’의 개념은 말 그대로 물리적 이동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인식적, 상황적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상과 비일상, 과거와 현재, 주체와 객체,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 체계 변화 자체를 상징한다. 이처럼 버려진 사물을 소재로 한 일련의 작업 과정 자체는 작업의 개념적 의미와 연결된다. 이러한 상징을 통한 의미 효과는 작업 과정이 결과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과정 미술의 영향이 드러나는 작가의 작업적 특성을 반영한다.

전시의 주요 구성은 버려진 사물이 보여지는 대상에서 행위하는 주체로 변화를 꾀한 <다시락>작업과 신작 <Drift_표류하는 사물들> 시리즈이다. 두 시리즈는 ‘re’라고 번역되는 ‘다시’라는 접두어의 의미처럼 ‘재인식’과 ‘재탄생’이라는 공통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버려진 사물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다시락 작업과 풍경의 재인식을 통해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신작 시리즈 모두 표류하는 사물에 투영된 인식적 변화와 적응 태도를 가시화한다.

<Drift_표류하는 사물들>에서 선보이는 ‘비정형’, ‘가변성’, ‘적응 방식’ 등의 제목이 붙은 신작들은 변화의 상황에 대처하는 작가의 구체적 고민과 결과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러한 단어들은 변화, 혹은 변화에 적응하는 작가적 태도의 일부 혹은 전체를 상징하는데 변화의 속성 그 자체를 의미하는 단어를 ‘가변성’이라 한다면 ‘제한성’은 변화에 적응하기 앞서서 선행된 현실 인식을, ‘비정형’은 일정한 방식이나 형식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변화를 수용하는 인식적 태도를 암시한다. 작가는 특정한 방식을 고수하지 않으면서 자기방어적이고도 유연한 태도로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들이닥치는 변화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고 적응하려는 다양한 노력의 면면을 보여준다. 또한 <Drift_표류하는 사물들>시리즈는 2019 문래동 스페이스 xx에서 열린 <전이를 위한 연구>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들로 외부 변화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던 입장에서 나아가 대응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를 보여준다. 작가는 전시에서 상황적, 인식적 변화로 인해 정체성이 불분명해지거나 불확실해진 존재를 상징하는 사물들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해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들을 은유한다. 이로써 사물이 가진 의미와 기능을 확장해 변화의 속성을 연습하고 연구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된 시대의 생존 방식을 모색하는 구체적 대안에 대해 실험한다.

<Drift_비정형>은 산수화 풍경의 파편을 재배치 혹은 재조합해 임시적 거주지(텐트) 형태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산수화 도상의 파편들을 조합해 전시장 공간에 부유하는 거대한 지형처럼 보이도록 지면과 거리감을 유지한 채 공간에 설치된다. 중심과 주변의 경계가 모호하게 얽힌 거대하고도 가벼운 인상의 가변적 풍경의 구조물은 관람자의 참여를 유도해 시각적 감상을 넘어 촉각적, 청각적 경험으로 확장시키며 우리가 대상을 인식하는 기존의 방식을 재고하게 만든다.

<Drift_가변성을 위한 연습>은 주변적 환경에 대한 인식 구조의 변화라는 상징성을 가진 ‘버려진 산수화’ 위에 논리정연한 공간을 구축하고자 고안된 그리드와 색, 스티치를 활용한 작업이다. 이로써 기존의 풍경을 바라보는 지배적 해석과 관점에 거리를 두고 가변적이고 불확실한 풍경으로의 재인식을 유도한다.

<Drift_제한성을 위한 연습>은 3차원의 부피감을 가진 부유적 구조물 위에 산수화 이미지 도상의 천에 구멍을 내어 위장망처럼 보이도록 제작한 작업이다. 에드벌룬의 최대 너비인 지름의 반경을 넘어서지 않도록 제한적 영역 내에서 다른 구조물들과 연결성을 가지도록 구성되어있다. 특징적인 변화라면 전작에서 주로 나타나던 ‘새의 부리’가 ‘새의 발’로 대체되어 나타나는데 두 조류의 신체 부분은 환경적 변화에 따른 적응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동시에 ‘새의 발’은 살아가는 현재적 삶의 조건을 반추하게 하는 삶의 토대, 지지체, 영역에 관한 의미가 덧붙여진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신작과 함께 전시된 <다시락> 시리즈는 버려진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해 사물이 무용수가 되어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가 가능하도록 제작된 작업이다. 작가는 이처럼 시각적 대상에 대한 해석적, 행위적 가능성을 확장시킴으로써 사물의 새로운 인식적 통로를 제시해 상실의 슬픔을 넘어 새로운 시작과 재탄생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주변적 환경변화를 수용하는 삶의 인식적 태도를 작업적 태도와 일치시켜온 작가에게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팬데믹의 상황은 흡사 전시상황만큼의 불안감을 안겨준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사회 구조적으로 전이된 불안은 작가의 작업에서 사물의 형태로 변이 되어 외부의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언제든 변화의 상황에 적응할 준비 태세를 갖춘 듯 보인다. 전시는 표류하는 사물들의 실험을 통해 불확실성이 가중된 환경에 처해진 개인과 집단의 다양한 시도들을 시각적 은유로 드러낸다.


1) 객관적 상관물(客觀的 相關物)이란 창작자가 표현하려는 자신의 정서나 감정, 사상 등을 다른 사물이나 상황에 빗대어 표현할 때 이를 표현하는 사물이나 사건을 뜻한다. 즉, 개인적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사건을 통해서 객관화하려는 창작기법이다. https://han.gl/R7tkH, 2020.7.15. 위키백과 검색

2)노마디즘이란 생존과 더 좋은 삶을 누리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하는 노마드의 생활방식을 반영한 개념으로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에 의해 철학적 개념으로 등장하였으며 자크 아탈리에 의해 문화적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특히 들뢰즈가 말하는 ‘노마디즘’은 고정된 자아의식을 부정하고 또 다른 자아로 나아가는 역동성을 의미한다. 즉 노마디즘은 복수적 존재(etre pluriel)가 되기를 원하는 욕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항섭, 「노마디즘의 이해_들뢰즈와 마페졸리의 논의를 중심으로」,『사회와 이론』, 한국 이론 사회학회, p.173


후원: 우민재단
주최: 우민아트센터

출처: 우민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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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민성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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