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어학연수를 위해 떠났던 호주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났다. 영어만을 공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주어졌던 그때, 자의반 타의 반으로 오롯이 ‘나’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곳에서 평소 규정지었던 ‘나’로부터 탈피된 색다른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날씨 때문인지 주변 사람들의 변화 때문인지 혼자 집에서 지내는 걸 좋아하던 내가 그곳에서는 주로 친구들과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 새로운 기후에서의 ‘나’는 한국에서의 ‘나’와 달랐다. 달라지는 ‘나’의 모습은 흥미롭게 다가왔고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되었다.
이런 호기심은 귀국 후에도 계속되었고 마침내 머릿속엔 나의 실상을 파악하고 싶다는 욕구로 가득 차게 되었다. 실상은 파악하고자 하면 할수록 멀어졌다. 실상은 나의 주관과 시간의 흐름이라는 차이를 갖는 허상들의 조합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허상에 기대어 실상으로 다가가긴 어려웠다.
나의 작품은 이러한 욕구의 불충족으로부터 시작되어 나의 내면 즉, 사적 공간의 이미지화에 이르게 되었다.
출처 : 사이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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