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하 개인전 : CARTOGRAPHY OF NIGHT 밤의 카르토그래피

온수공간

Jan. 16, 2020 ~ Feb. 4, 2020

약 684,730장의 사진들1 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이 사진들은 가장 최근 화성에 살았거나, 아직도 살고 있는 로버(ROVER)들이2 지구로 보낸 화성의 풍경이다. 데이터가 없는 날들도 있지만 로버들은 거의 매일 한 걸음씩 이동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 기록한다. 로버들은 지구의 조종사들이 보낸 지시문에 따라 움직이고, 움직일 때마다 사진을 찍어 자신들이 위치하는 곳을 끊임없이 가시화한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것은 일종의 무빙-이미지, 각 순간의 총 합으로 이루어진 화성 자체이고, 끊임없이 증식하는 거대한 지도이다. 지도의 비율은 1:1을 초과한다. 이 화성 원정대들은 언젠가 지구의 인류를 구원할 물과 생명체를 찾고 있다고 했다. 

나는 몇달 동안 이 방대한 양의 사진들을 보고, 나름의 방식으로 분류하고, 삭제했다. 각각의 사진들을 이어 붙이자 어떤 영화(MOVINGIMAGE)가 펼쳐졌는데, 그것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풍경에 대한 영화였다. 사실 방에 가만히 앉아서 이 모든 머나먼 장소들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은 이상한 호사였다. 이 사막같은 풍경들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환상적인 힘이 있었지만 동시에 어딘가 미심쩍은 것들이었다. 사진 속 각 장소들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분류되고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이 모든 사진들은‘아직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편집증적인 행위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미항공우주국 조종사들이 각 화성일(SOL)의 미션을 위한 지시문을 만들기 위해서 화성 로버들의 움직임을 그 전날 지구에서 미리 재연(REENACT)해 본다는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잠재적인 미지의 시공간을 의식화, 가시화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고 신속하게 벌어지고 있을 밤의 전술들.

밤은 본질적으로 어둡고 시각이 무력화되는 시간이고 동시에 불온한 꿈과 별들의 시간이기도 하다. 밤이라는 비가시적 시간을 공간적으로 측정하고 조종한다는 것. 그것은 미지의 세계나 잠재적 미래, 혹은 우리 자신 안에 내재된 어둠과 무의식의 세계들과 마주하는 것이다. 세상의 끝을 끊임없이 확장하려는 노력은 결국 이미지의 마지막 프레임을 계속 유보하고 결코 눈을 감지 않으려는 시도같은 것이다. / 박민하


작품소개

밤의 카르토그래피 I 
싱글채널비디오, FHD, 흑백, 사운드, 18분, 2020 밤의 카르토그래피 I은 화성 표면 사진들로 이루어진 영화이자 지도이다. 영화는 2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각 이미지와 좌표는 화성의 실제 장소와 대응하고, 이 지도의 비율은 1:1을 초과한다. 앞으로 계속 증식해 나갈 이 영화는 기록이 있는 밤과 없는 밤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가지 밤은 일종의 스펙트럼을 구성하는데, 기록이 있으면 이미지가 계속 이동한다. 기록이 없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기록이 없는 밤의 수에 따라 일정 시간의 어둠을 생성한다. 화성의 로버들이 어둠 속에서 더듬 더듬 만들어내는 무빙-이미지-지도.

밤 조종사들 
싱글채널비디오, FHD, 흑백, 사운드, 11분, 2020 화성의 밤이 시작되면 지구의 조종사들이 깨어나 다음날 로버가 화성에서 해야할 동작, 동선들을 지구에서 미리 재연(reenact)한다. 그들은 오퍼레이션 지시문을 코드화해서 잠자고 있는 로버들에게 전송한다. 그 다음날 화성에 해가 뜨면 로버들은 밤사이 전송된 동선과 동작을 실행한다. 화성 로버들이 남긴 사진을 가지고 미항공우주국 조종사들의 지시문을 역추적해 밤을 조종하는 행위들을 재연한다.

원정대 I, II, III 
유리, 빛 ― 모르스 코드 언어, 아두이노, 카펫, 2020 좌표 위에 놓여 있는 원정대 I, II, III은 각각 자신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언어는 빛으로 되어 있고 모르스 코드로 번역이 가능하다. 그것은 화성에 숨겨진 비밀의 호수에 대한 것이고, 끝을 넘어서는 구원에 대한 것이다. 


연출 및 편집 박민하
촬영 유동석
조명 김태호
출연 김석중 손은교 이시현
안무 김석중 손은교 이시현 임은정
사운드 조인철
코딩 및 프로그래밍 정진
유리제작 송세진
리서치 어시스턴트 남여름, 이수연
번역 박예정 
디자인 강문식
공간 디자인 이수성
장비 김경호
고마운 분들  한상희, 권희수, 김신재, 서울무용센터, SDG 
제작지원 서울문화재단

출처: 온수공간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박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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